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사이대원정 8일 - 오카야마1 (키비츠신사吉備津神社1)

오늘도 숙소를 나선다.

갈 곳이 많기에 새벽같이 길을 나섰다.

오카야마 쪽은 처음 가는 것이라서

신칸센 타러 가는 길

신오사카역은 정말 크네

20번 가고시마까지 가는 사쿠라 신칸센을 탄다.

깜빡 졸면 졸지에 규슈 구경하는 거다.

오사카를 떠나는 중

1시간도 안 걸린다. 50분 정도면 된다.

대전보다 조금 더 되는 거리이다.

뭐 한국 KTX보다 조금 더 빠른 건데 신칸센도 노선이

직선화가 많이 안 됐다고는 해도 안락함에는 상대가 안 된다.

오카야마역 도착

급하게 환승하느라 사진을 못 찍었는데 여기서 키비츠선으로 환승해야 한다.

같은 오카야마시라고 하지만 키비츠 쪽으로 가는 길은 완전 농촌이다.

오카야마라서 큰 도시를 생각했는데 계속되는 논밭에 어리둥절

뭔가 나라현에 온 느낌이다.

이렇게 20분 정도 달리면

키비츠역에 도착. 상당히 작은 역이다.

키비츠가 위치한 행정구역은 오카야마시 북구

그러나 지도를 살펴보면 북구가 상당히 광대한데

과거 키비군 다카마츠촌이었던 부분이 북구에 편입되면서 이렇게 되었다.

메이지천황이 여기도 왔나보다.

그의 차가 주차되었던 유적이라고 표시해놨다.

과거에는 메이지천황이 순행했던 곳, 묵었던 곳이 모두 사적이었다.

그러나 전후 모두 사적해서 해제되고 이렇게 지역에서 소소하게 기념하는 표석들만 여기저기 남았다.

떠나가는 기차

기차라고 하기엔 뛰어오는 손님도 기다려 주는 등 거의 마을버스 수준이다.

작은 키비츠역

반대편에 들어오는 기차

뜻밖에도 이렇게 작은 기차역에 오게 되었다.

섭정 전하의 주차유적

여기서의 섭정은 바로 다이쇼천황의 아들인 후의 쇼와 천황이다.

키비츠신사까지 600미터

작은 키비츠역을 나선다.

열차 시간표

이처럼 차가 흔하지 않다. 30분에 한 대 정도

주변 지도

키비츠신사가 자리잡고 있는 나카야마(中山)을 중심으로 많은 유적이 있다고 하는데 이걸 다 보진 못한다.

우리는 오늘 오카야마와 쿠라시키까지 가야 한다.

역을 나선다

완전 시골 풍경

다행히 비도 개었고 걸을 만하다.

아무도 없는 마을 길

그래도 신사까지 가는 길은 표시가 되어있어 길을 잃어버릴 염려는 없다.

길을 쭉 걸어가다보면

신사방향을 알려주는 안내판과 석등이 나오고

관폐중사 키비츠신사라는 표석도 나온다.

관폐중사는 메이지시대 전국의 신사에게 매겼던 등급 중 하나인데 제3위에 해당한다.

관폐대사-국폐대사-관폐중사-국폐중사 이런 순이다.

안내판 방향으로 가니 다리와 도리이가 보인다.

앞에는 야구부인지 중학생 쯤 되어보이는 애들이 훈련 중이었는데 지나가면서 우리에게 인사를 한다.

이렇게 보니 또 아침의 신사는 새롭다.

우리가 지나온 하천

한쪽에는 수문이 보인다.

가는 길에 발견한 도깨비 모양의 조각

죽은 나무의 뿌리를 안 뽑고 조각한 것인데 이 지역에 전승되는 우라 혹은 온라 전설과 관련이 있나 싶다.

도리이를 지난다

아무도 없이 조용한 신사

일본인들은 고향의 이미지를 이런 곳에서 읽고는 한단다.

키비츠신사(吉備津神社)라는 현판

가는 길에 보니 고대 청동기시대의 동탁에 이 지역의 신인

키비츠히코노미코토(吉備津彦命)의 모습과 타카마츠라는 동네 이름이 붙어 있다.

고대 무장의 복장을 하고 있는 키비츠히코노미코토. 우리가 가는 키비츠신사의 주신이다.

전설에 따르면 그는 7대 고레이천황(孝霊天皇)의 아들이면서 신화상 건국 초기의 황족 장군으로

네 방면을 개척한 사도장군(四道将軍) 중 한 사람이다. 키비씨의 조상으로도 여기지는 그는

10대 스진천황의 명을 받고 이 지역의 악마인 온라(혹은 우라, 温羅)를 토벌하기 위해

이 곳으로 오는데 진을 친 본부가 바로 나카야마의 키비츠신사였다고 한다.

이 지역은 과거 키비국이라는 쿠니 중의 하나인데

하나의 독자적 세력이었던 것이 야마토정권에 편입되었다고 보여진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 저곳 유적이 많다.

옆으로 논이 펼쳐져 있는데 산이 솟아있다.

이 산이 바로 나카야마이다.

정면을 향하니 3개의 봉우리가 보인다.

