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무료한 103-230 34

노무현과 그의 시대2 - 정의당을 지지하는 이유

노무현과 그의 시대2 - 정의당을 지지하는 이유 저번에 올린 글에 이어 다시 말하지만 노무현과 그의 시대는 결코 '진보적' 시대가 아니었다. 잘 생각해보자. 지금은 당연하게 사용하는 신자유주의라는 단어가 보편적으로 자리잡은 것이 과연 언제인가? 바로 참여정부 시절이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지나면서 이루어진 수 많은 신자유주의 정책은 결국 이명박-박근혜 정권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이명박 정권 초기 모두가 넘어갔지만 한미FTA 반대 집회에서 정동영이 스스로 죄를 인정해야 했을 정도로 참여정부는 철저한 신자유주의 정권이었다. 고백하건데 그땐 심지어 한나라당이 진보적이어 보일 정도였다. 물론 지난 9년 동안 운동진영의 구호에서 신자유주의라는 구호가 다소 희미해진 것은 우리가 경제적 불평등을 외칠 형식적 정치..

나는 기억한다. 노무현과 그의 시대를.

나는 기억한다. 노무현과 그의 시대를.노무현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나는 고2였다. 처음으로 보는 개혁적 대통령의 모습에 나와 친구들은 열광했고, 그 다음해 탄핵을 거치며 그에 대한 기대와 지지는 더해갔다. 바로 그 때 노동자대회에서 이윤석열사가 제 몸에 불을 지르며 산화할 때 나는 노사모에 가입했고 노무현에 열광했다.대학에 입학했더니 가장 먼저 본 것은 김주익을 부르짖으며 우는 김진숙 위원의 영상이었다. 대학에 입학했더니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부산 신선대 부두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한미FTA와 쌀개방을 반대한다는 사람들에게 영하 10도의 날씨에 물대포를 쏘았고, 앞에서 사수대를 하던 선배의 잠바는 그대로 얼어붙어 서로 앉아줘야 했다. 허세욱 열사의 죽음에 더 이상 죽음을 무기로 삼지 말라던... 노무..

안암동 노포(老鋪)2 - 사라진 곳

안암동 노포(老鋪)2 - 사라진 곳 가인언제나 3차는 가인이었다. 이층으로 올라가는 그 가파른 계단은 술먹고 구르면 군면제를 받을 수 있다는 속설이 있었다. 그렇게 기어올라가면 어두컴컴한 조명에 늘 김광석의 노래가 흘러나오던 가인이 있었다. 언제나 젊게 사시는 누님이 우리를 반겨주었고 항상 그랬듯이 누가 정하지도 않았지만 삼천에 화채를 시켰다. 좀 돈이 많은 날은 아무거나를 시키기도 하였다. 심지어 양주라도 얻은 날이면 그것을 그대로 들고가서 얼음이랑 안주만 시켜도 누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가인은 새벽 2시가 넘어서 가야 제맛이었다. 2차 쯤 해서 모두 정신이 오락가락 할 때 지금 생각하면 물을 탄 것 같던 맥주를 들이키며 김광석의 노래를 흘엉거리다가 이등병의 편지라도 나오는 날이면 남자들은 모두 ..

안암동 노포(老鋪)1 - 남아있는 곳

안암동 노포(老鋪)1 안암동에 드나든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대학와서 배운 것의 5할은 술이고, 4할은 데모질이고 1할은 결석이었다. 등록금을 내고도 서관에 가지 않은 날이 더 많았고 수업은 안가도 술자리만큼을 꼭꼭 챙겨가던 때가 있었다. 2학년 때던가 저녁 6시에 아직 해가 완전히 지지 않을 때 집에 가야한다는게 너무 낯설어서 기어이 선배들을 불러내 술을 먹었던게 어제 같은데 그동안 너무 많은 가게가 생기고 또 사라졌다. 세월이 흘러간다는 걸 너무 잘 알려주는 것이 식당와 술집이 생기고 망하는 것이다. 일본에 가면 곧곧에 있는 것이 대를 이어 하는 오래된 가게, 즉 노포(老鋪)이다. 언제가도 그 자리에 있는 가게들이 너무 부럽다. 누구 말처럼 음식은 맛이 아니라 누구와 먹었는가의 그 추억으로 남는 것..

역사학에 관한 메모2

1. 자본주의 맹아론에 기반한 내재적발전론이 붕괴된 이후 조선시대 사회의 구조를 읽는 뚜렷한 독법이 사라진 지는 꽤 오래되었다. 포스트모던-포스트콜러니얼 담론이 역사학에 들어온 지 꽤 오래되고 연구성과도 꽤나 축적되었으나 아직 조선시대를 설명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이 개발되지는 않았다. 근대주의에 대한 비판이 지속적으로 재기되고는 있지만 최근 재출된 '유교 근대화론'에서 잘 보이듯이 그것은 서구적 근대 대신 다른 근대를 설정함으로써 조선사회에서 '근대성'을 검출해내려는 시도이다. 여전히 '근대'라는 지향점을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유교 근대화론은 사실 내재적발전론의 또다른 변주에 불과하다. 2. 중요한 점은 근대에 부과된 부당한 긍정성 내지 환상을 기각하는 것이다. 서구적 근대가 우리에..

