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는 사이 나는 특별공개 중인 탑두사원 류긴안(용음암, 龍吟庵)으로 간다.
국보로 지정된 방장이 있는 곳이니 이런 기회에 가봐야 된다.
가는 길에 있는 가고시마번 초혼비
가고시마번은 바로 그 유명한 사츠마번이다. 조슈번, 도사번과 함께 메이지유신을 이룬 세 번 중 하나이다.
규슈를 제패한 시마즈씨가 만든 번으로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복속당하고 세키가하라 전투에서는
서군에 동참해서 패하여 그나마 규수 남부의 지배권만을 인정받게 되지만 그래도 무려 77만석의 규모를
유지하던 번이다. 그래도 서양과의 독자적 외교, 류큐왕국의 정복 등을 통해 힘을 키웠다. 에도 막부에
의해 자주 동원당하고 비교적 막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도 하지만 고산케, 고산쿄나 이이가의
히코네번과는 비교도 안되는 영향력. 결국 도사번의 중재로 조슈번과 힘을 합쳐 메이지유신을
성공하지만 유신 이후에는 다시 조슈번과 갈등하며 서남전쟁 등 내전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이른바 유신삼걸이라는 불리는 이 중에 사이고 다카모리와 오쿠보 도시미치의 두 명을 내고,
일본제국의 군국주의를 지탱하던 두 축인 육군과 해군 중 해군을 주도하여 지분을 가져간다.
그들의 초혼비가 여기 있다니
어쨋든 나는 류긴안으로 간다.
류긴안으로 건너가는 곳에도 다리가 있다.
언월교라고 하는 이 다리 역시 중요문화재이다.
다리 아래로는 계곡이 흐르고 있다.
정면이 보이는 표문과 고리
모두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건물이다.
우리는 작은 문으로 들어간다.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방장이 보인다.
류긴안의 방장은 오닌의 난 이전 무로마치시대 초기에 지은 건물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방장이다.
특별공개에만 보여주는 곳으로 입장료는 600엔
안으로 들어가면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고리가 보이고
이제 방장으로 올라간다.
류긴안(용음암, 龍吟庵)은 도후쿠지의 제 3대 주지인 대명국사 무관보문이 거주하던 곳으로
도후쿠지의 여러 탑두사원 중에서도 1위를 차지하는 곳이다. 무로마치시대 초기에 지어졌고
오닌의 난도 견디면서 무로마치시대의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류긴안 방장의 정원은 1964년 유명한 조경가인(사실 일본에서는 작정(作庭)이라는 단어가 더 쓰인다)
시게모리 미레이가 만든 정원이라고 한다.
방장의 앞면인 남정은 표문을 앞에 두고 아무것도 없는 무의 정원이라고 한다.
흰 모래만 깐 정원으로 극도의 정적 이미지를 보여준다.
정원에 대한 설명
그 바로 옆의 서정에는 무의 정원과 정반대되는 역동적인 용문의 정원이 펼쳐진다.
검은 모래로 먹구름을 표현하고 바위로 바다에 꿈틀거리며 승천하는 용을 표현하였다.
잘 보면 뒤편의 대나무 담장마저 뇌문을 그려 넣어 역동성을 배가한다.
드문 드문 놓인 바위로 표현된 용의 몸통
용의 머리
넓은 방장 마루에 앉아 다들 정원을 감상한다.
매일 아침 하나하나 모래를 쓸며 이 정원을 가꿨을 정성이 대단하다.
멀리 보이는 대나무 담장
역동적 무늬로 장식해 놓았다.
참선에는 고요함도 중요하지만 번뜩이는 깨달음도 필요하다. 바로 돈오의 순간이다.
그 순간을 두 가지 대비되는 정원으로 표현해 놓았다.
방장 뒤로 가면 대명국사의 유골을 모신 묘탑이 있다.
영광전이라는 이름의 저 건물 안에는 대명대사 무관보문의 유골이 안치되어 있는데,
그의 유골함은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방장에 안치된 대명국사의 목상
사진을 찍을 수 없어 가져왔다. 살아생전의 모습을 잘 묘사한 초상조각으로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대사의 탑이 있는 북쪽은 별다른 꾸밈이 없다.
그리고 거기를 돌아 고리와 면해 있는 동정은 붉은 모래를 사용한 또 다른 정원이다.
대명국사가 어렸을때 열병에 걸려 산에 버려졌는데 이 때 두 마리의 개가 나타나
늑대의 습격으로부터 그를 지켜주었다는 고사는 나타낸 정원이라고 한다.
붉은 모래를 써 그 당시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어느 것이 늑대고, 개인지 구체적으로 알기는 어렵지만 분위기만으로도
얼어붙은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정원이다. 상당히 독특하다.
이제 고리로 넘어간다.
모모야마시대의 고리
당시 주택을 모범으로 만들어져 당시 상황을 잘 알려주는 중요한 유적들이다.
이제 다시 류긴안을 나선다.
제대로 못 보았던 표문의 사진을 다시 찍는다. 작지만 강렬한 사찰이다.
다시 다리를 건너 속세로 가야 한다.
답사기를 쓰는 건 당시의 기억을 저장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자료를 찾고 사진을 다시 보면서 그 때의 느낌을 되새기려는 목적도 있다.
그러면 그 때 모르던 느낌을 이제는 다시 알고 그걸 다시 글로 남길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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