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쇄관혁파절목(推刷官革罷節目)
내수사(內需司)에서 추쇄관을 정해 보내 노비(奴婢)를 조사해 내는 것은 물고(物故)한 자를 제외하고 출산(出産)한 자를 기록하여 실제대로 시정하려는 것이다. 근래에는 쇄관이라 이름한 자가 국법을 무시하고 오로지 자신만을 살찌우기를 일삼아 양민(良民)으로 천파(賤派)에 들지 않은 자도 공갈하여 추착(推捉)함이 많고 내노(內奴)로 명백한 내력이 있는데도 도리어 농간을 부려 사탈(私頉)하는 등 갖가지로 조종(操縱)하며 오직 뇌물(賂物)만 요구한다. 그래서 선조(先朝) 때 감공(減貢)한 혜택이 경명(景命)의 일단(一端)을 이어가지 않는바 아니나 노비들이 지탱해 보존할 수 없는 것이 오히려 여전한 것은 참으로 어질지 못한 쇄관이 많은 데서 말미암는다. 지난번 우리 성상께서 양암(諒闇 ) 공묵(恭黙)하시는 중에 근본을 버리고 말단만 바로잡는 폐단을 진념(軫念)하시어 특별히 윤음(綸音)을 내려 추쇄관을 정해 보내는 규정을 혁파하시고 이어서 각도 도신과 수령으로 하여금 선조(先朝) 을해년(1754) 절목 비총(比摠)에 의해 거행하도록 하셨다. 그래서 지금 이후부터는 수천 명의 가난한 노비들이 거의 성상의 은택을 입어 각기 자기 삶을 누리며 살게 되었다. 추쇄할 때 8도(道)가 소란한 폐단 역시 고치기를 기약할 것도 없이 스스로 고쳐지게 되었기에 그 거행할 사의(事宜)를 다음에 조목으로 열거하여 영구히 준행하도록 한다.
1. 내노비의 구수(口數)는 을해년 절목을 만든 이후 근년까지 증가한 숫자가 많게는 1천여 명, 적어도 6〜7백 명은 밑돌지 않는다. 이번 조정에서 반드시 을해년 절목으로 비총하는 것은 오로지 차라리 잃어버리는 것이 낫다는 뜻에서이다. 금후로는 을해년 비총 가운데서 1구(口)라도 가감하지 못한다.
1. 재작년에 추쇄를 비록 이미 마쳤더라도 이번 성명(成命)은 을해년 비총으로 시행하는 것이니 추쇄한 총수는 쓸모가 없게 된다. 각도에서 이렇게 시정하는 즈음에 반드시 시일을 허비하면서 해야 흠집이 있거나 누락이 생기는 일을 면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금년에는 우선 추쇄한 총수로 거행하고 기해년을 위시하여 각도 각읍이 하나같이 을해년 절목의 비총에 의해 거행한다. 각도에서 혹 1구라도 더 내수사에 납부하거나 내수사에서 혹 1구라도 더 각도에서 징수하다 적발되면 각별히 엄중히 처벌하여 결단코 용서하지 않는다.
1. 노비의 구수(口數)를 이미 최소의 총수로 하였으니 각읍에서는 그 숫자를 채우고도 반드시 여유가 있을 것이다. 물고(物故)와 노약자 제외를 일일이 조사해 내어 즉시 대탈(代頉)하되 출생해서 나이가 찬 사람으로 차차 충액(充額)한다. 수령이 만일 친히 거행하지 않고 하리(下吏)나 두목(頭目)의 손에 위임하여 임의로 조종하게 하면 뇌물을 요구하는 폐단이 반드시 추쇄관이 내려갈 때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는 도신이 엄히 염찰(廉察)을 가하여 적발되는 대로 장문해서 형률을 살펴 엄중히 다스리게 한다.
1. 추쇄관을 비록 이미 혁파했더라도 노비는 그대로 내수사의 노비이다. 각 당해 읍에서는 10년에 한 차례씩 노비안(奴婢案)을 수정하여 순영(巡營)으로 보고하고 순영에서 도합 성책(成冊)하여 내수사와 형조로 올려 보낸다.
1. 전교 가운데서 대탈(代頉)을 역시 해당 도에 붙여준 것은 바로 간사한 구멍을 단단히 막겠다는 성대한 뜻이다. 모든 거행을 이미 해도에 붙이고서 또 내사에서 그 사이에 간여하면 그것도 폐단이 되어 반드시 전처럼 되니, 도로고(逃老故)의 대리자를 정하며 출생을 기록하는 일은 각읍 수령이 해마다 편리할 대로 거행하기를 하나같이 군안(軍案)을 수정하는 것처럼 하여 내수사에 수보(修報)할 것 없이 10년 동안은 노비안(奴婢案)을 수정할 때마다 단지 순영(巡營)에만 신보한다.
1. 노비는 비록 각도에서 주관하지만 그 공납(貢納)의 명색(名色)이 하나가 아니다. 이것은 순영에서 차지(次知)하여 내수사에 올려 보낼 것이 아니니 그 상납하는 규정은 전일의 예에 의해 거행한다.