가장 오른쪽과

가장 왼쪽

가는 길에 서 있는 시비

뭔가를 파는 모양인데 비수기이기도 하고 워낙 아침이라 그냥 닫은 듯

이제 올라가본다

신사 입구의 석등과 테미즈야

소중하게 모셔지고 있는 신석(神石)

시치암(矢置岩)이란 바위인데 화살을 두었던 곳이란다. 아까 이야기했지만

이 곳은 온라라는 악마를 치기 위해 키비츠히코노미코토가 진을 쳤던 곳이다.

키비츠히코는 활을 쏘아 온라를 물리치는데 그 화살이 여기에 두었던 것이라고 한다.

이 때 쏜 화살 2개 중 하나는 바위에 삼켜지고 하나는 온라의 왼쪽 눈을 꿰뚫었는데 온라는 꿩으로 변해

도망치고 키비츠히코는 매로 변해 따라가며, 온라가 다시 잉어로 몸을 바꾸자, 키비츠히코는 가마우지로

다시 바꿔 마침내 잡아 죽였다고 한다. 그때 그를 수행한 개와 꿩과 원숭이를 상징하는 부하 3명이 있는데

이 이야기가 나중에 변해 복숭아에서 태어나 악마를 물리쳤던 모모타로 이야기로 발전했다고 보고 있다.

시치암 안내판

관폐중사 길비진신사 표석

경내 안내도

생각보다 엄청 크다

국보로 지정된 본전과 대전 외에 뒤편으로 섭말사가 회랑을 통해 죽 이어져 있는 게 특징이다.

조용히 하라는 안내판

또 계단이다

뭐 그래도 이 정도는

올라가자

계단을 오르면 문이 하나 나오는데

북수신문이다.

수신은 귀족을 호위하던 호위병을 일컫는데 이곳은 수신문이 남북 두 곳이 있다.

이래봬도 무로마치시대의 건물로 중요문화재이다.

문화재 안내판

이 곳을 지나 또 계단을 오르면

본전으로 통하는 문이 보인다.

바로 배전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문이 하나가 앞에 더 있는 구조로

아마 임시로 설치한 가건물 같다.

문에 걸려있는 키비츠궁이라는 현판

안으로 들어가면 긴 세로형의 배전과 뒤편의 본전이 보인다.

평적안민(平賊安民)

도적을 평정해 백성을 편안하게 한다.

앞서 본 온라 설화에 기인한 건가?

옆에서 본 모습

길게 빠져나온 배전 뒤로 이중으로 된 본전이 있다.

모두 국보이다.

무로마치시대 초기인 1390년에 막부의 3대 쇼군인 아시카가 요시미츠가 재건하였는데,

따지고 보면 조선 건국보다 조금 빠른 건물이니 상당히 오래되었다.

건물 크기는 우리가 보지 못해서 그렇지 일본 3대 본전에 들 정도로 크다고 한다.

이중으로 된 본전의 모습

길게 하늘로 향한 지붕이 보인다. 신이 내려오는 곳이다.

신사 구경하는데 한쪽에서 고양이가 몸단장 중이다.

귀여워서 만져주는 중

근데 신경도 안 쓴다.

개들은 이러면 막 좋아하는데

귀찮아 한다. 역시 나는 개가 더 좋다.

본전 뒤편의 모습

사무소 한켠에 놓여 있는 종

아마 에도시대의 것인 듯 한데

중요미술품이라고 한다.

동종 안내문

한쪽에는 요코즈나가 된 기념으로 스모선수가 바친 에마가 있다.

요코즈나는 신이 머무는 신체로서의 의미도 있다.

스모를 통해 가장 강한 신체를 지닌 자를 신이 머무는 집으로 삼는 것이다.

건물은 장대하지만 건물을 좀 자세히 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흐음

그래서 사진을 가져왔다.

위쪽에서 찍은 사진

본전이 이중으로 된 것은 가장 안쪽에 주신인 키비츠히코를 모시고

그 앞에 부속된 여러 신을 모시기 때문이다.

복잡한 형식인데 우아하게 마무리했다.

지붕도 자연스럽게 날아가듯이 시공되었다.

높다랗게 선 배전 지붕과 그 아래 차양처럼 친 기와지붕

이렇게 보니 우아하고 멋있다.

여기 모셔진 키비츠히코는 황족이라고는 하지만 이 지역의 신일 가능성이 높다.

온라라는 이전 토착 세력을 물리치고 이 지역의 새로운 토착세력이 되었는데 이를

야마토 정권과 연결시키면서 황족으로 편입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애초에 7대 천황은

결사팔대라고 하여 기록이 아에 없는 천황이고 이 때의 기록은 전설에 가깝다.

또한 이른바 사도장군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실증됐는데 이른바 사이타마현 이나리 고분에서

발견된 금착명철검(金錯銘鐵劍)에는 사도장군 중 하나인 오히코노미코토(大彦命)에서 8대로

이어지는 족보가 새겨져있는데, 여기에는 황족과 관련된 언급이 없다. 이들이 야마토정권과

어떠한 관계였는지는 더 고찰해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내가 할 일은 아니다.

산 위에서 본 모습

우리는 망원렌즈라는 것이 없으니 이런 사진은 못 찍는다.

어쨌든 아쉽게나마 찍어보는 사진

배전과 본전 일부

아침에 열린 본전의 문

멀리 신이 모셔진 문이 보인다.

한쪽에는 신마가 모셔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