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일본 여행기 9차

9번째 간사이원정기 - 6일 교토 히가시야마1 (겐닌지 레이겐인建仁寺 霊源院, 로쿠도친노지六道珍皇寺)

同黎 2016. 2. 17. 02:37



그 사이 나는 급하게 겐닌지에 도착


겐닌지(建仁寺)는 일본 최초로 세워진 선종 사찰로, 임제종에서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위치도 교토 히가시야마 한복판으로 매우 좋다. 하지만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방장과 몇 개의 문만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을 뿐 나머지는 뒤에 재건한 것이 많다.



여기도 몇 번 와봤는데, 이번에 찾은 것은 겐닌지 자체가 아니라 탑두사원인 레이겐인을 보기 위해서이다.


멀리 삼문이 보인다. 에도시대 말기의 것으로 다른 곳에서 옮겨온 것이다.


욕실의 모습


목표로 하는 레이겐인으로 가기 위해서는 겐닌지를 가로질러 밖으로 나가야 된다.

문이 보인다.


가는 길에 보이는 작은 탑두사원들

겐닌지는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탓인지 폐불훼석 때 많은 탑두사원을 잃었다.

그래서 묘신지나 다이토쿠지처럼 절 담장 안에 탑두들이 모여있는 것이 아니라 그 밖에 많다.



가는 길에 발견한 동자석

조선에서 온 것이 분명한데...


드디어 특별공개 중인 레이겐인 도착


레이겐인(霊源院, 영원원)은 가마쿠라시대 창건된 겐닌지의 탑두사원으로

특히 가마쿠라 말기에서 무로마치 초기에 겐닌지의 학문소 역할을 했던 사찰이다.

이른바 오산파라고 불리는 학승들이 여기서 나왔다고 한다.


방장 입구에는 묘희세계라는 현판이 달려있다.


1996년 중요문화재인 중암 원월의 초상조각을 수리하던 중

안에서 진신사리를 모신 비사문천이 발견되어 크게 광고 중이다.


입구에는 히데요시 가문의 문장인 칠오동이 그려진 휘장이 휘날린다.


공개중인 중암 원월의 상과 그 안에서 나온 비사문천상


내부 모습


사진을 찍지 못해 다른 곳에서 가져왔다.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중암 원월 스님의 초상조각은 남북조시대의 명작이다.

마치 살아있는 듯한 표정 묘사가 압권인데 특히 눈을 옥 등으로 따로 만들어 박아 넣는

옥안 기법을 잘 살려 조각이 살아있는 것처럼 생생하다.


비사문천도 작지만 생동감이 있는 조각이다.

그나저나 올려다보는 스님 모습이 무섭다.

왼손에는 불사리를 넣은 수정구를 들고 있다.


몰래 찍은 사진



비사문천의 모습을 금병풍에 그려 전시하고 있었다.



내부의 모습

이것도 사진을 찍지 못해 가져왔다.

봄 가을에 특별공개를 한다고 한다.


다테 마사무네(伊達政宗)의 초상화


도호쿠 센다이를 거점으로 하는 그의 초상이 여기 소장되어 있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만 아니었다면 어쩌면 천하인이 되었을 수도 있다는 그는

한쪽이 애꾸눈이었는데, 때문에 독안룡이라고 불렸다.


내부의 모습


정원의 이름은 감로정이라고 했다.


정원의 오륜탑


노지가 보인다.

특별한 것은 느끼지 못하는 정원이었다.


이제 발걸음을 옮겨 거의 옆에 있는 로쿠도친노지로 간다.


로쿠도친노지(六道珍皇寺 육도진황사)는 로쿠도친도지로도 읽는다.

일본 한자 독법이 다 그렇듯이 지들 멋대로다.


로쿠도, 즉 육도는 육도윤회를 의미한다. 예로부터 이곳은 사형수들의 처형장인 고조 강변 근처이자,

화장터의 입구였다. 게다가 헤이안시대 초기의 대문장가인 오노노 다카무라(小野篁)가 염라대왕을

보필했다거나, 혹은 염라대왕이 되었다는 설이 퍼지면서 이 곳이 바로 삶과 죽음의 갈림길,

혹은 저승으로 통하는 입구라는 이야기가 퍼졌다.

로쿠도친노지는 바로 오노노 다카무라의 집 터에 세워진 절로, 일설에 의하면 그가 세웠다고 하지만

헤이안시대 초기 진언종 사찰로 처음 창건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며 이후 남북조시대를 거치며

겐닌지의 말사가 되고 종파도 임제종으로 바뀐다.

전에 왔을 때는 제대로 못보고 허탕치고 갔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절 입구에는 육도의 갈림길이라는 비석이 서있다.


들어가면


오노노 다카무라의 상과 그가 조각했다는 염라대왕(염마천)의 상을 모신 곳이 보인다.


오노노 다카무라는 헤이안시대 초기의 문장가로 한문을 가장 잘 이해했던 학자로 유명하고,

백거이와도 교류를 했다고 한다. 견당사의 경험도 있던 사람이다. 

전설에는 염라대왕이 그를 불러 업무를 보게 했다고 하며, 죽어서는 그가 염라대왕이 되었다고도 한다.


좌우에는 그를 도와 업무를 수행한 판관과 인왕상도 모셔졌다.


옆에는 그가 조각했다는 염마왕(염라대왕)의 상이 모셔져있다.

물론 훨씬 후대의 조각이다.


옆 건물에는 약사여래상이 모셔져있다.


헤이안시대의 작품으로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약사여래는 동방 유리광세계를 다스리기 때문에 교토 동쪽에 있는 절에 많이 모신다.


종루

특이하게 줄을 잡아댕길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반대쪽에는 지장보살들이 모여있다.


순박한 모습의 불상들이다.


본당 정면


가운데는 삼계(천상, 지상, 지하)의 만령을 위로하는 비석이 서있다.

본당 뒤편으로 들어가는 것이 특별공개 구역이다.


로쿠도친노지 만다라

과거 번영했던 절의 모습을 보여준다. 

다보탑도 보이고 수많은 석상들도 보인다. 죽은 이를 위로하는 재가 많았다고 한다.


이제 본당 뒤편으로 들어간다.

먼저 손 씻는 그릇이 보이고


작은 정원에 신사가 보인다.


여기 보이는 우물이 바로 저승, 즉 명계와 통하는 입구라고 하며

오노노 다카무라가 밤마다 저 곳을 통해 저승을 드나들었다고 한다.


우물 물은 대나무를 통해 나오고


물에 소원을 적은 종이를 띄우는 종이점도 할 수 있다.


우물의 모습


오래된 우물 안은 고사리만 가득하다.


한쪽에는 오노노 다카무라를 신으로 모시는 신사가 있다.


오노노 다카무라를 신도의 신 중 하나로 모시고 오노노오타기곤겐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그를 지장보살의 환생으로 여긴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신사가 하나 더 보인다.


신사 바로 옆에는 이렇게 손 씻는 돌확이 놓여 있다.


황천으로 통하는 길이라는 표석


신사 옆에 그가 황천으로 갔다는 우물이 하나 더 놓여있다.

지하 100미터라는데 


이건 딱 봐도 요새 만든 우물이다

아까 보았던 오래된 우물은 뭔가?


그냥 새로 만든 것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모든 설명서에는 아까 보았던 오래된 우물이 그가 저승을 왔다갔다 했던 우물이라고 되어 있다.


여튼 로쿠도친노지는 이렇게 다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