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일본답사 기타

일본 국보 기행 - 0. 프롤로그

同黎 2019. 6. 2. 16:49

대한민국과 북한, 일본은 국보라는 문화재 지정을 하는 국가지정문화재 지정체계를 지닌 3나라입니다. 가장 먼저 일본에서 국보를 지정하기 시작했고, 이는 전후 국보와 중요문화재라는 체계로 나누어져 지금까지 이어집니다. 일본의 문화재 지정 방식 중 가장 독특한 점은 면으로 지정되는 건조물과 점으로 지정되는 동산문화재를 같은 종목으로 지정한다는 것입니다. 건물과 그 안에 들어있는 회화, 조각 등을 같은 항목으로 지정하는 제도는 일본에서 시작해 한국으로 전해졌습니다. 조선총독부는 식민지 조선의 유물을 보물로 지정했고 해방 후 한국은 이를 국보와 보물로 재분류하여 지정했습니다. 북한 역시 이 제도에 영향을 받았지만 면인 건조물과 점인 동산문화재를 따로 지정하는 중국의 영향을 받아 국보유적과 국보유물을 따로 지정합니다.


하여튼 일본에서도 국보는 각별할 의미를 지닙니다. 다만 몇 가지 차이점이 있는데 먼저 일본의 국보는 중요문화재의 하위 분류로, 중요문화재 지정품 중 훌륭한 것을 국보로 승격시키되 한국의 보물이 국보에서 승격되면 보물에서 해제되는데 비하여, 일본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또한 지정번호가 큰 의미가 없고 건조물과 미술공예품을 나누어서 지정한다는 점에서는 일제시대에서 지정제도의 큰 변화과 없는 한국과는 차이를 보입니다. 이렇게 지정된 국보는 20196월 현재 건조물 227(290) 미술공예품 893(회화 162, 조각 138, 공예 253, 전적 228, 고문서 62, 고고자료 47, 역사자료 3)의 총 1120건이며 이는 건조물 2503(5083), 미술공예품, 미술공예품 10772건의 총 13275건 중 약 8.4%에 불과합니다. 그렇기에 일본 47개 도도부현 중 국보가 하나도 없는 곳도 있을 정도입니다. 또한 국보 중 근대 유물은 오우라천주당, 카이치학교, 도쿄 아사카사영빈관, 토미오카제사장의 4건으로 일본이 근현대 건축물과 유물 천여건을 중요문화재로 등록한데 비하여 0.4% 미만에 해당할 정도로 엄격합니다.


국보가 집중적으로 위치한 교토시나 나라시 및 박물관이 집중적으로 위치한 도쿄와 오사카시를 벗어나면 국보 보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닙니다. 한국과는 달리 박물관은 설사 국립이라고 해도 국보를 여간해서는 공개하지 않으며 특히 회화는 특별공개가 아니면 거의 보기가 불가능합니다. 건조물과 불상의 경우 집중적으로 산포된 교토와 나라는 메이지유신 당시 廢城令, 廢佛毁釋의 물결 당시 상당히 파괴되었으나 2차 대전 당시 미군 공습의 대상에서 벗어나 많은 유물이 살아남았으며 반면 에도막부의 후원으로 만들어진 찬란한 유물들이 있던 도쿄와 오사카, 나고야 등은 대공습을 통해 90% 이상의 유물이 사라졌습니다. 그렇기에 나라와 교토와는 달리 국보 하나를 보려면 다른 지역에서 국보 하나를 보려면 산골짜기까지 들어가야 하는 수고를 무릅써야 합니다.


저는 이렇게 저렇게 일본을 다니며 일본 국보의 절반 이상을 보았습니다. 특히 조각(불상과 신상)의 경우 사실상 보기 어려운 것(영구 비공개 비불 4점과 33, 21년 단위의 공개 비불)5건을 제외하고는 친견의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 중 한국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유물들을 대상으로 이들에 얽힌 사연과 찾아가는 길들을 간략하게 소개할까 합니다. 일본의 국보라고 다 대단하거나 인상 깊은 것은 아니지만 반면 교토와 나라, 도쿄의 가이드북에 나오는 곳 외에도 감명 깊은 유물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차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츠루가 조구신사(常宮神社)의 신라종

2. 효고현 오노시 죠도지(浄土寺)의 정토당과 아미타삼존상

3. 일본 근대화의 상징 군마현 토미오카제사장(富岡製糸場)

4. 나가노현 우에노시 벳쇼온천의 안라쿠지(安楽寺) 팔각삼층목탑

5. 나가노현 스와호 스와대사(諏訪大社)와 혼아미 코에츠(本阿弥光悦)의 다완 후지산(不二山)

6. 시마네현 코진다니유적(荒神谷遺跡)의 동검과 동모

7. 교토 타카오산 진고지(神護寺)의 약사여래입상과 관정역명(灌頂歴名)

8. 나라 도쇼다이지(唐招提寺)의 금당과 감진화상(鑑眞和尚)

9. 교토 사가노 세이료지(清凉寺)의 아미타여래삼존상

10. 시가현 오쓰시의 신라선신당(新羅善神堂)

11. 와카야마현 네고로지(根来寺)의 대탑(다보탑)

12. 나라현 요시노산의 장왕당(蔵王堂)

13. 나라현 고조시의 에이잔지(栄山寺) 팔각당

14. 나라 신야쿠시지(新薬師寺)의 약사여래와 십이신장상

15. 도쿄 아사카사 영빈관(赤坂迎賓館)

16. 교토 도지(東寺)의 근본만다라

17. 도쿄국립박물관 하세가와 도하쿠(長谷川等伯)의 송림도병풍

18. 교토 고잔지(高山寺)의 화엄종조사회전(華厳宗祖師絵伝)

19. 교토 키즈가와시 카니만지(蟹満寺)의 동조석가여래좌상

20. 나라 도다이지(東大寺)의 승형하치만신상(僧形八幡神坐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