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무료한 103-230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同黎 2013. 4. 26. 01:33

컴퓨터로 논문을 쓰거나 사료를 볼 때 작은 볼륨으로 음악을 틀어놓는다. 그러다가 우연히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OST가 재생되었고, 회한에 젖어 2시간 동안 전곡을 다 듣게 되었다. 2003년 런던에서 녹음된 음반은 여러 번 무대에 올려진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중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것 같다. 

  

나는 기독교인이 아니다. 그러나 스스로 역사적 예수주의자라고 이야기한다. 교회의 해석에 갖힌 예수가 아니라 지역적 차별에 시달리던 나사렛에서 자라고 공부라고는 해본 적 없는 어부를 들어 제자를 삼은 청년 여호수아를 좋아한다. 세상에서 버림받았던 성노동자, 민족반역자인 세리에게 세상을 사는 가치를 알게 해준 예수를 좋아한다. 그리고 가나의 결혼식장에서 술을 만들어내어 함께 마시고, 위선자와 지식인들에게 욕하며 고함치고, 예루살렘 성전에서 장사치들에게 채찍질하며, 죽기 직전 아버지에게 울며 매달리던 식민지의 한 청년을 좋아한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는 신성으로 가려져있던 예수의 인간적인 면모를 잘 살린 뮤지컬이다.(불만이 없는 건 아니지만) 특히 압도적인 음악과 배우들의 가창력이 뒷받침되어 매우 성공적으로 인물들의 감정을 표현했다고 평가된다. 3년의 공생애를 끝내고 신의 뜻대로 삶을 마쳐야 하는 예수와 성공적인 인간의 길을 포기하고 신의 길을 가려는 예수를 배신해야 하는 숙명에 처해있는 유다, 그리고 예수의 고통을 함께 지고 싶지만 신의 아들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자책하는 막달라 마리아의 감정이 폐부를 찌른다. 


나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2번 봤다. 중학생 때 비교적 넉넉했던 가정 형편 덕에 여러가지 문화적 혜택을 입게 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이 뮤지컬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남산 국립국장에서 무대에 올린 이 뮤지컬은 비록 무대장치가 화려하지도 않고 유명한 배우가 없던 소박한 공연이었지만 그때의 충격은 가시지 않는다.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중학생 꼬마에게 예수는 처음 인간의 마음을 가진 청년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2007년에는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오리지널 버전을 볼 수 있었다. 기획사의 장사속에 불편한 자리에서 보게 되었지만 그 때의 만족감을 잊지는 않고 있다. 이제 한국판 버전이 곧 무대에 오른다는데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이 될지는 모르겠다. 


이 뮤지컬의 여러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두 곡이다. 그 중 하나는 절창으로 유명한 Gethsemane이다. 죽음을 눈 앞에 둔 예수가 아버지를 원망하고 저주하다가 결국 운명을 수용해야 하는 예수의 부르짓음을 표현하였다. 이 부분을 성서는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게쎄마니라는 곳으로 갔는데,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내가 기도하는 동안 여기 앉아 있으시오" 하고 이르셨다. 그리고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을 함께 데리고 가셨다. 그분은 무서워 떨며 번민하시기 시작했다. 이에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영혼이 근심에 싸여 죽을 지경입니다. 당신들은 여기 머물러서 깨어 있으시오." 그러고는 조금 더 나아가 땅에 엎드려, 할 수만 있다면 (수난) 시간이 자기를 비켜가게 해 주십사고 기도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빠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어떤 일이든 하실 수 있사오니,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소서. 그러나 제가 원하는 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소서." 그리고 돌아와서 보시니 제자들은 자고 있었다. 그래서 베드로에게 말씀하셨다. "시몬, 당신은 자고 있소? 한 시간도 깨어 있지 못했소? 당신들은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깨어 기도하시오. 영은 간절히 원하지만 육신은 약합니다" 하셨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다시 가시어 같은 말씀을 하시면서 기도하셨다. 그 다음 다시 오셔서 보시니 그들은 또 자고 있었다. 그들의 눈이 무겁게 내리 감겨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께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 이윽고 예수께서는 세번째 돌아오시어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아직도 자고 쉬어야겠소? 됐습니다. 시간이 닥쳤습니다. 이제 사람의 아들이 죄인들의 손에 넘겨집니다. 일어나 갑시다. 보시오, 나를 넘겨 줄 자가 가까이 왔습니다." 

(마르코복음서 14장 32~42절. 한국천주교 200주년 신약성서)


지독한 고독. 친구가 있지만 결국 혼자 결단을 내려야 하는 그 최고의 고독에 몸부림치는 예수. 사실 겟세마네 동산에서의 예수의 마지막 기도는 고함과 욕설, 눈물과 포기로 가득차지 않았을까? 그 지독한 고독의 노래는 요즘 같은 때에 정말 자주듣게 된다. 


하지만 사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예수를 배신한 유다가 그의 고통을 보면서 마침내 자살하기 직전 부르는 노래이다. 유다는 자신의 죄를 변명하다가 결국 죽음에 임박해서 진실한 고백을 한다. 사실 그를 사랑했지만 그를 어떻게 사랑할 지 몰랐다는, 그리고 그가 자신을 배신한 나를 봐줄까? 여전히 사랑해줄까? 하는 고백이다. 사실 그 처절한 고백이야말로 이 뮤지컬의 절정이다. 신과 인간의 길 사이에서 결국 갈라설 수 밖에 없었던 두 사람. 단테는 유다를 지옥의 가장 깊은 골짜기에 집어넣었지만 사실 예수와 유다는 하늘에서 술 한잔 걸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I don't know how to love him
I don't know why he moves me
He's a man
He's just a man
He's not a king
He's just the same
As anyone I know
He scares me so!
When he's cold and dead
Will he let me be?
Does he love me too?
Does he care for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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