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일본 여행기 1차

入倭求史記 - 1일 첫 일본행

同黎 2012. 7. 4. 14:24



나의 첫 일본행은 2011년 12월 초 고려대 대학원 한국사학과 고대사팀의 이장웅 선생,

임동민 선생과 함께 간 간사이 여행이었다. 총 7박 8일로 진행된 이 여행은 고난과 역경이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가히 법을 찾아 서역을 향하던 고대 승려들의 기나긴 여정과

같은 것이었다. 때문에 入倭求史記라고 이름 붙였다. 입장시간 없는 고분과 신사를

먼저 가서 시간을 조금이라도 절약하고, 입장시간 15분을 남겨놓고 들어가기 위해

뛰고 뛰고 또 뛰고.... 그 땐 휴족시간이라는 파스가 있는 지도 몰랐으니 발의 부담이

더욱 심했다. 아아 그 때의 기억을 잊기 전에 기록하기 위해 입왜구사기를 쓴다. 여기 사용된

사진의 저작권은 모두 임동민 선생님께 있으며 무단으로 도용하였다. (미안해요 형 술 살게요.)

 

나의 일본여행 첫 날은 답사를 간 것이 아니라 공항에서 숙소에 들렸다가 도톤보리에서 라멘 먹고

사진 찍고 이자카야간 것 밖에 없는데, 이 때 사진은 전부 이, 김 두 선생의 폰카로 찍어서 사진이

없다. 추후 확보되면 올리도록 하겠다.  (추후에 임 선생님이 사진을 제공해 주어서 올린다.)

 

나의 첫 일본행은 2시에 출발하는 김포발 간사이착 제주항공으로 시작되었다. 일본에 처음

간다는 생각에 도키도키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던 나는 새벽 5시에 자서 8시에

일어나는 기염을 토했고 11시에 이미 공항에 도착해있었다.

 

마음 착한 제주항공 아가씨는 나를 보고 가장 넓은 비상구 자리로 지정해줬고 10년만에 외국여행을 하는 나는 실수를 연발하며 겨우 비행기에 탔다. 제주항공은 어색하게 귀여운 서비스로

나를 얼어붙게 만들었고 기내식 대신 <구름처럼 폭신한 크림빵>을 주어 조야의 빈축을

샀지만 그래 왕복 25만원(텍스 포함)인데 그냥 닥치고 가야지라고 생각하였다.

 

비행기가 뒤집어질 것 같다는 불안감을 뒤로 하고 착륙 후 나는 콧구멍을 비집고 들어오는 습하고

세슘스러운 일본의 공기를 마음껏 흡입하며 드디어 할아버지의 땅에 왔다는 희열에 찼다. 난카이

선을 타고,다시 지하철을 두 번 환승하며 거대한 캐리어를 나르느라 땀을 사우나처럼 흘렸지만

처음보는 왜인들이 참으로 신기하였다. 그리고 오사카 지하철이 생각보다 더러워서 깜짝 놀랐다.

 

숙소에 도착한 우리는 기대 이상의 면적과 시설에 만족하였고, 곧 오늘 놀지 않으면 다시는

오사카에서 놀지 못할 것이라는 강렬한 예감에 짓눌려 도톤보리로 향했다. 닛폰바시역에서

내리자마자 있었던 킨류라멘(금룡라면)이 엄청 맛있어서 놀랐고, 도톤보리 삐끼의 머리에

들어간 스프레이와 젤 양을 상상하며 놀랐고, 빠찡코가 많아서 놀랐고, 추워서 놀랐다.

 

저녁으로 먹은 킨류라멘(금룡라면). 본점은 아니고 분점에서 서서 먹었다. 600엔짜리 일반 라멘과

900엔짜리 차슈 라멘이 있는데, 차슈라멘은 정말 차슈가 많이 들어 있었다.

국물이 진하면서 담백했으며 마늘, 부추, 김치가 제공된다.

 

도톤보리의 상징. 무슨 광고판인데 기억이 안 난다.

 

도톤보리의 유명한 게 요리 집. 카니도라쿠라는 집이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쳐다만 보다가 나왔다.

 

나마비루라도 한잔 해야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도톤보리 뒷골목을 뒤지고 다니다가

<미스터 초밥왕>의 쇼타가 알바했을 것 같은 허름하고 빽빽한 이자카야를 찾았다.

진짜 삼대가 꼬치를 굽고 있었다. 안쪽부터 아들, 아버지, 할아버지.


나마비루. 삿포로 생맥주 한잔. 정말 맛나더라.


꼬치들. 하나 남은 건 닭 간을 꼬치로 구운 것. 미디움 레어로 나오는데 맛있다. 비싸서 그렇지.

우리는 벌벌 떨면서 안주를 시키는데 옆에 있는 아저씨는 혼자서 서너개씩 턱턱 잘도 시키더라.


킨류라멘 본점


꼬치 양에 놀라고(적어서), 그 비싼 안주를 1인당 서너개씩 흡입하는 일본인들에게 놀라고,

맥주가 이렇게 맛있는 술이었다는 사실에 놀라서 우리는 조금 취해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렇게 잠든 우리는 모두 알람을 맞추지 않아서 9시에 기상하는

지각을 했고, 서둘러 일정을 바꿔 아스카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