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건을 보는 눈 - 저 괴물을 만든건 나다.

同黎 2014. 4. 18. 23:03

세월호 사건을 보는 눈 - 저 괴물을 만든건 나다.


1. 원래 이 사건에 대해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들이 이미 소비되고 있기 때문에 내가 굳이 거기에 또 하나의 이야기를 더할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나는 그 수많은 아까운 목숨들의 죽음과 고통을 나와 너의 것으로 체화시키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타인의 죽음과 고통을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와 그리고 나만큼 소중한 '너'의 것으로 느끼고 공감하지 못한다면, 내가 하는 그 어떤 것도 죽음을 진심으로 아파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럴 때는 백 마디의 말보다 슬퍼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며 그/녀들이 고통을 삭힐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더 나은 일이다.


그러나 내가 입을 열게 된 것은 이 고통을 소비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그들이 일베나 유언비를 만들어내는 초등학생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바로 당신들이 그 고통을 소비하는 악랄한 소비자들이다. 자신이 한 일을 돌아보지 못하고 선장에게 왜 죽지 않았냐며 몰아세우는 악마들이다. 3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죽거나 생사를 모르게 만드는 저 괴물을 키운 것은 바로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이지만, 마치 자신은 모르는 양, 아주 죄도 없는 양 인터넷에서 혹은 잡담으로 걱정을 배설하고 또 소비하는 것은 바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다.


2. 콘크리트로 튼튼하게 지은 아파트도 20년이 지나면 균열이 가고 보수를 해야 한다. 그래도 안되면 철거한다. 그런데 바다라는 가장 험난한 자연환경을 20년동안 견딘 선박을 수입하여 하중을 더하도록 보수하여 쓰게 해준 것은 누구인가? 그것은 바로 우리가 선거로 선출한 정부이다. 이명박 정권은 규제 철폐라는 이름 하에 선박의 사용가능한 연령을 연장해주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자본가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자본주의 사회는 그대로 두면 반드시 폭주하기 마련이다. 규제라는 것은 바로 이 위험성을 깨달아 그것이 근본적의로 자본주의의 재생산기반까지 파괴할 것이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깨달은 자본주의자들의 협약이지 전혀 반자본주의적인 것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경제성장이라는 허상에 사로잡혀 마지막 보루인 규제를 철폐하도록 용인하였다. 규제 철폐는 간단히 이야기하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인간의 권리나 안전을 더 침해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나의 권리와 안전을 포기하는 것이 암묵적으로 동의했고, 그것은 바로 오늘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다. 이 다음은 바로 너라고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세월호 사건의 다음 희생자가 우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며, 그것을 용인한 것은 실은 우리라는 것을 외면하며 단지 '슬픔을 보여줄' 뿐이다.


3. 이 사건을 통해 소위 '기레기'라고 불리는 언론에 대한 대중의 비난 여론이 극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왜 그래야 하는가? 기레기들은 자본주의 논리에 가장 충실한 직업이들이 아니던가? 더 많은 클릭수와 시청률, 그리고 그에 따를 광고비 상승을 위해 더 선정적인 기사를 생산해내는 이들이야 말로 이 자본주의 사회에 가장 충실하여 훌륭한 직업인으로 칭송받아야 할 이들이 아니던가?


기자들에게 자본주의적 논리와 다른 행동을 바라는 건 그래도 이 사회가 경제 논리 외에 다른 것으도로 움직여야 한다는 상식의 발로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스스로 지킬 생각은 하지 않고 '기자', '관료', '연예인' 같은 눈에 보이는 이들에게만 요구한다. 자신은 경제논리에 그대로 빠져 살아지는데로 살고 있으면서 어째서 기자들에게는 다른 것을 기대하는가?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괴물을 만들어낸 것은 바로 나와 당신이다. 결코 공감할 수 없을 슬픔을 공감한다고 가장하여 소비하지 말고, 나의 삶부터 돌아보자. 그리고 묵묵히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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