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醉不歸 허수경 어느 해 봄그늘 술자리였던가 그때 햇살이 쏟아졌던가 와르르 무너지며 햇살 아래 헝클어져 있었던가 아닌가 다만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은 없다 마음들끼리 서로 마주 보았던가 아니었는가 팔 없이 안을 수 있는 것이 있어 너를 안았던가 너는 경계 없는 봄그늘이었는가 마음은 길을 잃고 저 혼자 몽생취사하길 바랐으나 가는 것이 문제였던가, 그래서 갔던 길마저 헝클어뜨리며 왔는가 마음아 나 마음을 보내지 않았다 더는 취하지 않아 갈 수도 올 수도 없는 길이 날 묶어 더 이상 안녕하기를 원하지도 않았으나 더 이상 안녕하지도 않았다 봄그늘 아래 얼굴을 묻고 나 울었던가 울기를 그만두고 다시 걸었던가 나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만 없다 [출처] 허수경 - 不醉不歸|작성자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