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무료한 103-230

노무현과 그의 시대2 - 정의당을 지지하는 이유

同黎 2017. 5. 7. 06:44
노무현과 그의 시대2 - 정의당을 지지하는 이유

저번에 올린 글에 이어 다시 말하지만 노무현과 그의 시대는 결코 '진보적' 시대가 아니었다. 잘 생각해보자. 지금은 당연하게 사용하는 신자유주의라는 단어가 보편적으로 자리잡은 것이 과연 언제인가? 바로 참여정부 시절이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지나면서 이루어진 수 많은 신자유주의 정책은 결국 이명박-박근혜 정권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이명박 정권 초기 모두가 넘어갔지만 한미FTA 반대 집회에서 정동영이 스스로 죄를 인정해야 했을 정도로 참여정부는 철저한 신자유주의 정권이었다. 고백하건데 그땐 심지어 한나라당이 진보적이어 보일 정도였다.

물론 지난 9년 동안 운동진영의 구호에서 신자유주의라는 구호가 다소 희미해진 것은 우리가 경제적 불평등을 외칠 형식적 정치적 자유조차 보장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역사는 후퇴하였고 전선은 어느새 계급에서 민주-반민주로 후퇴하였다. 그 정도로 우리는 팍팍한 삶을 살았다. 때문에 나도 2012년 문재인이 당선되기를 바랬고 아마도 다가올 5월에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에 이어질 위기는 어떻게 할 것인가? 문재인은 사드배치를 취소하고 재벌을 개혁할 수 있을 것인가? 쌍용차 해고 노동자와 콜트 콜텍 노동자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고 수 많은 청년들은 자신의 일자리를 찾을 것인가? 한미FTA와 한중FTA는 취소되고 식량주권이 지켜질 것인가? 그 위기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나는 정의당은 모두 믿지 못한다. 민노당-진보신당-통진당-정의당과 노동당으로 이어지는 이합집산의 과정에서 힘들었던 많은 진보정당 활동가들을 위해서라도 나는 정의당을 100퍼센트 지지하지 못한다. 진보정당 운동이 가진 한계에 대한 의문 때문에도 나는 정의당에 관한 물음표를 모두 지울 수 없다. 그러나 문재인의 당선을 전략적으로 바라듯이 나는 심상정의 약진을 전략적으로 바랄 수 밖에 없다.

당신들이 바라는 진보는 어디까지인가? 지역구도의 해체? 새누리당 세력의 해체? 87년 체제의 적당한 유지? 호남 홀대의 해소? 아니면 권위의식 없는 지도자? 그 정도를 원한다면 그것은 문재인이 아니라 안철수도, 유승민도, 정동영도 할 수 있다. 안타깝지만 문재인보다는 대선 패배 이후 한동안 정동영이 보여준 행보가 더욱 급진적이었고 진보세력조차 속을 뻔했다.

고등학생이었던 내가 노무현에 열광했던 건 그가 걸어왔던 인생의 진정성 때문이었다. 그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진정성, 지금도 그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집권세력은 우향후할 수 밖에 없다. 대한민국이라는 틀 안에서 한미동맹이나 자유주의, 복음주의적 기독교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권 말기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라는 국민 스포츠는 국민이 아둔해서가 아니라 정말로 노무현 정권의 책임이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예정된 집권세력의 위기관리 실패 상황에서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

역사는 위기가 언제나 우리에게 두가지 선택지를 준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하나는 더욱 급진적이고 진보적인 길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파시즘이다. 미국의 트럼프도, 프랑스의 르펜도 바로 위기 앞에 대안으로 파시즘이 명백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비극적 길을 선택하지 않기 위해 더욱 반대의 길을 강조해야 한다. 그것이 진보이고 변혁이다.

노무현의 시대가 대학생이었던 나에게 알려준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진보는 '노무현'이나 '문재인'이라는 고정된 표상이 아니라 언제나 움직이고 변하는 가치이다. 이것은 인정하지 않으면 표상은 우상으로 변한다. 반면 우리가 끝없이 왼쪽으로 왼쪽으로 향하며 진보를 요구할 때 우리는 문재인 이후 다가올 비극을 피할 수 있다. 이것이 내가 당신들께 심상정을 지지할 것을 요구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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