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일본답사 기본상식

일본답사 기본상식 9 : 신도와 신사3 - 신도의 신들

同黎 2018. 7. 27. 05:16

4-3. 신도의 신들


일본에는 팔백만의 신이 있다고 합니다. 팔백만이라는 것은 사실상 무한대의 수로,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뿐만 아니라 산과 바다 같은 자연물과 오래된 물건, 그리고 유명한 실존 인물들 역시 모두 신으로 모실 수 있습니다. 여기에 불교와 결합하여 신도의 신이 부처의 화신으로 등장하고 지역이나 씨족마다 다른 신이 있기도 합니다. 게다가 하나의 신을 여럿으로 쪼개거나, 여러 신을 하나의 신으로 보는 등 복잡한 개념들이 있기 때문에 신도의 신들을 체계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다만 여기서는 일본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을 몇가지 분류로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을 학계의 기준에 따라 천진신과 국진신으로 나누어 살펴보고, 그 다음에는 신화에 등장하지만 사실상의 계보가 독립된 각 지역의 신과 한반도에서 유래한 신들, 그리고 불교의 영향으로 탄생한 신과 뒤에 새롭게 추가된 인물신들로 구분하여 살펴보려고 합니다. 다음 장에서 설명할 신사에 관한 설명과 함께 일본 신도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천진신(天津神 아마츠카미)

일본 신화에 등장하는 신은 천신(天神)과 국신(国神)으로 나뉘는데 이 중 다카마가하라(高天原) 즉 천상에 머물며 천황의 직계 조상에 되는 신들을 천진신, 천손강림 이전부터 지상에 머물며 국토를 지켜왔던 신들은 국진신이라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천진신은 천황의 직계 조상으로 치부되기 때문에 특별히 중시되지만, 의외로 민간에서 대중적으로 신앙되는 신은 별로 없습니다. 천황가를 높이기 위해 정치적으로 중시되는 신과 일반 민중에게 익숙한 신은 별개임을 잘 보여줍니다.

참고로 여기서 서술하는 신의 이름을 특별한 수사를 붙이지 않은 것입니다. 일본인들은 여기에 흔히 ~카미(), ~오오카미(大神), ~미코토() 등의 존칭을 붙여서 부릅니다.

 

*타카미무스비(高御産巣日神, 高皇産霊尊) : 세상이 생길 때 가장 먼저 생겨난 3신 중 하나입니다. 공식적인 기록에 따르면 인간이 볼 수 없도록 몸을 감추었다고 하지만 신화 곳곳에서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니니기에게 천손강림을 명하는 것도 기록에 따라서는 아마테라스가 아니라 타카미무스비가 혹은 아마테라스와 그가 공동으로 행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처음에는 타카미무스비 신앙이 강하다가 후에 아마테라스로 교체되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기록으로는 아마테라스의 아들인 아메노오시호미미와 타카미무스비의 딸이 혼인하며 니니기를 낳습니다.

 

*이자나기(伊邪那岐伊耶那岐)와 이자나미(伊邪那美伊耶那美) : 남자와 여자의 형태를 갖춘 최초의 신으로 남매이자 부부신입니다. 앞서 신화에서 설명했다시피 대부분의 신과 국토의 조상이 됩니다. 하지만 이들을 섬기는 신사는 별로 없고, 천황가에서도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는 않습니다. 학술적으로는 이자나기는 아와지시마라는 섬의 지역신, 이자나미는 이즈모 지역의 여신으로 이들 지역을 야마토 정권에 편입시키면서 지역신 역시 신화에 편입시켰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자나미의 죽음으로 인해 이 둘은 갈라지고 각각 탄생과 죽음을 관장하게 됩니다.

 

*아마테라스(天照大神) : 태양의 여신이자 천상의 지배자이고 천황가의 직계 조상신이 되는 신입니다. 현재 일본신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신이며 아마테라스가 모셔진 이세신궁은 일본 신사 중에 가장 높은 권위를 지니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아마테라스오미카미(天照大神)라는 존칭으로 불립니다.

