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일본답사 기본상식

일본답사 기본상식 6 : 불교와 사원5 - 일본의 석탑

同黎 2018. 7. 27. 05:16

3-6. 일본의 석탑

 

흔히 일본은 목탑의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에는 동북아 삼국 중 가장 많은 목탑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에도 석탑이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습니다. 다만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고, 탑이 신앙의 중심이 되기보다는 보조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석탑에서 볼 수 있는 조각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또한 단단하고 좋은 질의 화강암으로 탑을 만드는 한국과는 달리 일본에서는 주로 사암 계열의 무른 돌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게다가 한국보다 습도가 높고 이끼 등의 지의류(地衣流)가 자라는 것을 방치하는 일본의 특성 상 보존 상태 정도의 차이가 확연히 납니다.

안타깝게도 일본에 남아있는 석탑을 시대별로 구분할 정도로 유물이 다양하게 남아있지 않습니다. 현재 일본에 남아 있는 석탑은 대부분 가마쿠라시대 이후의 것이며, 헤이안시대 이전의 것은 극히 드뭅니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헤이안시대 이전 초기 석탑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고, 그 이후 일본에서 대중적으로 만들어졌던 여러 석탑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점을 다층탑 이외의 소형 석탑의 경우 승려나 일반인의 묘탑으로 많이 사용되었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이 따로 구분되지 않기 때문에 신앙의 대상으로서의 탑과 무덤으로 사용된 묘탑을 함께 살펴볼 수밖에 없다는 점도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3-6-1. 초기 석탑

 

삼층탑과 오층탑

일본에는 헤이안시대 이전의 석탑이 극히 적습니다. 나라시대의 석탑이 1, 그 밖에 몇 기의 헤이안시대 석탑이 전해질 뿐입니다. 그리고 헤이안시대 초기의 양식을 이었다고 생각되는 가마쿠라시대의 탑 몇 기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탑 자체를 신앙의 중심구역 즉 본당 앞에 둔 경우는 나라의 한냐지(般若寺), 미에현 오미하치만시의 이시도지(石塔寺) 등 몇군데 밖에 없습니다.

이 중 주목해야 할 것은 이시도지의 삼층석탑입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석탑이며 나라시대의 유일한 석탑인 이 탑은 전형적인 백제계 석탑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기단은 1층이며, 옥개석이 평평하면서 넓고, 탑신의 매우 높습니다. 탑신석이 매우 낮은 다른 일본 석탑에 비하면 매우 드문 형태입니다. 또한 탑신에 어떠한 조각이 없고 1층 탑신을 여러 개의 돌로 조립해서 만들었다는 점도 독특한 점입니다. 이 밖에 헤이안시대에서 가마쿠라시대 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지는 몇기의 삼층석탑과 오층석탑이 더 있습니다. 이들 석탑도 공통적으로 탑신석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해지는 절대적인 수가 너무 적습니다. 삼층석탑은 단 3개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며, 오층석탑의 경우 8점이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전체 석탑의 지정 현황에 비하며 극히 적은 수입니다. 다만 흥미롭게도 무로마치시대의 오층탑 몇기는 마치 고려탑을 빼다 박아놓은 것 같은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이 시대 석탑에 대해서는 거의 연구가 전무하기 때문에 한반도와의 연관관계에 대해서는 추측만 해볼 뿐입니다.

 

이시도지(石塔寺) 삼층석탑


3-6-2. 다층 석탑

 

십삼층탑, 십층탑, 구층탑, 칠층탑

앞서 소개한 초기 석탑을 제외하고, 묘탑이 아닌 순수 불탑으로 대부분을 차지하는 석탑은 7층 이상의 다층석탑입니다. 다만 일본에서는 5층 이상부터 다층탑으로 치며, 오층석탑에도 다층탑에서 보이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으니 구분짓기가 매우 애매하다고 하겠습니다.

하여튼 7층에서 13층에 이르는 다층석탑에서 보이는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기단의 존재감은 거의 없고, 2층 기단이 있더라도 한국에서와 같은 높은 2층 기단은 없습니다. 탑신의 경우 1층 탑신은 매우 높고, 사방에 불상이나 범어를 새겨놓는 반면, 2층 이상의 탑신 높이는 급격히 줄어들면서 옥개석과 거의 같은 높이가 됩니다. 어떤 경우에는 탑신석이 매우 형식적이 되면서 아래층의 옥개석과 거의 붙어있거나 하나의 돌로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다층탑의 유례가 어떻게 되는 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앞서 언급한 나라 한냐지(般若寺)의 석탑과 나라 아스카에 있는 오미아시신사(於美阿志神社)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냐지 석탑은 본당 앞에 위치해 있어 신앙의 중심 대상이 되고 있는 몇 안되는 석탑 중의 하나입니다. 이 석탑 자체는 가마쿠라시대 초기의 것이지만, 전승에 따르면 아스카시대 고구려의 승리 혜관(慧灌)이 처음 세웠다고 합니다. 또한 가장 오래된 십삼층석탑이 있는 오미아시신사는 백제에서 온 아지사주라는 이의 후손들의 씨족신사입니다. 이 탑 역시 백제계 탑과의 유사성이 일본에서는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를 보아 이러한 다층탑의 전통은 한반도에서 유래된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한냐지(般若寺) 십삼층석탑


오미아시신사(於美阿志神社) 십상층석탑

 

