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남의 글 7

부활 - 김규항

부활 예수의 부활이 사실인가를 둘러싼 논쟁은 끝이 없다. 기독교도들은 '부활이 없었다면 기독교도 없었다'며 굳세게 예수의 부활을 주장한다. 반면 부활은 많은 사람들에게 기독교를 불신하는 가장 주요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예수의 부활은 역사 속에 실재한 사건임에 틀림없다. 예수가 부활하지 않고는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가장 극적인 일은 예수가 잡히자 뿔뿔이 흩어졌던 제자들이 어느 순간 '예수가 부활했다!' 외치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예수를 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의 달라진 모습 사이에 예수의 부활 사건이 있다. 문제는 예수의 부활이 사실인가가 아니라 부활이 무엇인가다. 예수의 부활을 둘러싼 모든 주장과 논란은 예수의 부활이 육체의 부활, 즉 예수의 죽은 세포들이 재생한 사..

雜/남의 글 2014.01.10

인동작변-만들어진 사건, 은폐된 기억 (박범)

인동작변-만들어진 사건, 은폐된 기억 정조의 사후 정순왕후의 수렴정치 기간 동안 정조가 추진해온 수 많은 정책들이 무산되고 다수의 정치가들이 숙청되었다. 이 때 노론 벽파는 남인들에 대한 정치 공세를 통해 그들의 정치적 재기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대표적인 사건으로 1801년의 신유박해를 들 수 있다. 신유박해는 노론 벽파가 천주교에 경도된 기호 남인들을 대대적으로 숙청하기 위해 일으킨 종교적 정치적 사건이었다. 그러나 당시 남인은 두 부류로 구분해서 보아야 한다. 기호 남인과 영남 남인이다. 당시 남인은 천주교도라는 도식 아래 신유박해를 통해 남인이 대거 몰락했다고 역사적 판단을 하지만 영남 남인은 천주교에 관심이 거의 없었고, 신유박해 당시에도 처벌 받은 영남 남인은 거의 없었다. 즉 신유박해..

雜/남의 글 2013.12.09

LG-POSCO 경영관을 구경한 학생들에게

LG-POSCO 경영관을 구경한 학생들에게 경영대학에서 건축비 전액을 자체 모금해서 건립된 LG-POSCO 경영관이 개관된 오늘, 나도 여러분과 함께 구경을 했습니다. 세계 유명 경영대의 건물들을 한 달 동안 답사한 후 설계한 건물, 롯데 호텔처럼 지었다고 자랑하는 건물, 교수들이 발벗고 나서서 모금해서 지은 건물, 우리나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고급 수준의 대학 건물을 둘러보면서 여러분들 못지 않게 나도 감탄을 연발했습니다. 게다가 세계적인 스타급 연사인 앨빈 토플러의 강연까지 개최하는 경영대의 재력은 그야말로 구경꾼의 기를 죽이기에 충분했습니다. 사랑하는 학생 여러분, 대리석과 고급 마감재로 장식한 복도를 걸으면서 여러분은 무엇을 느꼈습니까? 이 정도로 최고급의 대학 건물이 우리 캠퍼스에 지어졌..

雜/남의 글 2013.03.08

인촌이 흑막에 싸인 날

인촌이 흑막에 싸인 날 /산하 제가 졸업한 학교의 본관 앞에는 한 사람의 동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인촌 김성수. 이 양반의 과거 행적에 대해서야 의견이 분분합니다만,어쨌건 구리옷 입은 인촌은 수십년 동안 학교 본관 앞 정 중앙에서 안암의 언덕을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동상 뿐 아니라 원래는 그 묘지도 학교 안에 있었습니다. 문과대 뒤 그윽한 숲속 깔끔한 잔디 자락에 자리잡았던 인촌묘소는 그 호젓한 분위기 덕분에 학생들의 단골 술자리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지하의 인촌이 이놈들아 시끄럽다~~~~ 무덤을 뚫고 나오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우리는 떠들었고 노래 불렀고 꽹과리를 두들겼습니다. 그 꼴을 보다 못해선지, 아님 다른 명당을 찾았는지 인촌 묘소는 다른 곳으로 옮겨졌습니다. 헌데 학교 안에 또 하나의 인..

雜/남의 글 2013.03.08

민족과 민족주의 - 최원

다소 내가 장황하게 얘기했던 신자유주의하에서의 민족-국가와 민족주의의 새로운 국면에 대해 최원씨가 예전에 간략하게 적은 글입니다. 지금 생각으로는 합숙 때에 유대양식으로서의 민족-국가와 생산양식으로서의 자본주의 세계체제를 2차세계대전이후부터 살펴볼 생각입니다. 다만 세미나가 2차로 한정된 관계로 깊게 들어가기는 힘들듯 합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예정이며, 작업 중에 변경될 수 있습니다;;; 1. 민족은 중심에서만 존재했다. 2. 주변과 반주변은 항상 과소민족에 불과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증거는 명백하다--분단) 3. 주변에서의 민족주의는 중심의 제국주의적 식민지 쟁탈 전쟁, 정복과 지배에 대한 저항과 해방을 위해서 채택되었던 이데올로기였고 그러한 싸움을 조직하는데 긍정적인 방식으로 작동하기도..

雜/남의 글 2013.03.08

정운영 선생을 추억하며 - 윤소영

정운영 선생을 추억하며 윤 소 영 추석 며칠 전날 한밤중에 정운영 선생의 전화를 받았는데, 느닷없이 자신의 책들을 내게 맡기겠다는 말씀이셨다. 어림잡아도 2만 권쯤 되는 장서는 선생이 유학 시절부터 모아오신 것으로 그 규모와 범위는 경제학계에서도 아주 유명한 것이었다. 그런데 애지중지하던 그 책들을 내게 맡기시겠다니.... 지난 봄에 뵐 때 신장에 이상이 생겨 고생하신다는 말씀은 들었지만, 그냥 잔병치레거니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터에 갑자기 그런 말씀을 듣고 불안하기는 했지만, 추석쯤 퇴원할 수 있을 것이니 그 때 다시 의논하자는 말씀을 곧이곧대로 믿고 싶었다. 그러나 추석 다다음날 사모님의 급한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선생을 찾아뵈니 힘겹게 단 두 마디 말씀만 하셨다. 한참 물끄러미 나를 보시다가 “..

雜/남의 글 2013.03.08

그대 이름은 '무식한 대학생' - 홍세화

그대 이름은 '무식한 대학생' - 홍세화 그대는 대학에 입학했다. 한국의 수많은 무식한 대학생의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지금까지 그대는 12년 동안 줄세우기 경쟁시험에서 앞부분을 차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영어 단어를 암기하고 수학 공식을 풀었으며 주입식 교육을 받아들였다. 선행학습, 야간자율학습, 보충수업 등 학습노동에 시달렸으며 사교육비로 부모님 재산을 축냈다. 그것은 시험문제 풀이 요령을 익힌 노동이었지 공부가 아니었다. 그대는 그 동안 고전 한 권 제대로 읽지 않았다. 그리고 대학에 입학했다. 그대의 대학 주위를 둘러 보라. 그 곳이 대학가인가? 12년 동안 고생한 그대를 위해 마련된 '먹고 마시고 놀자'판의 위락시설 아니던가. 그대가 입학한 대학과 학과는 그대가 선택한 게 아니다. 그대가 ..

雜/남의 글 2013.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