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완 2

묏비나리 - 백기완

묏 비나리 (젊은 남녘의 춤꾼에게 띄우는) 백기완 맨 첫발 딱 한발띠기에 목숨을 걸어라 목숨을 아니 걸면 천하없는 춤꾼이라고 해도 중심이 안 잡히나니 그 한발띠기에 온몸의 무게를 실어라 아니 그 한발띠기로 언땅을 들어올리고 또 한발띠기로 맨바닥을 들어올려 저 살인마의 틀거리를 몽창 들어 엎어라 들었다간 엎고 또 들었다간 또 엎고 신바람이 미치게 몰아쳐 오면 젊은 춤꾼이여 자네의 발끝으로 자네 한 몸만 맴돌라함이 아닐세 그려 하늘과 땅을 맷돌처럼 이 썩어 문드러진 하늘과 땅을 벅,벅, 네 허리 네 팔뚝으로 역사를 돌리시라 돌고 돌다 오라가 감겨오면 한사위로 제끼고 돌고 돌다 죽엄의 살이 맺혀오면 또 한 사위로 제끼다 쓰러진들 네가 묻힐 한 줌의 땅이 어디 있으랴 꽃상여가 어디 있고 마주재비도 못타보고 썩은..

文/詩 2013.06.18

젊은 날 - 백기완(낭독)

젊은 날/ 백기완 모이면 논의하고 뽑아대고 바람처럼 번개처럼 뜨거운 것이 빛나던 때가 좋았다 하나를 알면 열을 행하고 개인을 이야기하면 역사를 들이대고 사랑이 튕기면 꽃본 듯이 미쳐 달려가던 곳 추렴거리도 없이 낚지볶음 안주 많이 집는다고 쥐어박던 그 친구가 좋았다 우리는 두려운 것이 없었다 헐벗고 굶주려도 결코 전전하지 않았다 돈벌이에 미친 자는 속이 비었다 하고 출세에 연연하면 호로자식이라 하고 다만 통일 논의가 나래를 펴면 환장해서 날뛰다 밤이내려 춥고 떨리면 찾아가던 곳 식은 밥에 김치말이 끓는 화로에 내 속옷의 하얀 서캐를 잡아주던 말없는 그 친구가 좋았다 그것은 내 이십대 초반 민족상잔 직후의 강원도 어느 화전민 지대였지 열 여섯쯤 된 계집애의 등허리에 핀 부스럼에서 구데기를 파내주고 우리는 ..

文/詩 2012.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