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詩

목숨 - 조정권

同黎 2013. 11. 27. 22:36

목숨


                                       조정권


마음의 어디를 동여맨 채 살아가는 이를

사랑한 것이 무섭다고 너는 말했다

두 팔을 아래로 내린 채 눈을 감고

오늘 죽은 이는 내일 더 죽어 있고

모레엔 더욱 죽어 있을 거라고 너는 말했다

사랑할 수 있는 사람들 틈에서 마음껏

사랑하며 살아가는 일

이 세상 여자면 누구나 바라는 아주 평범한 일

아무것도 원하지는 않으나 다만

보호받으며 살아가는

그런 눈부신 일이 차례가 올 리 없다고 너는 말했다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오늘 오늘 오늘의 연속

이제까지 이렇게 어렵게 살아왔는데 앞으로도

이렇게 어렵게 살아가야 된다면

차라리 죽음을 택하는 길이 쉬운 거라고 너는 말했다

버림받고 병들고 잊혀지는 일이 무섭다고 너는 말했다

잊혀져가는 것이라고 했다

꽃과 나무와 길들로부터

세상 모든 이들로부터 잊혀져 가는 것이라고 너는 말했다

잊혀진 일은 내일이면 더 잊혀져 있고

그것은 세상일과 가장 많이 닿아 있는 일이라고 너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