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詩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同黎 2013. 3. 12. 00:03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에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죄와 벌 - 김수영  (0) 2013.03.21
너를 잃고 - 김수영  (0) 2013.03.21
저녁에 - 김광섭  (0) 2013.03.12
임시 야간 숙소 - 브레히트  (0) 2013.03.12
살아남은 자의 슬픔 - 브레히트  (0) 2013.03.12
사상의 거처 - 김남주  (0) 2013.03.08
바보 과대표 - 홍치산  (0) 2013.03.08
수선화에게 - 정호승  (0) 2013.03.04
어느 책 읽는 노동자의 의문 - 브레히트 (낭독 이자람)  (1) 2012.12.16
젊은 날 - 백기완(낭독)  (1) 2012.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