원래 남신인지 여신인지 분명하지 않았는데, 국가에서 신화를 정리하던 시기의 천황이 여성이었기 때문에 여신이라는 설이 고착화되었다고 보이며, 후에는 남신으로 묘사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불교에서는 십일면관음 혹은 대일여래와 같은 존재로 보기도 합니다.





*츠쿠요미(月読命): 아마테라스, 스사노오와 함께 삼귀자라고 불리는 가장 높은 신 3명 중 하나입니다. 아버지인 이자나기로부터 바다, 혹은 밤의 세계를 다스리라는 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밤이나 달, 죽음의 신으로 섬겨지지만 신화에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으며, 심지어 존재감 자체가 없음으로써 세계를 균형을 이룬다고 합니다. 성별도 남성인지, 여성인지 정확치 않은데 일반적으로 남신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마테라스의 명을 받고 신들의 음식을 관장하는 여신을 만났는데, 그 여신이 입에서 음식을 토해내 만들어내는 것을 보고 부정하다고 화를 내며 그 여신을 죽였고, 그 여신의 신체가 오곡(五穀)의 씨앗이 되었다는 신화가 내려옵니다. 이에 아마테라스가 화를 내며 만나지 말자는 말을 했고 그래서 달의 신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흉폭한 성격 때문에 남신으로 추정하지만 달의 신이기 때문에 여성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니니기(瓊瓊杵尊, 邇邇芸命) : 아마테라스의 명을 받아 땅으로 내려와 천황가의 조상이 되는 신입니다. 원래 본명은 길지만 보통 일본에서는 니니기노미코토라는 존명(尊命)으로 읽습니다.

 

*진무천황(神武天皇) : 일본의 초대 천황입니다. 그 자체로 신으로 모셔지고 있습니다. 상징은 야타가라스라는 거대한 까마귀 혹은 삼족오(三足烏)입니다.


*스미요시 삼신(住吉三神) : 바다와 항해의 신으로 주로 오사카와 고베지역에서 많이 섬겨지는 신입니다. 이자나기가 이자나미를 찾으러 황천에 갔다가 시신이 썩는 모습을 보고 돌아와 부정을 씻는 과정에서 태어난 신이라고 합니다. 신공황후의 삼한정벌을 도왔다고 하여 유명해졌으며 지금도 해운업의 수호신으로 유명합니다하나의 신격으로 표현될 때는 노인의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국진신(国津神 쿠니츠카미)

일본 신화에 따르면 천손이 강림하기 전 국토를 경영하고 있었던 신들은 모두 국진신이라고 합니다. 이들 대부분은 아마테라스의 남동생 스사노오와 군신관계, 혹은 혼인관계로 얽혀있습니다. 그래서 스사노오는 하늘의 신인 천진신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그 후손들이 모두 국진신으로 분류되어 있기에 국진신의 조상으로도 분류합니다.

대부분의 국진신은 중앙의 천진신의 후손으로 편입되거나 혹은 지역 전승에만 의존하다가 이름조차 잊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명확하게 이름이 남아 있는 경우도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이와는 별도로 국진신은 천진신들보다 조금 더 인간적 면모를 보여주며 신앙의 반대급부로 주어지는 이익도 명확하기 때문에 매우 큰 인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스사노오(素戔男尊, 素戔嗚尊, 建速須佐之男命) : 땅의 신, 황천의 신 등으로 해석되는 신으로, 이자나기의 아들이며, 아마테라스의 남동생입니다. 이 신은 악당과 영웅의 면모를 모두 가지고 있어서 여러 사람의 흥미를 끌고 있습니다. 땅의 신 지위를 아들이자 사위인 오오누시쿠니에게 물려준 후 어머니 이자나미가 있는 황천국에 머물고 있다고 합니다. 잠시 신라에 갔었다는 기록이 있어, 본래 신라의 신이 아니었는지 의문이 있으며, 일제 강점기에는 이를 이용해 단군을 스사노오라 하기도 했습니다.

