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네루다 2

시가 내게로 왔다. - 파블로 네루다 (김현균 역)

시가 내게로 왔다. 파블로 네루다 그러니까 그 무렵이었다...... 시가 날 찾아왔다. 난 모른다.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 겨울에선지 강에선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도 모른다. 아니다. 목소리는 아니었다. 말[言]도, 침묵도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거리에선가 날 부르고 있었다. 밤의 가지들로부터 느닷없이 타인들 틈에서 격렬한 불길 속에서 혹은 내가 홀로 돌아올 때 얼굴도 없이 저만치 지키고 섰다가 나를 건드리곤 했다. 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입술은 얼어붙었고 눈 먼 사람처럼 앞이 캄캄했다. 그때 무언가 내 영혼 속에서 꿈틀거렸다, 열병 혹은 잃어버린 날개들. 그 불에 탄 상처를 해독하며 난 고독해져 갔다. 그리고 막연히 첫 행을 썼다. 형체도 없는, 어렴풋한, 순전한 헛소리, 쥐뿔도 모르는 자의..

文/詩 2013.06.22

시가 내게로 왔다. - 파블로 네루다 (정현종 역)

시가 내게로 왔다. 파블로 네루다.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시(詩)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밤의 가지에서 갑자기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속에서 불렀어 또는 혼자 돌아오는데 말야 그렇게 얼굴없이 있는 나를 그건 건드리더군 나는 뭐라고 해야할지 몰랐어. 내입은 이름들을 도무지 대지 못했고 눈은 멀었으며 내 영혼속에서 뭔가 시작되고 있었어. 열(熱)이나 잃어버린 날개 또는 내 나름대로 해보았어. 그 불을 해독하며 나는 어렴풋한 첫줄을 썼어. 어렴풋한, 뭔지 모를, 순전한, 넌센스.... 아무것도 모르는 어떤 사람의 ..

文/詩 2013.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