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북경 답사 1차

북경여행기 - 3일 (자금성 진보관3: 영수궁, 양성전)

同黎 2015. 9. 6. 01:41



황극전 뒤로 가면 후전인 영수궁(寧壽宮)이 보인다.


단층의 정면 7칸 건물인 영수궁 건물은 황극전이 생기기 전 영수궁 건물의 원형을 간직한 공간이다.

여기도 서태후가 손을 대긴 했지만 그래도 강희제 당시의 원 건축을 비교적 잘 갖추고 있다.

자금성 후삼궁 중 한 곳인 곤녕궁을 본따 만들었다고 한다.


동항


잠시 영수궁 옆의 화장실에 들린다.

경극 무대인 창음각의 뒷모습이 보인다.


물론 이 때는 이게 무슨 건물인지 몰랐다.


창음각 뒤편의 모습


여기도 조그만 문이 있다.

양 옆으로는 수많은 내무부 관원과 환관, 군사들이 업무를 보았을 작은 건물들이 보인다.

이런 건물들을 개조해서 매점이나 화장실을 만들다니... 조금은 너무하다는 생각도 든다.

 

창음각 뒤편에서 바라본 영수궁


이제 다시 진보관 관람을 계속한다.

문이 하나 또 보인다.


여기는 영수궁의 후조에 해당하는 양성전 구역의 입구인 양성문(養性門)이다.


앞에는 동사자 한 쌍이 있고 건물 역시 금색으로 치장되어 있다.


전반적으로 자금성 외조 삼대전과 후삼궁을 축소해 놓은 느낌이다.

면적으로만 따지만 영수궁과 경복궁 중심권역이 비슷할 것이다.


양성문 현판


역시 만한 병기가 되어 있는 양성문 현판


양성문을 지나면 침전에 해당하는 양성전(養性殿)이 나온다.


양성전은 영수궁의 침전으로 건륭제 때 지어진 건물이다. 즉 태상황의 침전이다.

전반적으로 양심전을 본따 만들었으나 규모를 약간 축소하였다. 양심전의 삼희당을 본따서 여기도 묵운실(墨雲室)이라는 작은 방이 있었는데 이것을 강남 사람으로 서화 등의 감정에 능하고 소장도 많이 했던 필원(畢沅)이 오래된 고묵을 바쳤기 때문에 이를 보관하는 방으로 만든 것이었다. 필원은 장택단의 청명상하도까지 소장할 정도의 대수장가였지만 죽은 후에 전 재산을 황실에 탈탈 털린다.


양성전의 답도



양성전 현판


천정


역시 약간 변형된 상태긴 하지만 조정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헌원경이 달려 있다.



건륭제는 60년을 재위하고 할아버지인 강희제의 재위 기간을 넘을 수 없다면서 가경제에게

양위하고 태상황이 되어 영수궁에 기거한다. 자금성의 본전들보다야 훨씬 작지만

여기가 훨씬 인간적이고 건륭제의 개인적인 공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양성전에도 여러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황실 아악에 쓰였을 편경과


편종이 있다.


한쪽에는 여러 종류의 어보, 옥새가 있다.


크기도 종류도 다양하다.

어보(御寶)와 옥새(玉璽)는 다른데, 어보는 황제나 황후 개인의 도장이며 실질적으로 쓰이기보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강하다. 황제가 존호(尊號)를 받을 때나 사후 시호(諡號)와 묘호(廟號)를 받을 때 올리기도 한다.


반면 옥새는 국새를 비롯하여 실질적으로 황제나 왕이 명령을 내리고 시행되도록 하는 권위를 상징한다.

위에 보이는 것들은 모두 옥새이다.

본래 진나라 이후 황제의 옥새에는 6종이 있는데,

아래의 여섯 옥새가 그것이다.

천자지보(天子之寶)

천자신보(天子信寶)

천자행보(天子行寶)

황제지보(皇帝之寶)

황제신보(皇帝信寶)

황제행보(皇帝行寶)


그러나 이후에도 계속 추가되서 건륭제 때는 25개의 옥새가 있었는데,

대청수명지보(大清受命之寶)

황제봉천지보(皇帝奉天之寶)

대청사천자보(大清嗣天子寶)

황제지보(皇帝之寶) 2과

천자지보(天子之寶)

황제존친지보(皇帝尊親之寶)

황제친친지보(皇帝親親之寶)

황제행보(皇帝行寶)

황제신보(皇帝信寶)

천자행보(天子行寶)

천자신보(天子信寶)

경천근민지보(敬天勤民之寶)

제고지보(制誥之寶)

칙명지보(敕命之寶)

수훈지보(垂訓之寶)

명덕지보(命德之寶)

흠문지새(欽文之璽)

표장경사지보(表章經史之寶)

순수천하지보(巡狩天下之寶)

토죄안민지보(討罪安民之寶)

제어육사지보(制馭六師之寶)

칙정만방지보(敕正萬邦之寶)

칙정만민지보(敕正萬民之寶)

광운지보(廣運之寶)

이상의 24종 25과가 그것이다. 용도에 따라 달리 쓰였는데 한문으로만 된 것도 있고 만주문으로만 된 것도 있고, 혼합된 것도 있는 등 종류는 실로 다양했다. 원래 교태전에 안치되어 있었는데, 제2차 아편전쟁, 의화단 운동, 중일전쟁 등의 과정에서 이리저리 흩어져서 가끔 경매에 나와 난리가 나곤 한다.


위 도장이 칙명지보. 관원을 임명할 때 찍었으니 가장 많이 쓰였을 도장 중 하나다.


제고지보. 대신을 임명할 때 쓰이던 도장이다.


천자신보

상징적 옥새다


천자행보



일반적인 서화용 낙관이나 유인, 장서인 등의 전각은 전각도로 새기기 때문에 비교적 약한 돌들을 쓰지만 이런 도장들은 강도가 높은 옥으로 만든다. 당연히 만드는 장인도 옥장이다.


백옥으로 만든 황제신보


벽옥으로 만든 황명행보


천자지보


황제존친지보


크기도 재료도 다른 여러 옥새들


특이하게 자단목으로 만든 황제지보


대청사천자보


대청수명지보

국새의 일종이다.


금 합금으로 만든 봉천지보


반대편엔 다른 금속기들도 전시 중이다.

주로 불교 의례에 쓰였을 것 같은 향로 등의 물건들


손을 씻는 대접


제사 때 쓰는 술 항아리


잔뜩 배를 내민 것이 익살스럽다.


금책

보통 천자국에서 황제나 그에 준하는 이들에게 내리는 책에는 금책,

제후국에서는 옥책, 세자나 왕공은 죽책을 사용한다.

조선은 고종 이전까지 옥책과 죽책을 쓰다가 고종 이후 금책을 사용했다.

만한문이 병기된 것이 흥미롭다.


역시 술 항아리


금과 보석으로 장식한 술잔


특별히 섬세하다.


태상황의 침상. 뜻밖에 수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