 

*오오쿠니누시(大国主) : 스사노오의 아들 혹은 6대손이며 사위이기도 합니다. 이즈모 지역의 지역신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신입니다. 80명의 형제들로부터 핍박을 받았으나 이를 물리치고 국가를 경영하다가 니니기에게 이를 헌상하고 사라진 신입니다. 오오쿠니누시는 전쟁의 신, 농업과 상업의 신, 인연의 신, 치유의 신 등 많은 이익이 있는 신으로 알려져 일본 전역에서 숭배받습니다. 오오쿠니누시가 주신으로 오셔진 이즈모대사(出雲大社)는 일본에서 2번째 높은 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명신(明神)과 권현(權現)

다른 신으로 넘어가기 전에 잠시 명신과 권현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일본의 신을 부르는 명칭 중에는 이 명신(묘진)과 권현(곤겐)이 참 많습니다. 이 명칭은 각각 일본 진언종과 천태종이 일본의 신도와 습합하면서 생긴 것입니다.

먼저 명신은 고대부터 자신이 믿는 신을 높여 부르는 명칭으로 쓰였습니다. 그러나 진언종이 들어온 후 신도의 여러 신이 불법을 지키고 밝힌다는 의미에서 명신(묘진)이라는 존칭을 썼습니다. 권현(곤겐)이라는 단어는 천태종에서 주로 쓰는데 여기서의 권()은 임시로 라는 뜻으로 즉 부처가 신도의 신의 모습을 빌려 임시로 몸을 드러냈다는 의미입니다. 천태종은 특히 산악신앙을 중시했는데 그 때문에 권현이라는 단어는 특히 산신과 부처가 습합한 신을 많이 드러냅니다.

그리고 중세 이후 명신과 권현은 각각의 신이 아니라 한 신사에 모셔진 신 전체를 가리키는 말로 많이 쓰이게 됩니다. 예를 들어 나라의 가스가대사(春日大社)의 본전에는 4명의 신이 모셔져있는데, 이 신들을 하나로 묶어 가스가대명신(春日大明神)으로 부르게 됩니다. 천태종에서도 히요시대사(日吉大社)라는 신사에 있는 21명의 신을 합쳐 그냥 산왕권현(山王權現)이라고 부르게 됩니다. 그리고 명신이나 권현이라는 이름 아래 여러 신은 하나의 신으로 통합되어 원래의 신과 별개의 인격체가 됩니다.

그리고 같은 신을 모신 신사라도 서로 다른 전통을 지닌 유서 깊은 신사라면 명신이나 권현 앞에 그 신사의 이름을 붙여 마치 별개의 신이 된 것처럼 봅니다. 신사로 새로 지을 때 다른 신사에서 신을 모셔오는데, 이렇게 모셔온 신은 화신(化神)이 되어 별개의 성격을 지니게 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시가현의 히요시대사(日吉大社)와 교토의 마쓰오대사(松尾大社)는 같은 신을 모시지만 각각 산왕권현(山王權現)과 마쓰오명신(松尾明神)이라고 각자의 신을 부릅니다. 이렇게 복잡한 것이 일본 신도의 특성 중 하나입니다.

 

지역신과 도래신(渡来神)

앞서 천진신과 국진신을 설명했습니다. 대부분의 신은 일본서기를 통해 이 신들의 계보에 들어왔지만 사실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이 더 많습니다. 아직 학술적으로 검증되지 않지만 일본서기와의 연결점이 희박하고 각 지역에서 고유로 섬겨왔거나, 한반도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는 신들 중 대중적으로 영량력이 큰 신들만을 추려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무나카타 삼여신(宗像三女神) : 무나카타 삼여신은 스사노오의 딸이라고 합니다. 이 세명의 여신은 항상 같이 모셔지는데, 항해와 바다의 신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신공황후가 삼한정벌을 하기 전에 소원을 빌었다고 하며 특별히 현해탄의 항해를 수호하는 신으로 유명합니다. 본래 규슈 후쿠오카 지방의 지방신으로 생각되며, 나중에 신앙의 범위를 넓혀 히로시마까지 진출합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것으로도 유명한 히로시마 미야지마(宮島)의 이츠쿠시마신사(厳島神社)에도 무사의 수호신으로 모셔지며 이때는 이츠쿠시마대명신(厳島大明神)으로 불리고 사슴을 타고 나타납니다.

