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반대의견 개진의 건

同黎 2015. 10. 26. 01:11

국정교과서 반대의견 개진의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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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또는 단체명 : 박세연

주 소 : 서울시 성북구 안암동5103-230

전화번호 : 010-5288-0198

반대의견 사유 :
저는 국사편찬위원장이 나온 학교의 한국사학과에서 공부하는 대학원생입니다. 역사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지금까지의 역사학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생각해봤습니다. “역사학의 역사는 말 그대로 백화제방 백가쟁명의 연속이었습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생각과 주장을 해왔고 실증과 입증으로 자신의 주장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서로의 다름이 결코 일방적인 따돌림을 통해서 제거되지 않았습니다. 서로의 주장들은 이해와 인정을 통해 마치 작은 모래알처럼 수 십 년에 걸쳐 쌓였고, 그 작은 모래알들은 현재의 역사학을 떠받치고 있는 단단한 땅을 이루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역사학은 35년간의 제국주의 아래에서도, 군사정권과 독재의 아래에서도 부족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인문학의 역할을 묵묵히 하면서 한국사회의 다양성을 떠받치는 토양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역사학은 아직도 부족합니다. 우리에게는 일제 치하에서도 자국의 식민통치를 비판했던 일본의 역사학자 같은 인물들이 부족합니다. 전후에도 야스쿠니를 참배하며 과거의 향수를 그리워하는 일본의 우경화가 강해지는 와중에도 일본의 역사학자들은 반성과 사과를 잊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역사학자들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일본의 역사교육이 검정이라는 최소한의 다양성을 보장해주고 그를 통해 시민사회가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국정교과서를 채택하는 중국의 역사학자들은 어떠합니까? 한국 정부에서 그토록 비판하는 동북공정은 어떤 역사교육을 받은 이들에 의해서 이루어졌습니까? 모두가 그렇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신화를 역사로 둔갑시키고 모든 역사학을 현행 중국정부의 입맛에 맞추어 쓰며 국제사회의 분쟁을 야기하는 역사학은 시민의 부재와 정권에의 눈치보기 때문에 중국 내에서만 통용되는 역사학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 역사교육을 선택해야 하겠습니까? 우리 이웃에 있는 두 나라의 역사학은 우리가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할지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설령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여 현재 박근혜 정부가 원하는 대로 역사를 서술한다고 해도 역사학은 결코 패배하지 않습니다. 70~80년대 독재와 군사정권 하에서 만들어진 국정교과서로 공부한 학생들이 이제는 교육부가 좌편향되었다고 매도하는 훌륭한 역사학자가 되었습니다. 역사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서로의 다름을 차별로 만들지 않으며 그렇게 논쟁하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역사학은 스스로 발전하기 때문입니다.

역사학 전공자가 아닌 시민들 역시 국정교과서 하나로 생각이 획일화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개개인의 경험과 스스로 하는 학습은 사람을 한 사람으로 시민으로 성장시킵니다. 초중등교육은 그 성장의 과정에서 극히 일부만을 차지할 뿐입니다. 시민들은 설령 현행 교과서가 정부의 주장대로 좌편향되어있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인해 북한을 찬양하고 흠모하지 않습니다. 시민들은 바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히틀러의 사진이 교과서에 나왔다고 해서 그걸 보고 나치즘에 경도되는 독일인을 없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김일성의 사진이 교과서에 세 번 나왔다고 그 얼굴만 보고 주체사상에 경도되는 사람은 없습니다. 역사학은 결코 권력의 힘 앞에 패배하지 않습니다.

다만 역사학 전공자로써 제가 걱정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역사학의 다양성을 좌편향으로 왜곡시키는 정부와 여당의 혹세무민으로 인해 생길 사회적 오해입니다. 당신들이 하나라고 생각하는 역사학자들의 입장은 사실은 실로 다양하며 하나로 모아지지 않습니다. 이러한 다양성은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논쟁을 거쳐 끊임없이 수정되는 역사학을 만듭니다. 다만 우리는 연구와 주장의 다양성을 보장받고 우리에게 덧씌워지는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계속 역사전쟁에 나설 것입니다.

두 번째는 역사교과서의 교과서화로 인해 우리 사회가 치뤄야 할 사회적 비용에 관한 것입니다. 국민의견의 분열 따위의 문제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난 수십년의 한국 역사학의 발전이 증명하듯이 역사학은 결코 권력 앞에 지지않습니다. 다만 국정화로 인해 그러한 흐름을 되돌리려고 하는 쓸데없는 힘에 맞서야 할 미래 세대가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이 걱정입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힘을 길러야하는 우리의 아이들이 당신들의 비루한 국정화 시도 때문에 돌아가야 할 길이 걱정이라는 뜻입니다.

양심을 판 몇몇의 글쟁이들이 골방에 모여서 만들 한낱 교과서 따위가 겁나지 않습니다. 지금 당신들이 만드려는 교과서보다 더 낮은 수준의 교과서로 공부하고 입시를 치루었던 우리의 선배들은 그 교과서의 내용들을 깨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그러나 고작 5년간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았을 뿐인 당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당장 저열한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시도를 멈추시기 바랍니다.

 

수신처 : 교육부 교과서정책과
Fax. 044) 203-6640
Tel. 044) 203-7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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