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詩

긍지의 날 - 김수영

同黎 2013. 6. 21. 22:57

긍지의 날 


                 김수영 


너무나 잘 아는 

순환의 원리를 위하여 

나는 피로하였고 

또 나는 

영원히 피로할 것이기에 

구태여 옛날을 돌아보지 않아도 

설움과 아름다움을 대신하여 있는 나의 긍지 

오늘은 필경 긍지의 날인가보다 


내가 살기 위하여 

몇 개의 번개 같은 환상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꿈은 교훈 

청춘 물 구름 

피로들이 몇 배의 아름다움을 가하여 있을 때도 

나의 원천과 더불어 

나의 최종점은 긍지 

파도처럼 요동하여 

소리가 없고 

비처럼 퍼부어 

젓지 않는 것 


그리하여 

피로도 내가 만드는 것 

긍지도 내가 만드는 것 

그러할 때면은 나의 몸은 항상 

한치를 더 자라는 꽃이 아니더냐 


오늘은 필경 여러 가지를 합한 긍지의 날인가보다 

암만 불러도 싫지 않은 긍지의 날인가보다 

모든 설움이 합쳐지고 모든 것이 설움으로 돌아가는 

긍지의 날인가보다 

이것이 나의 날 

내가 자라는 날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