 


*오오야마쿠이(大山咋神) : 오오야마쿠이는 산의 신입니다. 그 유래를 알기가 어려운데 신라계 도래인인 하타씨가 신으로 모시는 것으로 보아 신라계 도래신으로 보입니다. 교토의 마쓰오대사(松尾大社)와 시가현의 히요시대사(日吉大社)가 대표적으로 그를 신으로 모시는 신사입니다. 마쓰오대사의 경우 마쓰오대명신으로, 히요시대사의 경우 산왕권현(山王權現 산노곤겐)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가스가대명신(春日大明神), 가스가권현(春日権現) : 나라에 있는 가스가대사(春日大社)에서 모시는 후지와라씨(藤原氏)의 씨족신 4명을 한꺼번에 이르는 신입니다. 4신 중 가장 주신인 타케미카즈치(武甕槌命)는 검의 신, 군사의 신 등으로 섬겨지고 있습니다. 4명의 신이 명신이나 권현으로 불릴 때는 관복을 입은 남성이 사슴을 타고 있는 형태로 표현됩니다.

 


*우가신(宇賀神) : 일본의 전통 신이지만 그 유래를 알 수 없는 신입니다. 일본신화에 나오는 신 중 하나로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현대에는 이 해석이 거의 부정되고 있으며 일본 선주민의 신 중 하나로 보는 편이 우세합니다. 주로 뱀의 몸에 사람의 머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표현되며, 신불습합에 의하면 변재천과 같은 몸이라고 합니다. 복덕의 신으로 변재천과 함께 널리 신앙되고 있습니다.

 

원래의 우가신


변재천으로 나타난 모습


*하치만신(八幡神) : 하치만신은 본래 북규슈 우사지방에 있는 우사씨(宇佐氏)의 씨족신이었던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런데 도다이지(東大寺)의 신탁 이후 그 중요성이 커졌고, 이후 갑자기 신공황후의 아들이자 15대 천황인 오진천황(応神天皇)과 동일인물로 여겨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현재는 한반도에서 도래한 도래신이라는 것이 분명하며, 그것이 신라계인지, 백제 혹은 가야계인지 불분명한 상태입니다. 불교계와 연관이 깊어 하치만대보살(八幡大菩薩)로도 불리며 스님의 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하치만신은 좌우에 두 명의 여신을 거느리고 있는 하치만삼신(八幡三神)으로 함께 모셔지는데, 한 명의 여신은 신공황후임이 명확하지만, 다른 여신은 오진천황의 부인이라는 설과, 같은 규슈지역의 지역신인 무나카나 삼여신 중 한명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일본의 대표적 무사가문인 다이라씨(平氏)와 미나모토씨(源氏)는 모두 오진천황을 조상으로 하는데다가 하치만신은 군신(軍神)의 성격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무사의 신으로 널리 숭배받았으며 지금은 승리의 신으로 일본인들 사이에 유명합니다. 하치만신이 모셔진 신사는 하치만궁(八幡宮)이라고 높여 부르며, 교토에 위치한 이와시미즈하치만궁(石清水八幡宮)은 제2의 종묘(宗廟), 가마쿠라에 있는 쓰루가오카하치만궁(鶴岡八幡宮)은 모든 무사의 수호신사로 유명합니다.


하치만 삼신상


*이나리대명신(稲荷大明神) : 일본서기에 등장하는 곡물과 음식의 신인 우카노미타마(宇迦之御魂神)라고 보는 경우도 있지만, 이나리대명신을 모시는 총본산인 후시미이나리대사(伏見稲荷大社)가 신라계 하타씨(秦氏)가 세운 것이므로, 한반도계 도래신으로 보는 것이 올바르리라 생각됩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나리대명신은 3명의 신을 합쳐 부르는 총칭입니다.

본래 농업의 신, 곡물의 신이었는데, 이후 상업의 신으로 범위를 넓혀 상인들의 수호신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많은 기업에서 이나리신이 모셔진 신사에 돈을 바치고 사업의 번창을 빕니다. 전국의 신사 중 가장 많은 신사가 이나리신을 모신 신사입니다. 또한 이나리신은 여우상을 모신 신사라도 유명합니다. 이나리신은 신의 사자로 여우를 선택했는데, 그래서 사람들은 혹 여우를 신으로 모시는 것으로 착각하기도 합니다.

