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詩 80

수선화에게 - 정호승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 마라외로우니까 사람이다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文/詩 2013.03.04

어느 책 읽는 노동자의 의문 - 브레히트 (낭독 이자람)

성문이 일곱 개나 되는 테베를 누가 건설했던가? 책 속에는 왕의 이름들만 나와 있다. 왕들이 손수 돌덩이를 운반해 왔을까? 그리고 몇 차례나 파괴되었던 바빌론 그때마다 그 도시를 누가 재건했던가? 황금빛 찬란한리마에서 건축 노동자들은 어떤 집에 살았던가? 만리장성이 준공된 날 밤에 벽돌공들은 어디로 갔던가? 위대한 로마제국에는 개선문들이 참으로 많다. 누가 그것들을 세웠던가? 로마의 황제들은 누구를 정복하고 승리를 거두었던가? 끊임없이 노래되는 비잔틴에는 시민들을 위한 궁전들만 있었던가? 전설의 나라 아틀란티스에서조차 바다가 그 땅을 삼켜 버리던 밤에 물에 빠져 죽어가는 사람들이 노예를 찾으며 울부짖었다고 한다. 젊은 알렉산더는 인도를 정복했다. 그가 혼자서 해냈을까? 시저는 갈리아를 토벌했다. 적어도 ..

文/詩 2012.12.16

젊은 날 - 백기완(낭독)

젊은 날/ 백기완 모이면 논의하고 뽑아대고 바람처럼 번개처럼 뜨거운 것이 빛나던 때가 좋았다 하나를 알면 열을 행하고 개인을 이야기하면 역사를 들이대고 사랑이 튕기면 꽃본 듯이 미쳐 달려가던 곳 추렴거리도 없이 낚지볶음 안주 많이 집는다고 쥐어박던 그 친구가 좋았다 우리는 두려운 것이 없었다 헐벗고 굶주려도 결코 전전하지 않았다 돈벌이에 미친 자는 속이 비었다 하고 출세에 연연하면 호로자식이라 하고 다만 통일 논의가 나래를 펴면 환장해서 날뛰다 밤이내려 춥고 떨리면 찾아가던 곳 식은 밥에 김치말이 끓는 화로에 내 속옷의 하얀 서캐를 잡아주던 말없는 그 친구가 좋았다 그것은 내 이십대 초반 민족상잔 직후의 강원도 어느 화전민 지대였지 열 여섯쯤 된 계집애의 등허리에 핀 부스럼에서 구데기를 파내주고 우리는 ..

文/詩 2012.12.16

석서(碩鼠) - 큰 쥐

석서(碩鼠) - 큰 쥐 碩鼠碩鼠 無食我黍 (석서석서 무식아서) 三歲貫女 莫我肯顧 (삼세관여 막아긍고) 逝將去女 適彼樂土 (서장거여 적피락토) 樂土樂土 爰得我所 (락토락토 원득아소) 碩鼠碩鼠 無食我麥 (석서석서 무식아맥) 三歲貫女 莫我肯德 (삼세관여 막아긍덕) 逝將去女 適彼樂國 (서장거여 적피락국) 樂國樂國 爰得我直 (락국락국 원득아직) 碩鼠碩鼠 無食我苗 (석서석서 무식아묘) 三歲貫女 莫我肯勞 (삼세관여 막아능로) 逝將去女 適彼樂郊 (서장거여 적피낙교) 樂郊樂郊 誰之永號 (락교락교 수지영호) 큰 쥐야, 큰 쥐야 내 기장을 먹지 말지어다 3년 동안 너와 알고 지냈거늘 나를 즐겨 돌아보지 않을진댄 떠나서 장차 너를 버리고 저 즐거운 땅(樂土)으로 가리라 악토(樂土)여, 악토(樂土)여 이에 내 살 곳을 얻으리로..

文/詩 2012.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