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무료한 103-230

대선에 관한 메모

同黎 2012. 12. 20. 01:27

대선에 관한 메모

- 상처받은 나와 내 벗들을 위하여


대선이 끝났다. 이번 선거에서 처음으로 계급을 배신하고 개혁세력이 당선되기를 바랬다. 처음에는 그럴 생각이 없었지만 지난 오년동안 운동의 토대가 얼마나 초토화되었는지 이야기하는 한 선배의 말을 듣고 마음을 바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졌다. 이제 다시 오년동안 얼마나 더 많은 시련을 겪을 지 모르겠다.


과반이니까, 투표율이 높았으니까 인정한다 라는 식의 자유민주주의적 태도는 하나는 맞고, 하나는 틀렸다. 선거의 결과는 뒤집을 수 없다. 그러나 정치적 옮바름이라는 것이 분명히 존재함에도 상황을 객관화시키며 박수를 쳐주는 것은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다. 아직 절박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송전탑 위에, 공장 밖 천막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슬퍼 울 눈물만 남아있을 뿐 예절을 지킬 여유가 없다. 지금 필요한 건 이긴자에 대한 축하가 아니라 우리가 변하기 않기 위한 의식화이다.


우울한 전망을 해본다. 일본이 그렇듯 한국경제, 아니 세계경제도 장기 침제의 늪에 빠졌다.자본주의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위기가 곧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위기 관리에 실패할 수 밖에 없는 국가에서 선택하는 단 하나의 대안은 국가주의와 인종주의이다. 일본과 중국이 그렇듯 한국사회는 더욱 우경화될 것이다. 이번 대선을 통해서 보수와 반보수세력이 결집할 때 결코 투표로는 승리할 수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더군다나 노무현을 당선시킨 세대가 더욱 우경화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것이 한국사회의 현실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계속 사악한 정부를 가져야 할것인가? 


앞으로 올 5년이 역사학과 인문학에 얼마나 큰 타격이 줄지 상상해본다. 학술지는 더욱 철저히 통제받을 것이고 학회와 연구소는 존립을 위협받을 것이다. 박정희시대 연구자들은 숨을 죽이고 이들이 절 자리는 통제될 것이다. 고대사부터 현대사까지 한국사부터 서양사까지 많은 역사 연구자가 정부의 통제된 바운더리 앞에서만 발표지를 작성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없다가 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지난 5년 동안 그래왔고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다.


그러나 다시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노동자는 현장에서 농민은 들판에서 학생은 학교에서 더욱 거세질 싸움을 위해 칼을 갈아야 한다. 이민이나 가야겠다는 패배주의적 말을 한 잔 소주를 주고 받으면 넉두리하기 보다는 또 국민을 개새끼라고 욕하며 패배의 책임을 전가시키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나의 자리에서 살아남을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살아남는 것이 운동이 되는 시대가 왔다. 슬프지만 현실을 직시하자 그리고 버티자. 


나는 역사 공부를 직업으로 삼은 사람이다. 정치인처럼 혹은 활동가처럼 살 수는 없다. 나는 내일도 다시 일어나 호적을 입력하고 실록을 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내 자리에서 버틸 것이다. 버텨서 언젠가 역사라는 나의 분야에 그들이 다가와서 위협할 때 단호히 나를 지켜낼 것이다. 


상심해 있을 사람들아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자. 악한 권력을 보고 바로 일어나 거리로 나설 수는 없어도 적어도 거기에 휩쓸리거나 체념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의식화하자.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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