 



*우두천왕(牛頭天王) : 우두천왕은 교토의 수호신사인 야사카신사(八坂神社)의 주신입니다. 이름 그대로 소의 머리를 하고 있는 분노존의 모습을 띄고 있습니다. 우두천왕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많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석가모니 부처가 머물던 사찰인 인도 기원정사(祇園精舎)를 지키던 호법신에서 유래되었다는 불교 유래설이 있으며, 그후 스사노오와 동일시되어 오랫동안 스사노오의 분노한 모습으로 설명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신라에 있던 우두산(牛頭山)이라는 산의 산신이 일본으로 건너와 신이 되었다는 설이 학술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스사노오가 신라의 소시모리에 있었다는 전승이 있는데, 소시모리가 한국어로 소머리를 뜻하기 때문에 우두천왕=우두산신=스사노오라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는 것입니다. 아직 정설은 없지만 매우 흥미로운 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적산명신(赤山明神)과 신라명신(新羅明神) : 그리 널리 섬기는 신은 아니지만 일본 천태종에서는 호법신으로 중시 여기고 있습니다. 각각 천태종의 고승인 엔닌(円仁)과 엔친(円珍)이 당나라에서 유학 후 일본으로 돌아올 때 무사히 바다를 건너오도록 도와줬다는 신입니다. 당시 당과 일본을 잊는 항해로를 신라의 장보고가 장악하고 있었으며 이들 승려가 장보고에게 보낸 편지도 남아 있어, 두 신은 모두 장보고를 신으로 모신 것이 아닌가라는 추측이 있습니다.

 

미이데라(三井寺)에 대대로 전래되는 신라명신의 조각상


신라명신의 초상. 당나라 복식을 하고 있다


본지수적설(本地垂迹説)과 산악신앙

신사에는 일본 고유의 신이 불교와 결합한 신도 모셔집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이러한 신들은 부처가 일본 고유의 신의 모습으로 미리 와 있다가 불교 전래 이후 다시 부처와 합쳐졌다는 본지수적설에 의해 만들어진 신으로 특별히 수적신(垂迹神)이라고도 합니다. 수적신들은 신사뿐만 아니라 사찰에도 많이 모셔집니다. 특히 일본의 산악신앙과 본지수적설이 합쳐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주로 일본 명산의 신을 부처의 화신으로 여겨 불교식으로 섬기곤 합니다. 이들 수적신들은 메이지유신 때 신불분리와 폐불훼석으로 큰 수난을 겪다가 2차 대전 이후 다시 원래 모습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아래 서술하고 있는 3가지 수적신 외에 일본의 많은 영산(靈山)마다 각자의 산신을 권현이라는 이름으로 모시고 있으며, 대부분 분노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지만 관복을 입은 남성이나, 여성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장왕권현(蔵王権現) : 일본 요시노산(吉野山)의 산신이면서 동시에 석가여래, 천수관음, 미륵보살의 합체한 화신이라고 합니다. 즉 부처가 산신의 모습으로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장왕권현은 여러 권현 중에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단순한 요시노산의 산신이 아니라 일본의 산악신앙과 불교가 결합한 종교인 수험도(修験道 슈겐도)의 본존이기도 합니다. 전설적 인물인 역행자(役行者)가 요시노산에서 수행할 때 나타났다고 하며, 불교의 명왕과 같은 분노존의 모습으로 흔히 표현됩니다.

 

