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無等)은 날이 흐려서 잘 보이지 않았다. 가까운 검은 산들을 거느리고 회색의 구름 숲 속에 무등은 있었다. 나는 지금 충장로와 중앙로를 가로지르는 금남로 3가와 4가 사이 '충금' 다방 2층에 앉아있다. 광주고속터미널은 내가 본 그 어느 대도시 터미널보다 초라하고 궁핍했으며 무더웠고 지친 모습이었다. 땀이 폭포처럼 옷 사이로 흘러내렸다. 지금은 저녁 6시. 광주에 도착한 지 2시간이 흘렀다. 터미널에서 부산이나 해남 혹은 이리 방면의 차표를 끊으려 예매처를 기웃거렸으나 너무 혼잡하고 더러워서 터미널을 버리고 길을 건너 신문들을 한 뭉치 샀다. 내가 써두고 온 기사가 나와 있었다. 갑자기 욕지기가 치밀었다. 수퍼마켓에 들어가 필름 한 통을 샀다. 어디로 갈 것인가. 보도 블록 위에 주저앉았다. 황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