雜/무료한 103-230

나는 기억한다. 노무현과 그의 시대를.

同黎 2017. 5. 6. 07:32

나는 기억한다. 노무현과 그의 시대를.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나는 고2였다. 처음으로 보는 개혁적 대통령의 모습에 나와 친구들은 열광했고, 그 다음해 탄핵을 거치며 그에 대한 기대와 지지는 더해갔다. 바로 그 때 노동자대회에서 이윤석열사가 제 몸에 불을 지르며 산화할 때 나는 노사모에 가입했고 노무현에 열광했다.

대학에 입학했더니 가장 먼저 본 것은 김주익을 부르짖으며 우는 김진숙 위원의 영상이었다. 대학에 입학했더니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부산 신선대 부두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한미FTA와 쌀개방을 반대한다는 사람들에게 영하 10도의 날씨에 물대포를 쏘았고, 앞에서 사수대를 하던 선배의 잠바는 그대로 얼어붙어 서로 앉아줘야 했다. 허세욱 열사의 죽음에 더 이상 죽음을 무기로 삼지 말라던... 노무현 당신이 구속되던 시절의 마타도어를 대통령이 하고 있었다. 농민들에게 자신이 없냐며 자신이 있으면 무엇이 두렵냐는 괴변을 나는 아직도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다.

지금 진보적 지식인을 자처하는 전직 장관은 장애인들을 한겨울에 얼어죽게 했고, 경찰들은 농민들을 소화기로 때려 잡아 그 해 겨울 3명의 농민이 방패에 눌려 죽었다. 진보적 경제학자는 노동부 장관이 되어 비정규직 악법을 통과시키는데 압장섰다. 학회 커리로 쓰는 글의 저자가 타도의 대상이 되던 시대가 바로 그 시대였다.

학생사회가 무너지던 것도 노무현시대였다. 선거를 준비하며
방향성보다는 복지라는 이름의 허울좋은 시혜정책만을 생각해야 했다. 선거에서 이념의 지향성을 내보인다는 건 소위 지는
선거, 입장 선거라는 이름으로 조롱당했고, 이기기 위해서는 비권처럼 행세해야 했던 시기였다. 학생회와 동아리가 무너지고 끝내 개개인이 소외되고 고립되던 시기, 투표율을 걱정하며
쏟아지는 냉소를 참아야 했던 시기가 그 시기였다.그리고 내가 학생운동을 관두었을 때 노무현의 시대는 끝났고 등록금은 거의 두배가 되었다. 정대 후문에 등록금 때문에 자살했던 한 선배의 사연이 붙은 것도 그 때쯤이었다.

오히려 현재 다소 미숙해보이고 비조직적이지만 담론을 꺼내들고 선거에 나오는 후배들이 신기해보이는 이 상황을 생각하며, 차라리 지난 9년간의 극우정권에게 감사해야 하달까?

그래 나도 안다. 이명박, 박근혜의 시절이 얼마나 비정상적이었는지. 노무현과 그 후계자인 문재인이 당선되는 것이 그나마 나은 미래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러나 적어도 소위 민주정부가 마치 태평성대였던 것처럼 하지는 말자. 당신들이 진보라고 주장하려면 적어도 당신들의 시대에 대한 고백과 사과는 똑바로 하도록 말하자. 김어준이나 조기숙의 세치 혀를 빌려 진보의 이름을 팔지는 말자. 문재인, 유시민, 이상수, 정동영, 윤영관, 반기문, 김종환, 천정배, 김진표, 이헌재, 문희상, 한명숙, 이해찬, 천호선, 정세균 그 밖에 수 많은 정치인들이 대의를 위한다며 민중을 짋밟았는지 있지는 말자.

노무현의 시대를 대학생으로 살았던 나에게 있어 노무현의 시대는 복잡했다. 희망과 절망이 뒤섞인 그 시대를 다시 마주한다. 너무나 고통스러웠던 그 시기가 적어도 아무 비판없이 요순시대의 재현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기를 바란다. 그 다음에 올 사람들의 실망을 책임지지도 않을 것이면서...

또 소위 운동했다는 선배 세대들에게는 말한다. 함부로 요새 학생운동이 망했다고 말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가 망한 건 바로 당신들 때문이다. 변혁에 대한 포기와 타협이 남아있는 사람들에게는 차라리 백골단보다 더한 폭력이었다. 당신들은 적어도 냉소할 자격이 없다. 적어도 나의 동지들과 선후배들은 그리고 아직도 남아 있는 자들은 당신들보다 열심히 최전선에서 삶을 살아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2003년 김주익 열사의 추도식에 울려퍼진 절규를 적는다.

"NLG 선상 파업으로 김주익 지회장이 구속됐을때 인권변호사의 이름을 팔아 그를 변호했던 노무현 대통령 각하 노동자의 피를 팔아 얻은 권력의 맛이 그렇게 달콤합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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