요시노산에서 모시고 있는 장왕권현 삼존상


*구마노권현(熊野権現) : 구마노권현(구마노곤겐)은 구마노 일대의 3개 산(熊野三山)에 있는 3개의 큰신사에 모셔진 12명의 신을 합쳐 부르는 명칭입니다. 3개의 큰 산에 있는 산신은 각각 아미타여래, 약사여래, 천수관음의 화신이라고 하며 서로 다른 신격이면서 동시에 일체화된 신입니다. 인근의 진언종 성지인 고야산, 장왕권현이 모셔진 요시노산, 그리고 이세신궁이 있어 이들 성지와 함께 많은 순례객들의 신앙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삼보황신(三宝荒神) : 삼보황신(산보곤진)은 일본에만 존재하는 특이한 호법신입니다. 황신(荒神 곤진)이라고 하면 신의 어둡고 분노하는 면을 가리킵니다. 황혼(荒魂)이라고도 하며, 이에 반대되는 긍정적이고 자비로운 부분을 화혼(和魂)이라고 합니다. 삼보황신은 이러한 일본 신의 공격적인 부분이 불법에 복속되어 불교를 수호하는 호법신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대장군신(大将軍神) : 대장군신은 여덟 방위를 지키는 신입니다. 일본에는 중국의 음양오행설과 도교를 토속신앙과 결합시킨 음양도(陰陽道)라는 종교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주로 궁중이나 귀족에 소속되어 건물의 방위를 잡거나 길일을 정하고, 심지어 저주나 축복을 내리는 역할도 하였습니다. 음양도는 메이지유신 이후 거의 절멸되었는데, 그중 방위신인 대장군신만 살아남아 아직도 신앙되고 있습니다



인물신

일본에서는 인간이 죽어 그 영혼이 신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각 씨족의 조상을 신으로 섬기는 경우가 많았고, 그 외에도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들은 대부분 신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게다가 일반적인 인물도 신이 될 수 있다고 믿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모든 군인, 자위대원, 경찰관 등을 신으로 모시는 야스쿠니 신사입니다.

원래 모든 인물이 신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특별히 신통력이 있었다는 인물이 아니라면 신이 될 수 있는 인물은 대부분 깊은 원한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일본에는 원령(怨靈, 모노노케)신앙이라고 하여 한을 품고 죽은 이가 재앙을 내리기 때문에 이를 위로하기 위해 원령을 신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일본은 역적이라도 신으로 모셔질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관례를 깬 것은 바로 도요토미 히데요시입니다. 권력자로서 죽은 그를 신으로 인정하면서 원령이 아니라도 신이 될 수 있다는 관념이 생겨났고, 에도막부의 개창자인 도쿠가와 이에야스 역시 신이 되어 전국에 모셔졌습니다. 이후 군국주의 시대 천황이나 많은 군인들이 신으로 모셔지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에디슨이나 영국 록밴드 비틀즈의 멤버인 존 레논을 신으로 모시는 신사도 있을 정도입니다. 여기서는 일본에서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신이 된 실존 인물들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하겠습니다.

 

*스가와라노 미치자네(菅原道真)=천만대자재천신(天満大自在天神) : 스가와라노 미치자네는 헤이안시대 초기의 귀족으로 일본 관료 중 제2위인 우대신까지 오른 인물입니다. 학문에 정통했던 것으로 유명한 그는 후지와라씨의 견제로 인해 규슈로 좌천되었고 결국 그곳에서 한 맺힌 죽음을 맞게 됩니다. 그러나 그의 죽음 후 천황과 후지와라씨의 주변 인물들이 잇따라 죽음을 맞자 이것이 스가와라노 미치자네의 원한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널리 퍼지게 됩니다.

이렇게 되자 일본 조정은 그를 정1위 태정대신으로 추증합니다. 특히 그의 죽음 이후 교토에 벼락이 잦고 이에 따른 화재까지 일어나자 스가와라노 미치자네를 신화 상의 별뇌천신(火雷天神) 즉 벼락의 신의 화신으로 여기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그에게 천만대자재천신이라고 신격화하고 신사를 지어 바치게 됩니다. 이것이 일본 원령신앙의 가장 오래된 예라고 합니다.

벼락의 신이었던 스가와라노 미치자네는 지금은 학문의 신이 되어 일본에서 가장 인기있는 신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를 모신 신사는 전국에 수 천 개에 달하며, 매화를 좋아했다는 설화 때문에 신사마다 매화가 가득합니다.

 


*아베노 세이메이(安倍晴明) : 일본 헤이안시대의 대표적인 음양도(陰陽道) 신관입니다. 아베씨(安倍氏)는 대대로 천황을 섬기며 길일을 잡거나, 풍수를 보고, 저주를 하는 등 궁중의 신앙관련 의례를 담당했습니다. 아베노 세이메이는 그 중에서도 가장 신통력이 강했다는 신관으로 그를 모신 세이메이신사(晴明神社)는 교통안전의 신사로 유명합니다.

