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詩

월평 - 전윤호

同黎 2013. 10. 6. 01:28

월평


                              전윤호


월평 가는 버스는 언제 오나요
넘을 수 없는 절벽 아래
굽이쳐 돌아가는 시퍼런 강물을 바라보며
오래 기다리고 있어요

정류장의 낡은 표지판으로
비스듬히 떨어지는 여름 햇살이 조약돌을 달구는 동안
수달이 길을 낸 동굴 어디쯤
푸른 지붕에 짐 보따리를 올린 버스가 오고 있나요

별들이 쏟아지는 한밤중
달맞이꽃들 사이로 반딧불이 날면
뱀장어처럼 매끄러운 옛 애인이 춤을 추는 곳
월평 가는 버스는 언제 오나요

이윤이 남지 않는 탄 더미처럼
마지막 기차역에 부려진 내 인생
세상은 공정하지 않아요
가진 자들끼리 붙어먹지요

월평 가는 버스는 언제 오나요
한 번쯤 멀리 서 온 귀빈처럼
온 마을 사람들의 환영을 받으며
날아오르고 싶어요

*월평- 정선 가리왕산 인근의 마을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