역사학에 대한 메모

1. 먼저 태어나서 입학했다는 이유로 가끔씩 자신의 뜻은 학문에 있음을 어필하는 친구들을 만나곤 한다. 공부를 직업으로 삼고 싶다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유쾌한 일이지만 동시에 걱정이 되기도 한다. 더군다나 그래서 어떤 시대를 전공하고 싶냐는 질문에 “~시대가 재밌는 것 같아서..” 라는 식의 답변이 돌아오면 더욱 더 한숨이 나오게 된다. 만약 그런 대답을 하는 친구가 학부 1~2학년 이라면 관계가 없지만 대학원 진학을 실질적으로 준비하는 3~4학년이라면 꽤나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흥미와 재미는 연구로 가기 위한 필요조건일수는 있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우리는 교양·상식으로서의 역사와 분과학문으로서의 역사학, 그리고 인간의 삶이 구성하는 보편적인 그 무엇으로서의 역사를 구분해야 한다. 적어도 분과학문으..

번뇌를 피하지 않기

번뇌를 피하지 않기 때는 1995년 3월 20일. 월요일. 기분 좋게 맑게 갠 이른 봄날 아침이었다. 바람이 아직 차가워서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 모두가 외투 차림이었다. 바로 전날은 일요일, 그다음 날은 공휴일 - 즉, 징검다리 휴일 사이에 낀 평일이었다. 어쩌면 당신은 '오늘 하루는 쉬고 싶었는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당신은 휴가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 당신은 평상시와 같은 시간에 눈을 뜨고, 세수를 하고, 아침을 먹고, 옷을 챙겨입고 역으로 향한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혼잡한 지하철에 몸을 싣고 회사로 향한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지극히 평범한 아침이었다. 인생 가운데 구별할 수 없는 단 하루였을 뿐이다. 가발을 쓰고 가짜 수염을 붙인 다섯 명의 젊은 ..

공부 메모

전근대시대를 공부하다 보면 아무래도 초점이 국가에 맞춰질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역사 서술의 초점이 되는 사료가 주로 관찬사료일 경우가 많고, 사람들 개개인의 삶을 통제하고 규정짓는 제도와 정책이 모두 국가에서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석사논문은 제도사라는 반농반진의 이야기가 말해주듯이 관찬사료를 읽고 제도와 정책을 정리하는 것은 글을 깔끔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조선시대사에서 국가를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된 것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논쟁 - 즉 조선 망국의 원인에 대한 논쟁의 영향도 크다. 한국사학계와 경제사학계의 논쟁은 주로 조선이 "근대적 국가"를 건설할 수 있었는가 아닌가에 초점에 맞추어져 있었다. 특히 80년대 이른바 민중사관이 난관에 봉착하고 지주 대 농민의 계급적 구도가 실증의..

사랑과 소유

사랑과 소유 연애의 시대다. 누구나 연애를 하고 싶어 하고 연애가 없는 것이 놀림거리가 되거나 자조의 대상이 된지 오래다. 저마다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연애의 환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청춘이 사랑을 찾는 것이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늘 있었던 일이었지만 요즘처럼 연애가 범람하는 시절도 드문 것 같다. 단연컨데 지금은 연애에 대한 환상도 거기에 따르는 상품도 역사상 그 어느 시기보다 가장 넘치는 시기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넘쳐나는 것이 무엇이 나쁘겠냐만은 그래도 지금의 상황이 이상하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최근 인터넷을 중심으로 범람하는 남/여 역차별의 주된 화제는 데이트 비용이다. 남성이 일방적으로 지불하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어떤 한심한 TV 프로그램에서는 젊은 여성들이..

보살행과 선물

대승불교에서는 “보살행을 하면 스스로 보살행을 한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보살행이 아니다.” 라고 말한다. 보살행은 이타행이다. 즉 나를 버리고 다른 이를 위하여 보시를 베푸는 한편, 계율을 지키고 선정에 잠겨 마침내 반야바라밀 즉 최고의 지혜를 얻는데 이르는 것이다. 보살행을 함에 있어서 그것이 보살행임을 인지하지 말라는 것은 그것을 인지함과 동시에 마음 속에 대가를 원하는 생각이 자라나기 때문이다. 즉 작게는 나의 보시를 물건이나 금전으로 보상받고 싶다는 마음이 크게는 이 보살행을 통해 성불(成佛)이라는 대가를 얻어내겠다는 마음이 자라나는 것을 막기 위해 보살행에 대한 인식 자체를 금기시하는 것이다. 이는 베푸는 사람만이 기억해야 할 것이 아니다. 보시를 받는 사람 역시 여기에 대한 어떠한 부담감이나 부..