 


*고마노 쟛코(高麗若光) : 나라시대의 호족으로 고구려 멸망 후 일본으로 도망쳐 온 고구려의 왕족이라고 합니다. 현재 동일본의 사이타마현에 그의 후손들이 모여 살았다는 고려촌이 있으며 그를 신으로 모시는 고마신사(高麗神社)도 존재합니다.

 

*백제국왕, 구다라노고니키시 젠코(百済王善光) : 일본 오사카부 히라카타시에 있는 백제왕신사(百済王神社)에는 의자왕으로 추정되는 백제국왕과 구다라노고니키시 젠코 즉 백제왕선광이라는 인물을 신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백제가 멸망한 후 의자왕의 아들인 선광은 일본으로 도망쳤고 일본 조정은 그에게 백제왕씨 즉 구다라노고니키시씨를 내립니다. 이들은 대대로 일본에서 관직을 하면서 살아가며 자신의 조상을 신으로 모시고 있었습니다.

 

*다이라노 마사카도(平將門)= 간다대명신(神田大明神) : 다이라노 마사카도는 헤이안시대 일본의 무장으로 지금의 동일본 지방을 주름잡았다고 합니다. 그는 일본의 천황에게 반기를 들고 스스로 천황이 되고자 했는데 결국 실패해서 처형당하게 됩니다. 전설에 따르면 그의 잘라진 머리가 크게 웃더니 스스로 날아서 자신의 본거지였던 지금의 도쿄로 날아갔다고 합니다.

교토 등 서일본과 거리를 두고 있었던 동일본에서는 그를 신으로 모시기 시작했고, 실제로 도쿄에는 그를 간다대명신으로 모시는 간다신사와 그의 머리 무덤이 있습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 동일본에 근거를 둔 무장들을 그를 군신으로 모시며 전쟁 전에 참배를 하기도 했다고 하며, 현재도 간다신사는 도쿄의 수호신사로 존재합니다. 특히 그의 머리무덤에 관한 에피소드도 유명합니다. 그의 머리무덤은 도쿄의 금싸라기 땅이라 하는 황거 히가시교엔 바로 옆에 위치해 있는데, 근대 이후 이 일대를 개발하려 했던 대장성이나 GHQ 등의 관계자들에게 잇달아 원인 모를 죽음이나 사고가 연달아 일어난 후 절대 건드리지 않는 땅이 되었습니다.

 


*스토쿠천황(崇徳天皇) : 스토쿠천황은 일본의 제75대 천황으로 억울하게 죽은 천황의 대명사입니다. 아버지인 도바천황(鳥羽天皇)은 그가 황후의 불륜에 의해 태어난 자식이라는 소문 때문에 스토쿠천황을 싫어했고, 결국 그를 권력에서 밀어냅니다. 상황이 된 스토쿠천황은 아버지와 대립하고 후계문제로 자신의 동생인 고시라카와천황(後白河天皇)과 싸우다가 결국 패배하고 지금의 시코쿠로 유배가게 됩니다. (호겐의 난)

시코쿠로 유배 간 스토쿠천황은 속세의 번뇌를 끊기 위해 자신의 피로 불경을 써서 교토로 보내 절에 봉납에 주기를 원했지만 동생인 고시라카와천황은 이마저 거부합니다. 이에 분노한 스토쿠천황은 혀를 씹어 피를 내어 “"일본의 대마귀가 되어, 황제을 잡아서 백성으로 하고 백성을 황제로 만들리라라는 저주를 쓰고 죽었다고 합니다. 전설에 따르면 스토쿠천황은 일본 모든 도깨비(텐쿠 天狗)의 왕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교토에 화재와 역병이 계속되자 스토쿠천황의 원령이 짓이라는 소문이 돌고 결국 고시라카와천황은 스토쿠천황을 다시 천황으로 추증하고 시호를 내렸으며 신사를 지었습니다. 지금도 일본에서 큰 일이 있을 때는 미리 악재를 막기 위해서 천황이 스토쿠천황을 모신 신사에 제사를 지내곤 합니다.

