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부리 사내
안현미
사내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건 157번 버스가 청량리 굴다리를 막 지나갈 때였다 밤새 홍등이 내걸렸던 골목에선 비릿한 사향 냄새 안개처럼 풀려 나오고 그 골목의 꽃들은 흡반처럼 그 안개를 빨아먹고 흐드러지고 있었다 수상하다면 수상한 날이었지만 수상하지 않은 날이 더 수상한 그 골목에서 그러니까 일상이 수상한 일들로 반복되는 그 골목에서 부리부리한 사내의 출현은 그닥 수상할 것도 없었지만 그 골목의 포주들은 함부로 씨를 뿌리고 가는 사람들에게만 상냥했고 아침의 행인들은 무관심함을 가장했다 그 상냥함과 무관심 사이에서 사내는 어떤 환영처럼 유리벽 속에서 걸어 나왔던 것인데 사내는 왼쪽 볼에 씨방 같은 혹을 달고 부리부리한 눈빛으로 나를 일갈한 뒤 수상하다면 수상한 벽처럼 걸어갔다 사내로부터 환청처럼 어떤 여자의 비명소리 안개처럼 풀려 나오고 수상하다면 수상하게 그 골목의 꽃들은 환상처럼 혹을 매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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