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詩

절교 - 전윤호

同黎 2013. 7. 14. 15:54

절교 

                  전윤호

이제 내가 죽을 만큼 외롭다는 걸 아는 자는 없다 
그대의 전화번호를 지우고 짐을 챙긴다 
밖으로 통하는 문은 잠겼다 더 이상 
좁은 내 속을 들키지 않을 것이다 
한잔해야지 
나처럼 보이는 게 전부인 사람들과 
정치를 말하고 역사를 말하고 비난하면서 
점점 길어지는 밤을 보내야지 
한 재산 만들 능력은 없어도 
식구들 밥은 굶지 않으니 
뒤에서 손가락질 받지 않고 
변변치 않은 자존심 상할 일도 없다 
남들 앞에서 울지만 않는다면 
나이 값하면서 늙어간다 칭찬 받고 
단 둘이 만나자는 사람은 없어도 
따돌림 당하는 일도 없겠지. 
멀 더 바래 
그저 가끔 울적해지고 
먼 산 보며 혼잣말이나 할 테지 
이제 내가 죽을 만큼 아프다는 걸 아는 자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