3-6-3. 특수형 석탑과 묘탑

다층탑과는 달리 일본에는 층수를 따질 수 없는 특수형의 탑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탑들은 대부분 소형이며, 불탑으로도 사용되지만 무덤 즉 묘탑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한 이러한 특수형 탑은 헤이안시대 이후 중국에서 돌아온 유학승들이 들여온 것도 많습니다. 반면 한국에서 유행하는 팔각원당형이나 종탑형 승탑은 거의 보이지 않아 헤이안시대 이후 한반도와 또 다른 일본의 독자적인 석조문화가 펼쳐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보탑(宝塔), 국동탑(国東塔), 다보탑(多宝塔)

보탑은 정사각형의 지붕에 원통형의 1층 탑신을 지니는 탑을 가리킵니다. 중국의 송나라에서 들여온 것으로 추정되며 본래 목조나 금속조로 만들어져 안에 경전이나 사리를 모시던 실내건축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무덤이 바로 이 보탑의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보탑의 모습에서 탑신이 좀더 타원형으로 변하고 연화대좌를 받친 이형탑이 나타나는데 이를 국동탑이라고 합니다. 일본에 현재 500여 기가 있다는데, 90% 가량이 큐슈 오이타현(大分県)의 쿠니사키 반도(国東半島)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한편 구카이가 당나라에서 들여온 다보탑 역시 석탑으로 만들어지는데, 보탑과 거의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보탑


국동탑


다보탑

오륜탑(五輪塔)

일본에서 가장 흔한 석탑중의 하나이며, 묘탑으로도 많이 사용되는 탑입니다. 오륜탑은 인도 철학에서 말하는 우주의 다섯가지 구성요소인 지((((()을 각각 사각형·원형·삼각형·반월형·보주형(宝殊型)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헤이안시대 후기에 도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밀교 사상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석탑뿐만 아니라 사리를 모시는 사리용기로도 많이 만들어지는 모습이며,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무덤과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이 베어간 조선인들의 코와 귀가 묻혀 있는 이총(耳塚)도 오륜탑의 형식을 하고 있습니다.

 

오륜탑


이총(耳塚)의 오륜탑

보협인탑(宝篋印塔)

오륜탑과 함께 가장 많이 보이는 석탑 중의 하나로 역시 묘탑으로도 많이 쓰이는 탑입니다. 전설에 따르면 인도의 아쇼카왕이 전국의 불사리를 모아 구리로 이 모양의 탑 84천개를 만들었는데, 이중 10개가 일본으로 전해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일본에는 가마쿠라시대 초기부터 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매우 복잡한 모습인데, 특히 지붕 부분이 특이합니다. 사각형의 몸체 위에 큰 지붕을 올려놓는데 가운데 둥근 상륜부를 두고 사방의 모서리에 각각 날개처럼 튀어나온 돌기를 두었습니다. 그리고 가운데 몸체에는 범어로 된 주문을 새겨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도 전통의 스투파 형식이 다소 변형되어 전래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에도 동국대학교 박물관 소장품이 있어 흔치는 않지만 만들어졌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보협인탑

무봉탑(無縫塔)

지붕이 따로 없고 탑신이 둥근 타원형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을 닮았다고 하여 난탑(卵塔)이라고도 합니다. 승려 등의 묘탑으로 많이 쓰이는데, 송나라에서 들여온 것으로 보입니다.

 

초기의 무봉탑


후기의 정형화된 무봉탑

석립탑(石笠塔), 상륜탑(相輪), 석당(石幢)

석립탑은 사실상 탑신이 대부분을 차지하면 지붕을 삿갓모양으로 살짝 올려 놓은 모습입니다. 주로 무덤이나 순례길의 거리를 알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석립탑은 중국에서 건너온 석당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입니다. 석당은 길쭉한 기둥에 불상이나 경전을 적어 놓는 것으로 인도나 티벳에서 볼 수 있는 마니차와 같은 뿌리를 지니고 잇습니다. 일본에도 중국에서 건너간 석당이 있지만 석립탑의 모습으로 변형되거나 석등의 형태를 한 것도 있습니다.

상륜탑은 탑의 지붕 가장 꼭대기에 있는 상륜부 부분을 때어 탑으로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석당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주로 사찰 입구에 위치하며 상륜탱(相輪)이라고도 부릅니다. 한국의 당간과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당간이 일종의 깃발인 번()을 걸어 놓는 역할는 하는 대신, 상륜탑은 그 자체로 탑의 역할을 합니다.

 

초기의 석당


이후 정형화된 석당


석등형의 석당


석립탑


묘탑으로 쓰이는 석립탑


상륜탑


이형의 상륜탑


상륜탑 상부

제목탑(題目塔)

주로 사각형의 기둥으로 만들어지며 탑에 '나무묘법연화경(南無妙法蓮華経)‘이라고 새겨 놓기 때문에 제목탑이라고 부릅니다. 일련종 계열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주로 길가나 사원의 입구에 세우면서 때로는 진혼비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제목탑

판탑파(板塔婆)

판탑파라고 하면은 보통 일본의 무덤에서 볼 수 있는 기다란 나무로 된 판을 이야기합니다. 이것은 원래 앞서 이야기한 오륜탑을 간단하게 만들어서 무덤에 세워 망자를 위로하기 위해 세운 것입니다. 나무로 만든 판탑파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돌로 만든 탑이 많았으며 사찰 입구나 순례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흔히 보이는 나무로 만든 판탑파


초기의 석조 판탑파


후기의 판탑파

기타 이형탑(異形塔)

이 밖에도 민중신앙을 담은 여러 모습의 탑이 있습니다. 한편 무로마치시대 이후로 넘어가며 정원문화가 발달하며 장식적인 탑이 많아집니다. 이렇게 일일이 언급하기 어려운 독특한 모습의 탑들도 있다는 것 정도만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장식성이 강한 묘센지(明泉寺) 오층석탑


불상을 안치했던 1층 탑신의 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