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남의 글

부활 - 김규항

同黎 2014. 1. 10. 00:44
예수의 부활이 사실인가를 둘러싼 논쟁은 끝이 없다. 기독교도들은 '부활이 없었다면 기독교도 없었다'며 굳세게 예수의 부활을 주장한다. 반면 부활은 많은 사람들에게 기독교를 불신하는 가장 주요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예수의 부활은 역사 속에 실재한 사건임에 틀림없다. 예수가 부활하지 않고는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가장 극적인 일은 예수가 잡히자 뿔뿔이 흩어졌던 제자들이 어느 순간 '예수가 부활했다!' 외치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예수를 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의 달라진 모습 사이에 예수의 부활 사건이 있다.

문제는 예수의 부활이 사실인가가 아니라 부활이 무엇인가다. 예수의 부활을 둘러싼 모든 주장과 논란은 예수의 부활이 육체의 부활, 즉 예수의 죽은 세포들이 재생한 사건이라는 전제를 갖는다. 그러나 부활이 단지 죽은 육체가 되살아난 것이라면 부활은 '영원한 생명'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살아난 육체는 즉시 노화를 시작하고 어쩌면 그날 다시 죽을 수도 있다. 죽은 육체가 사흘 만에 살아났다는 건 단지 육체가 사흘 동안 노화를 멈추었다는 의미일 뿐이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이적이지만, 그런 이적이 우리의 존경이나 신앙을 불러일으킬 수는 없다.

이 문제에 대해 예수는 이미 제자들 앞에서 충분히 이야기한 바 있다. 사람은 대개 육체를 사용하는 시간을 목숨이 유지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 유한함은 우리를 겸허하게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집착에 빠지게 한다. 금방이라도 인생이 지나가 버릴까 아쉬워, 혹은 반대로 인생이 영원하기라도 한 것처럼, 집착하는 것이다. 그래서 거의 모든 사람들은 크든 작든 이런저런 온갖 부질없는 욕망과 집착에 사로잡히고 떠밀려 인생을 보낸다. 예수는 그렇지 않다고, 육체의 목숨은 진정한 목숨이 아니라고, 육체의 목숨에 연연하면 진정한 목숨을 영원히 잃고 만다고 말한다.(8:34~38) 제자들은 예수의 죽은 몸이 살아난 광경을 본 것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게 다라면 그들은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이미 살아 있는 예수를 떠났었다. 그들은 예수가 말한 '진정한 목숨'의 의미를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가 죽지 않았다고, 영원히 살아 있다고 외치기 시작한 것이다.

목숨이란, 살아 있다는 것이란 진정 무엇인가? 육체의 젊음과 아름다움은 그것이 찬미되는 순간에도 이미 늙고 있다. 엄청난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누구보다 힘차게 살아 있는 듯 보이나, 그들을 둘러싼 모든 인간적 호의와 관계들은 대개 그들이 가진 돈과 권력을 향한 것이다. 그들이 살아 있는 게 아니라 돈과 권력이 그들의 시체를 쓰고 살아 있는 것이다. 스무 살짜리 노인도 있고 여든이 넘은 청년도 있다. 몸은 살아 있되 목숨은 죽은 사람도 있고, 몸은 죽은 지 오래이나 목숨은 생생히 살아 있는 사람도 있다. 목숨이 소중한 것을 모르는 사람은 세상에 없지만 진정한 목숨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묵상하는 사람은 참 드물다. 그래서 육체의 목숨에 집착하느라, 그 목숨이 지속하는 시간 동안의 안락과 이런저런 부질없는 욕망의 충족에 매달리느라 정작 그 시간조차 허비하고 마는 게 우리의 인생이다.

우리는 예수의 제자들이 그랬듯, 내 삶 속에서 예수가 부활하게 함으로써 영원한 목숨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은 오랜 종교적 수련이나 특별한 구도 행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누구라도, 바로 이 순간에 선택할 수 있는 일이다. 남보다 많이 가진 것을 자랑스러워하던 사람이 이 순간 그런 삶을 부끄럽게 여기고 자발적 가난을 선택한다면 예수가 그 안에서 부활한 것이다. 권력을 얻어 낮고 약한 사람들 편에 서겠다던 사람이 이 순간 스스로 권력을 잃어 낮고 약한 사람들을 섬기는 삶을 살기 시작한다면 예수가 그 안에서 부활한 것이다. '옳다는 건 알지만 현실이',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좀더 경제적 안정을 얻고 나서' 라고 되뇌며 제 삶의 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던 사람이 이 순간 고통스러운 삶의 현장으로 새처럼 훌쩍 날아오른다면 예수가 그 안에서 부활한 것이다.

2천 년 전에 몸은 죽었지만 여전히 우리 곁에서 살아 숨 쉬는 예수는 우리에게 묻는다. '목숨이 뭐라고 생각합니까? 정말 살아 있다고 생각합니까?' (예수전 261~2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