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

상나라에 태갑(太甲)과 이윤(伊尹)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윤은 상나라를 세운 탕을 도운 명 재상이었고, 태갑은 탕의 손자로 상의 왕위를 이었다. 그러나 태갑은 왕위에 올라 포학하게 굴고 방탕한 생활을 계속하였다. 결국 개국공신이었던 이윤은 태갑을 동궁(桐宮)에 감금하고 3년 동안 섭정하였다. 그리고 3년이 지난 후 이윤은 반성한 태갑을 다시 불러 천자의 자리에 다시 올렸고 태갑은 이윤에게 절하며 감사를 표한다. 이 이야기는 서경에 실려있다. 보통 태갑과 이윤의 이야기는 정치적으로 해석된다. 유교사회에서 신하가 임금을 훈계하는 내용으로 숱하게 재생산되었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윤이라는 사람의 개인적인 감정에 대해서 생각해본 사람은 없었다. 이윤은 상나라의 개국공신이자 재상이며 태갑을 어릴 때부터 ..

도쿄의 호리코시 지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한나 아렌트는 15년의 도피 끝에 붙잡혀 예루살렘에서 재판을 받은 유대인 학살자 아이히만를 지켜보고 쓴 저서의 부제를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라고 붙였다. 그녀는 자신은 다만 상부의 지시에 따랗을 뿐이라고 주장했던 아이히만을 보면서 그에게 부당한 명령을 무비판적으로 수행한 죄목을 물었다. 아이히만은 충실한 군인, 착한 아버지, 독실한 신자였지만 그가 유대인 학살의 주범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흔히 악인과 선인을 칼로 무 자르듯이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은 없다. 오히려 한나 아렌트의 지적처럼 악은 평범한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새 작품 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익히 알려져 있듯이 그 애니매이션은 제로센의 설계자 호리코시 지로의 일생을 소재로 삼고..

사문난적 8월 특강

사문난적에서 합숙 대신 1주일 간 8월 특강을 진행합니다. 목표는 동양사상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지식을 쌓는 것입니다. 사문난적 학회원들 외에 아무나 들어오셔도 관계 없습니다. 매 강은, 준비한 텍스트를 같이 읽고 설명을 진행하고 질의,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1강당 시간은 2시간~2시간 반으로 예상됩니다. 주제 : 동양사상과 인문학 1강: 동양사상의 탄생과 제자백가 시,서,역경의 탄생과 유학의 탄생, 묵가, 법가, 도가, 양주, 장자, 관중. 유학의 승리와 동양적 公私관념 2강: 유학과 신유학, 그리고 오늘의 유학 -순자와 맹자, 한당유학과 송대 신유학, 그리고 명대의 양명학과 청대의 고증학, 마지막으로 조선성리학과 유교근대화론 3강: 불교의 전래와 정착 원시불교의 탄생과 분열. 교학불교의 성장..

하세데라(長谷寺) 예찬

하세데라(長谷寺) 예찬 내가 하세데라에 도착한 것은 2012년의 초가을이었다. 혼자 그곳을 찾았다. 아직 여름의 더위가 가시지 않고 가을의 정서가 완벽하지 않던 때였다. 일본의 여름이 한반도의 그것보다 다소 길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아직 여름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날씨였다. 그 날 일정은 이랬다. 새벽부터 부슬거리는 비를 뚫고서 JR을 타고 호류지(法隆寺)에 갔다가 근처의 호린지(法輪寺)와 호키지(法起寺)로 행했다. 호키지 앞에서 야마토코리야마(大和郡山)로 향하는 버스를 타는데 무려 한시간 반이나 기다려야했다. 야마토코리야마에서 우네비고료마에역으로 가서 나라현립 가시하라고고학연구소의 부속 박물관을 보고 초대 천황인 진무천황이 내려온 곳이라는 가시하라신궁에 가기로 하였다. 거기서 나는 나라 남부의 아주 ..

도(道)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朝聞道 夕死可矣)"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예전에 논어를 읽을 때는 아침과 저녁 사이를 단지 짧은 시간의 단위로만 해석하여 "진리를 알게 된다면 바로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뜻 정도로 해석했다. 참 공자는 도에 목말라 있구나 정도로... 그런데 최근에 의문이 들었다. 진리를 아는 것 자체가 목표라면 어째서 도를 들은 아침에 바로 죽지 않는가? 굳이 저녁까지 기다려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에 내린 결론은 이렇다. 아침과 저녁 사이 해가 떠서 지는 그 사이의 시간은 바로 도의 실천을 위한 시간이다. 아무리 대단한 진리를 들어도 그것이 진정 적용될 수 있는지 없는지는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마음 속에 있는 일말의 작은 의혹도 없이 깨끗하게 죽을 수 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