 

대마귀로 변하는 순간의 스토쿠천황


도깨비(텐구)의 모습으로 표현된 스토쿠  천황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풍국대명신(豊国大明神) : 우리에게 침략자로 유명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일본에서는 자수성가의 대명사로 꽤 인기가 있는 인물입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사후, 그의 가신들은 그를 신으로 추대할 것을 조정에 요구했고, 이에 천황이 도요쿠니 다이묘진(풍국대명신)이라는 신호(神號)를 내림으로써 히데요시는 원령이나 조상신이 아닌 최초의 인물신이 되었습니다. 에도시대의 탄압으로 그를 신으로 모신 신사는 거의 철폐되었다가 메이지유신 이후에나 복원됩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동조대권현(東照大権現) :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도쿠가와 이에야스 역사 사후 그의 가신들에 의해 신으로 추대될 것이 조정에 요청되었고 천황은 도쇼다이곤겐(동조대권현)이라는 신호를 내렸습니다. 그를 신으로 모신 신사(도쇼구)가 전국에 세워졌고 심지어 약사여래의 화신이라는 설까지 등장했습니다. 그러다가 메이지유신 이후 에도막부를 격하하는 움직임이 일어나면서 그에 대한 신앙이 많이 줄어들게 됩니다.

 


*메이지천황(明治天皇) : 메이지유신의 주인공 중 하나인 메이지천황은 천황 중심 국가를 세우려는 목적으로 인해 신이 되었습니다. 메이지유신은 곧 제정일치(祭政一致) 사회의 복원을 의미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메이지천황 사후 도쿄에는 메이지신궁(明治神宮)이라는 거대한 신사가 지어졌고 메이지천황을 신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미화된 메이지 천황의 초상(어진영, 御真影)


*도고 헤이하치로(東郷平八郎), 노기 마레스케(乃木希典) : 도고 헤이하치로는 일본의 해군 제독으로 러일전쟁의 해전에서 승리를 거둬 러일전쟁의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입니다. 그는 군국주의 사회에서 그나마 몇 안되는 진정한 군인정신의 소유자로 많은 존경을 받았다고 합니다. 노기 마레스케는 러일전쟁 당시 일본 육군의 지휘관으로 승리를 거두었지만 자신의 아들들을 비롯, 5만명이 넘는 사상자를 내었습니다. 그는 평생을 죄책감에 시달려 자결하려 하지만 메이지천황의 만류로 이를 미루다가 메이지천황의 사후 바로 부인과 함께 자결합니다. 일본에서는 이 두 군인을 대표적인 군신(軍神)으로 모시며 도고신사와 노기신사를 전국에 지어 2차 세계대전 당시 국민 총동원체제에 이용하였습니다.

 

두 사람을 신격화 한 엽서


신의 사자 신사(神使)

마지막으로 살펴볼 것은 신의 사자인 신사입니다. 많은 신사에 가면 동물모양의 조각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를 보고 일본의 신사에 동물의 신을 모신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신이 아니라 신의 명령을 인간에게 전달하는 신의 사자를 의미합니다. 신사에 따라서는 이러한 동물을 신사 내부에 기르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나라 가스가대사(春日大社)나 히로시마 이츠쿠시마신사(厳島神社)에는 주변에 수 백 마리의 사슴을 기르고 있습니다.

유명한 신사로는 이나리신의 여우, 가스가대명신이나 이츠쿠시마대명신의 사슴, 구마노권현의 까마귀, 아마테라스의 닭, 변재천의 뱀, 스가와라노 미치자네의 소, 대흑천의 쥐, 스미요시대명신의 토끼, 마쓰오대명신의 거북이 등이 있습니다. 각각 모두 사연이 있는데, 이나리신의 경우 신이 머물고 있는 산의 흰여우가 신의 사자가 되기를 자처했다고 하며, 스기하라노 미치자네의 경우 그가 억울한 죽음을 당한 후 시신을 운구한 것이 소였다는 데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가 있습니다. 아마테라스의 경우 닭이 해가 뜨는 것을 알리기 때문입니다.  


가스가대사의 신사, 사슴을 표현한 그림


이나리신의 사자인 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