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무료한 103-230

대학원 지원때 냈던 연구계획서

同黎 2012. 12. 21. 03:49

자료 정리하면서 찾았다. ㅎㅎ 보니 감개가 무량하네. 많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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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대학원에서 연구하고자 하는 분야는 조선후기 불교가 차지하는 사회적, 경제적 위치입니다. 특히 임진왜란 이후 지방의 사찰들이 복구되는 과정에서 이를 후원하는 세력이 누구이며, 어떠한 이유에서 시주가 이루어졌는지, 나아가 조선 후기 사찰들이 유지되고 재산을 축적해가는 과정에는 재지사족과 일반 민중, 그리고 승려들의 역할이 어떠했으며 불교 자체의 위상변화는 어떻게 되었는지를 사찰문서와 더불어 각종 중건기, 상량문, 불상과 불화의 복장(腹藏), 불화의 화기(畵記) 등을 1차 사료로 삼아 연구하고자 합니다.


흔히 조선을 숭유억불의 시대라고 말하며, 조선 사회에서 불교 사상이 주류적 위치를 차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조선 불교를 단순히 숭유억불의 한 단어로만 설명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르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제가 처음 조선후기의 불교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몇 년 전, 문중 선산의 근처에 있는 부여의 무량사를 찾게 되면서부터입니다. 무량사에 있는 거대한 중층 건물은 극락전과 그 안에 모셔져 있는 높이 5미터 이상의 소조 불좌상은 양란 직후 조선 인조 때 조성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화엄사, 법주사, 금산사, 통도사, 범어사, 불국사 등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표적인 사찰들의 대형 전각과 불상, 괘불(掛佛)과 같은 대형 불화도 조선 후기에 조성된 것입니다. 또한 양란 이후에는 밀양 표충사의 표충사, 해남 대흥사의 표충사 같이 휴정, 유정을 모신 사액(賜額) 사우(祠宇)가 사원 안에 위치하기도 합니다.


조선 후기 불교의 동향에 대해서는 그다지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꾸준한 연구가 이루어져왔습니다. 먼저 통사적 연구로는 이능화의 조선불교통사가 대표적이며, 최근 대한불교 조계종에서 정리한 조계종사역시 간략하게나마 불교사를 통사적으로 정리하여 현재 불교계 내부의 시각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김갑주의 조선후기 사원경제사 연구(경인문화사, 2007), 한상길의 조선후기 불교와 사찰계(경인문화사, 2006) 등의 연구에서는 조선 후기 사원경제에 대하여 잘 고찰하고 있으며, 승려들이 승군(僧軍) 혹은 승역으로 동원되면서 동시에 총섭(總攝)과 같은 일정한 승직을 받게 되는 과정에 있어서는 많은 연구가 이미 진행되었습니다. 사상사적으로도 임진왜란 때 큰 공을 세우게 되는 휴정과 유정 계열을 중심으로 법통이 정리되는 현상이나, 성리학과 불교의 유사성에 주목하면서 이루어지는 유학자와 승려들 간의 학문적 교류에 대하여서도 많은 기존 연구가 있습니다. 지방사적 관점에서도 이규대의 조선시기 향촌사회 연구(신구문화사, 2009), 김동수의 조선후기 안동권 사원의 동향(영남학 4, 2002) 등에서 각각 영동과 영남지역의 지방세력이 불교사원과 어떠한 관계를 가졌는지에 대한 의미있는 결과는 내놓고 있습니다. 미술사의 영역에서도 최근 조선후기 불교건축, 불교조각, 불교회화에 대한 높은 관심이 일어 많은 조선후기 불교미술품이 일제히 조사되고 많은 수의 불화 화기와 불상 복장기가 조사, 해석되었으며 많은 승장(僧匠)의 이름과 계보가 조사되어 사전으로 편찬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연구들 중 불교사원의 중창(重創)에 주목한 연구는 별로 없었습니다. 임진왜란의 종전 직후부터 인조를 거쳐 숙종에 이르기까지 약 130년에 이르는 시기는 벽암(碧巖), 호암(護巖) 등을 중심으로 불교사원의 중창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시기입니다. 지금까지 전해지는 대부분의 주요 사찰은 바로 이 시기에 중창이 이루어졌습니다. 조선이 두 번의 큰 전쟁을 치루면서 얻었던 물적, 인적 손실과 전후 복구처리에 드는 많은 사회적, 경제적 비용에도 불구하고, , 또 어떻게 불교사원을 중창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어떤 계층이 이를 뒷받침했는지 밝혀는 것을 저의 제일 목표로 삼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일종의 이단(異端)이었던 불교가 탄압이 받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체제내화되는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그리고 불교를 중건하는데 참여하는 사족과 민의 역할을 조명함으로써, 임진왜란 이후, 더 나아가 조선후기의 사회변동, 의식변동의 한 단면을 알 수 있는 의미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특히 일차사료인 중건기나 복장기, 화기 등에 등장하는 시주(施主)자를 중심으로 불교사원 중건의 배경을 밝혀나간다면 당시대를 살았던 지방의 재지사족이나 민중의 삶을 간접적으로나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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