1. 추쇄관이 농간을 부려 자신을 살찌우는 단서는 오로지 대점(代點)과 궐점(闕點) 두 가지 명색이다. 이후부터는 대탈(代頉) 등의 일이 모두 본관(本官)에게 달려 있으니 점고(點考)하는 한 가지 일을 영원히 혁파한다. 두목(頭目)들이 혹 몰래 사사로이 점고할 염려가 있게 되면, 해읍에서 관찰사에게 보고하여 엄형하여 금단한다.
1. 추쇄관이 선두안(宣頭案)과 각사에 수정안을 올리는 데에 드는 물력이라고 일컬으며 1구당 2냥돈을 노비들에게 받아서 자기에게 돌아가는 밑천을 삼았으니 매우 놀라운 일이다. 추쇄관을 이미 혁파한 후에는 이런 폐단도 따라서 고치지 않을 수 없다. 각항의 안책(案冊)을 전부 폐기하지는 못하니 거기에 들어가는 물력 역시 생각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 10년에 1차씩 한정하여 각각 그 이름마다 5전씩을 거두어서 수정하는 밑천을 삼는다.
1. 노비의 구수(口數)를 하나같이 을해년 절목에 의거하라고 한 것은 반드시 읍마다 비총을 삼으라는 것이 아니라 혹 이 읍은 부족하고 저 읍은 여유가 있으면 도신이 참량하여 비총하여 그 도내에서 추이(推移)하여 숫자를 채워 각읍에 한 가지 폐단도 없기를 꾀한다.
1. 비총을 이미 가볍게 하여 수괄(收括)하는 즈음에 반드시 숫자가 증가함이 없지 않을 터이니 이는 영남 여노목(餘奴木)의 예에 의하여 해읍에서 순영에 보고하고 비국에서 구관하도록 한다. 비록 1구라도 수령이 감추어서 손을 쓰는 폐단이 있으면 적발되는 대로 각별히 엄히 다스린다.
1. 노약자 제외와 물고(物故) 등 응탈(應頉)을 즉시 탈하(頉下)하지 않으면 혹 백지징공(白地徵貢)할 염려가 있고 출생한 자를 즉시 더 기록하지 않아 혹 누락되는 폐단이 있거나 혹 나이가 차지 않았는데 공납을 하는 폐단이 있으면 해읍 수령은 장문하여 논죄하고 감색과 두목은 엄형(嚴刑)하여 멀리 정배(定配)한다.
1. 선두안(宣頭案)을 상납할 때에 해사(該司)의 하속배(下屬輩)가 혹 이를 빙자하여 농간을 부릴 근심이 없지 않으니 순영에서 곧장 정원(政院)에 바쳐 정원에서 입계(入啓)한다.
1. 이번 작정(酌定)한 후 각 해읍에서 만일 혹 숫자대로 상납하지 않는 폐단이 있으면 수령의 해유(解由)에 구애(拘碍)되게 하는 등의 일은 사목에 의해 거행한다.
1. 추쇄관리는 본디 내수사 소속인데 이번 혁파한 후에는 의뢰할 바가 없어져 매년 신공(身貢)을 받아들일 때 정채(情債)라 일컬으며 과외(科外)로 징색(徵色)하는 폐단을 범하는 관리가 있으면 일체 중히 감죄(勘罪)한다.
1. 비공(婢貢)의 제감(除減)은 이미 선조(先朝) 때에 있어 지금 다시 거론하는 것은 부당하며 다만 역가(役價) 4전씩만 전의 절목에 의하여 을해년 총수(摠數)로 수봉하여 상납케 한다.
1. 5궁(宮)의 노비공(奴婢貢)도 을해년 총수에 의해 내수사에 함께 바치면 내수사에서 숫자대로 각궁에 나누어준다.
1. 미비한 조건은 추후에 마련한다.
