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공포의 첫 저녁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온다.
해저로훠궈 바로 앞에는 동당(東堂, 둥단), 즉 동천주당이 있다.
명, 청대부터 있었던 4개의 천주당 중의 하나이다.
나가서 보이는 동당 전경
밤에도 꽤나 화려하게 조명을 때리고 있다.
다음날 간 남당보다 시내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고 접근성이 좋아서 그런지 꽤 번화하다.
정식 명칭은 왕부징천주당이다.
근접 샷
건축 양식은 뭐라고 하기 참 그렇지만...
굳이 말하자면 로마네스크 양식이다.
바닥에 조명을 넣어 아주 화려하게 보인다.
어슬렁거리는 중
밤이라 문을 닫았는데 낮에는 개방한다고 한다.
자세한 설명은 아래에서
동당 앞 광장 풍경
더운 날인데도 광장에서 체조를 하거나 춤을 주고 태극권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중국 사람들은 확실히 이런 거 좋아하나 보다.
계속해서 체조 중
이것도 장관이다.
동당 가운데문 정면
동당은 만력제 때 명에 들어온 포르투갈인 예수회 선교사들에 의해 처음 지어진 건물이다.
중국에서 역사가 가장 깊은 성당 중 하나인 셈이다.
조선 영조 때 사행으로 간 이의현이 동당에서 예수회 신부를 만났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그러나 청의 입관, 지진, 화재 등을 거치며 수차례 재건했고 지금 건물은 1905년에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건물 자체는 아주 오래된 것은 아닌 셈이다.
설당의 주련
비민대덕포중외(庇民大德包中外)
큰 덕으로 백성을 덮고 중외를 껴앉는다.
상부굉훈관고금(尙父宏勳冠古今)
상부(천주)의 큰 공은 고금에서 가장 뛰어나다.
주련 모습
정문 위에는 라틴 십자가가 조각되어 있다.
닫힌 문
낮에는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미사시간 제외)
한켠의 성 요셉상
최근에 만든 것 같다.
동당 정면
동당은 중국 천주교회에서 가장 수위에 있는 성당이기도 하다. 공식적인 주교좌 성당은 아니지만 (공식적 베이징 교구 주교좌 성당은 남당) 현재 베이징 교구의 주교가 있는 곳이 바로 동당이다.
근데 그렇다고 주교좌 성당은 아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중국의 천주교는 좀 독특한 위치를 가지고 있다.
냉전시기 대부분의 공산권 국가가 그랬듯이 중국은 종교활동을 엄격히 통제했다.
특히 서구의 종교인 천주교와 개신교에 대해서는 더더욱 엄격히 통제를 가했다.
1989년부터 중국 당국은 천주교 신앙과 미사 거행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그런데 문제는 교회의 주교와 신부 임명권을 정부에서 가져간 것이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현재 천주교의 역사는 교황 수위권의 역사라 해도 틀리지 않다. 교황이 사도의 권한으로 주교를 임명하고 주교가 자신의 대리자인 사제를 임명하는 교황 수위권을 가지고 동서교회의 분립과 성공회의 분리, 종교개혁 등이 일어난 것이다. 근대의 정교분리 이후 교회의 정치적 영향력이 급감하면서 왕이 주교를 임명하던 프랑스 같은 곳도 이제는 교회의 일에 정치가 관여하지 않게 되었고, 그래서 지금의 로마 교황을 수위로 하는 강고한 천주교회가 자리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중국에서 다시 정부가 주교를 임명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천주교회의 일치가 훼손되고, 결국 지금도 바티칸은 중국과 수교를 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천주교회는 중국 천주교 애국회(중국 가톨릭 애국회)라는 독특한 조직에 의해 통제된다. 주교와 사제단, 그리고 평신도 대표로 이루어진 이 천주교 애국회는 바깥으로 드러난 공식적 천주교회를 대표한다. 사실상 교황청이 아니라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인 것인데, 따라서 교황청과 천주교 애국회의 관계는 매우 냉랭하다. 아마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소련 붕괴에 한 몫했던 러시아 정교회의 역할을 교훈삼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중국의 모든 교구가 교회법으로 불법이냐? 하면 또 그건 그렇지 않다. 교황청을 제외한 다른 교구 (예컨대 한국 교회의 교구들)는 개별적으로 중국의 교구들과 교류한 적도 많고, 교황의 수위권을 불인정하는 집단에 내리는 파문의 방침같은 것도 공식적으로 내려진 적 없다. 주교 임명의 경우에도 교황청이 중국 정부가 추천한 인사, 혹은 상호 협의에 의해 임명한 적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교황청을 애국회를 공식적 집단으로 인정한 적도 없고, 또 최근에는 중국 정부와 교황청과 협의 없이 북경주교를 임명한 적도 있어 관계의 대립과 완화가 지속되고 있다.
교황청 역시 애국회 외의 지하교회를 더 인정하며, 중국 당국에 의해 추방된 중국 주교를 추기경으로 임명하거나 지하교회(침묵의 교회)의 사제를 비밀 추기경으로 임명하여 지하교회의 포교를 독려하면서도 중국에 끊임없이 유화 제스쳐를 보내고 있다. 교황청 입장에서도 1천만이 넘는 중국 교회를 위험하게 놔두는 것은 위험할 것이다.
중국 천주교회의 사정은 그러하나 성당 건물은 장엄하다.
성당 정문
독특한 모양새이다.
문에서 바라본 동당
역시 중국의 상징은 배를 깐 아저씨
여튼 문의 양식도 독특하다.
보지 못했던 특이한 건물이다.
이제 숙소로 돌아간다.
역시 번화한 왕부징 거리
다들 피곤에 쩔어 있다. 이렇게 베이징 여행 첫날이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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