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기와 명칭(名稱)
명기에 명칭을 붙이고 여기에 독자적인 1개의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봉건시대에 성(姓)이 없는 평민에게 성을 허락하여 어디의 아무개라고 이름을 가지게 하는 것과 같은데, 그 위치를 향상시키는 데 가장 유효한 조건이 된다. 어쩌면 명기에 특별한 이름을 붙이는 것은 문자국(文子國)인 중국의 관례로서 그 나라의 악기, 문방구 등에는 왕왕 아칭(雅称)이 있는 경우가 있으며, 일본에서도 예부터 그런 류의 예가 있었지만 명기가 있으면 반드시 그 명칭이 있기에 이르렀던 것은 다사(茶事)를 처음으로 행하였던 아시카가 요시마사(足利義政)의 시대부터인 듯하다.
생각건대 요시마사는 문아(文雅)를 좋아하고 생각이 풍부하며, 스스로 애장하는 기물에 명명하는 것이 적지 않았다. 또한 그 신하들도 풍류자가 많아 제전(題箋)을 만들고 상서부(箱書附)를 위해 명기에 그 소지인의 이름(苗字) 또는 아호(雅號) 등을 붙여 무슨 카타츠키(肩衝), 무슨 나스(茄子) 또는 무엇무엇 분린(文琳) 등으로 불러 호명(呼銘)을 정해 다서(茶書)에 게재하는 목록에 기재하여 마침내 천하의 명품들과 나란히 세우게 한 것이 너무 많아 일일이 언급할 수가 없다.
그 후 센노 리큐(千利休) 시대에 이르러 그 물건들을 즐기기 위해 각종 다기를 만들었고, 가끔가다 흥에 겨워 제각기 명칭을 붙이기 위해, 앞으로의 실질가치가 없는 기물까지 대종장(大宗匠)을 주례자(主禮者 - 원문은 에보시오야(烏帽子親): 무관(武官) 집안의 남자가 관례(冠禮)를 올릴 때, 관인 에보시(烏帽)를 씌우고 이름을 지어주던 사람-)로 하여 명기 반열에 들게 하려는 것이 있었고, 더욱이 토도미(遠州)에 이르러서는 불세출의 감식으로 세간의 기물을 잘 감별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렇게 골라낸 골동품 또는 그 의장(意匠)으로 된 신품을 거둬들이게 하였다.
혹은 와카의 의미(和歌の心)을 비유한 가명(歌銘)을 붙이거나, 또는 그 형상, 유약색(釉色) 등과 연관지어 정취있는 명칭을 내리는데, 당시 같은 취미를 지닌 다우(茶友)인 타쿠안(沢庵), 코에츠(江月), 쇼카도(松花堂) 등과 생각을 모아 상서(箱書) 또는 부속물 등의 다양한 기술자(工夫)를 한데 모아 그 문필력에 의존하여 무명의 기물에 명물의 자격을 구비시키려고 한 것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이와 같은 멋스러운 명칭은 다사(茶事) 상에서 재미있는 취미를 부가시키는 것으로, 세계 각국에서도 비할 바 없는 일종의 국수(国粹)라 말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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