推刷官革罷節目
內司之定送刷官, 査括奴婢者, 卽所以除其物故, 錄其生産, 以爲從實釐正之地, 而近來以刷官爲名 者, 不有國法, 專事肥己, 良民之不犯賤派者, 亦多恐 喝推捉, 內奴之明有來歷者, 乃反幻弄私頉, 操縱百 端, 惟賂是索, 先朝減貢之惠, 非不爲迓續景命 之一端, 而奴婢之不能支保, 猶復如前者, 職由於 刷官之多無良矣, 迺者我聖上諒闇恭默之中, 深 軫捨本矯末之弊, 特降絲綸, 革罷推刷官定送之 規, 仍命各道道臣·守令, 依先朝乙亥節目比摠 擧行, 從今以往累千名貧奴殘婢, 庶可以咸囿聖 澤, 各遂其生, 而推刷時, 八路騷然之弊, 亦可不期革 而自革是白如乎, 其所擧行事宜, 條列于左, 以爲永 久遵行之地爲白齊。
一, 內奴婢口數, 乙亥節目之後, 近年增加之數, 多則 爲千餘, 少不下六七百是白乎矣, 今此朝家之 必以乙亥節目比摠者, 亶出於寧失之意, 今後則 乙亥比摠之中, 雖一口加減不得是白齊。
一, 再昨年推刷, 雖已了當, 今此成命, 旣以乙亥摠 施行, 則推刷摠數, 便屬無用是白乎矣, 各道以此 釐正之際, 必須多費時月, 可免罅漏之患今年則 姑以推刷摠擧行, 自己亥爲始, 各道各邑一依乙 亥節目比摠擧行爲白乎矣, 各道或加納一口於 內司是白去乃, 內司或加徵一口於各道是白如 可, 有所現發, 則各別嚴繩, 斷不饒貸是白齊。
一, 奴婢口數, 旣從最小之摠, 則各邑充數, 必將優優 有餘, 物故老除, 一一査出, 隨卽代頉, 以生産年滿 者, 次次充額爲白乎矣, 守令如不親執擧行, 委之 下吏與頭目之手, 任其操縱, 則索賂貽弊之端, 必 當如推刷官下往之時, 此則道臣嚴加廉察, 隨現 狀聞, 以爲考律重繩之地爲白齊。
一, 推刷官雖已革罷, 奴婢則乃是內司奴婢, 各該邑 十年一次式修正奴婢案, 報于巡營, 自巡營都成 冊上送內司, 與刑曹爲白齊。
一, 傳敎中代頉, 亦付該道, 乃是牢塞奸竇之盛意 是白如乎, 凡諸擧行, 旣付該道, 而又使內司, 干與其 間, 則其爲弊端, 又必如前, 逃·老·故代定及生産入 錄, 各邑守令, 逐年從便擧行, 一如軍案修正之爲, 勿爲修報於內司, 而十年修案之時, 只報於巡營 爲白齊。
一, 奴婢雖自各道主管, 若其貢納名色不一, 此非巡 營之所可次知上送於內司者, 其所上納之規, 依 前日例擧行爲白齊。
一, 推刷官幻弄肥己之端, 專在於代點闕點兩項名 色是白如乎, 今後則代頉等事, 俱係本官, 點考一 節, 永爲革罷爲白乎矣, 頭目輩如或有暗地私點 之患, 則自該邑報, 使嚴刑禁斷爲白齊。
一, 推刷官之稱以宣頭案與各司所上案修正物力, 逐口徵得二兩錢於奴婢等處, 以爲入己之資者, 誠甚可駭, 刷官旣罷之後, 則此弊不可不從而釐 革是白乎矣, 各項案冊, 旣不得全廢, 則容入物力, 亦不可不念, 限十年一次式各其名下收捧五錢, 以備修正之資爲白齊。
一, 奴婢口數之一依乙亥節目者, 非欲必使之逐邑 比摠, 或此邑不足, 而彼邑有裕, 則道臣參量比摠, 以其道內, 推移充數, 以期無一弊端於各邑爲白 齊。
一, 比摠旣已從輕搜括之際, 必不無增加之數, 此則 依嶺南餘奴木例, 自該邑報巡營·句管備局爲白 乎矣, 雖一口, 守令如或有隱匿犯手之弊, 則隨其 現發, 各別嚴繩爲白齊。
一, 老除物故之應頉者, 不卽頉下, 或有白地徵貢, 生 産之添錄者, 不卽加錄, 或有漏落之弊是白去乃, 又或有年未滿出貢之弊是白去等, 該邑守令, 狀 聞論罪, 監色頭目, 嚴刑遠配爲白齊。
一, 宣頭案上納之時, 該司下屬輩, 或不無憑藉操弄 之患, 自巡營直納政院, 自政院入啓爲白齊。
一, 今此酌定之後, 各該邑如或有未準上納之弊, 則 守令解由拘礙等事, 依事目擧行爲白齊。
一, 推刷官吏本是內需司所屬也, 今於革罷之後, 以 其無所聊賴, 每年身貢捧上之時, 稱以情債, 有科 外徵索之弊, 則所犯官吏, 一體重勘爲白齊。
一, 婢貢除減, 旣在先朝, 今不當更爲擧論, 只作役 價四錢式依前節目, 以乙亥摠數, 收捧上納爲白 齊。
一, 五宮奴婢貢段置, 依乙亥摠, 都納內司, 自內司依 數分給於各宮爲白齊。
一, 未盡條件, 追後磨鍊爲白齊。
'史 > 조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AKSE 발표문 초고. 또 하나의 작은 정부, 18세기 왕실재정기구 내수사의 구조와 운영 (0) | 2014.08.03 |
---|---|
각궁가 각아문 절수지 혁파에 관한 비변사의 계 (0) | 2014.07.30 |
을해정식자료 3 (0) | 2014.07.30 |
을해정식자료 2 (0) | 2014.07.30 |
을해정식자료 1 (0) | 2014.07.30 |
조선왕조 관제도 (0) | 2014.04.30 |
조선후기 경제사 세미나 커리큘럼 (0) | 2014.01.07 |
[석사논문 전문]17세기~18세기 전반 僧軍의 확대와 調發방식의 변화 (0) | 2013.12.30 |
부석사의 미투리 생산 (0) | 2013.12.09 |
正祖의 龍珠寺 창건과 운영 (2) | 2013.1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