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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 - 백기완(낭독)

젊은 날/ 백기완 모이면 논의하고 뽑아대고 바람처럼 번개처럼 뜨거운 것이 빛나던 때가 좋았다 하나를 알면 열을 행하고 개인을 이야기하면 역사를 들이대고 사랑이 튕기면 꽃본 듯이 미쳐 달려가던 곳 추렴거리도 없이 낚지볶음 안주 많이 집는다고 쥐어박던 그 친구가 좋았다 우리는 두려운 것이 없었다 헐벗고 굶주려도 결코 전전하지 않았다 돈벌이에 미친 자는 속이 비었다 하고 출세에 연연하면 호로자식이라 하고 다만 통일 논의가 나래를 펴면 환장해서 날뛰다 밤이내려 춥고 떨리면 찾아가던 곳 식은 밥에 김치말이 끓는 화로에 내 속옷의 하얀 서캐를 잡아주던 말없는 그 친구가 좋았다 그것은 내 이십대 초반 민족상잔 직후의 강원도 어느 화전민 지대였지 열 여섯쯤 된 계집애의 등허리에 핀 부스럼에서 구데기를 파내주고 우리는 ..

文/詩 2012.12.16

레베카 솔니트,「희망을 점령하는 것에 대한 편지」중에서

나는 당신에게 이 놀라운 1년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절망의 힘에 대해, 희망의 크기에 대해, 그리고 시민사회의 연대에 대해. 당신의 삶은 짧았지만 죽음의 의미는 거대했고 '아랍의 봄'을 통해 많은 독재자들이 몰락하게 하는 촉매가 되었다는 사실을 당신이 알았으면 합니다. (……) 힘없고 희망 없는 현실에 절망하며 몸에 불을 붙인 당신이지만, 하나의 작은 희망을 놓고 떠났습니다. 넉넉한 수입을 올리거나 경찰에게 공정한 대우를 받을 힘은 없었지만 당신은 저항할 힘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희망은 많은 이들의 꿈이었으며 99%의 꿈이었기 때문에 힘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튀니지인들이 들고 일어나 정권을 전복시켰고 이집트, 바레인, 시리아, 예멘, 리비아로 불이 옮겨 붙었습니다. 튀니지의 벤 ..

文/산문 2012.12.16

현재의 여사재 상태

여사재라는 공간은 온라인 상의 내 블로그이지만 오프라인에서는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내 방 겸 서재이기도 하다. 여기서 대부분의 공부가 이루어진다. 방 전경그나마 청소한 것 책상 근처의 상황 책상 위에는 주로 전공서를 쌓아 놓았다. 급하게 봐야할 것들. 그래서 사회경제사, 군제사 책들이 위를 차지하고 있다. 책상 왼쪽의 책들. 한국사, 동양사 책들이 대부분이다. 역사이론과 서양사 책도 간혹 섞여있다. 좀 깨끗했던 예전 책상 위지금은 안이렇다. 더러워졌다. 책상 오른쪽. 단성호적, 고문서집성, 조선왕조실록, 문헌통고, 국편 한국사 등이 쌓여있다.주로 사료를 놓는 곳 책상 왼쪽의 본래 기능을 읽은 장식장.잘 안읽지만 꺼내보는 책들을 쌓아 놓았다. 책상 뒤편 침대 발치의 책무더기. 도록, 서양사책들, 역사이론서,..

고려대 사학과 정복왕조 수업 실라버스

고려대 사학과 정복왕조 수업 실라버스 1주차 : 니콜라 디 코스모, 『오랑캐의 탄생』, 황금가지, 2005 2주차 : 토마스 바필드, 『위태로운 변경』, 동북아역사재단, 2009. 3주차 : 모리스 로사비, 『쿠빌라이 칸』, 천지인, 2008. 4주차 : John K. Fairbank ed., The Chinese world order : traditional China's foreign relations, Harvard University Press, 1968. 윤영인, 「10-13세기 다원적 국제질서에서의 책봉과 맹약」, 『동양사학연구』101, 2007 5주차 : James Louis Hevia, Cherishing men from afar : Qing guest ritual and the Macar..

史/동양사 2012.12.11

권오영, 19세기 초 안동유림의 유회와 활동

19세기 초 안동유림의 유회와 활동 1. 머리말19세기 초 세도정치기 소수 특정 가문을 제외한 유림들은 재야 세력으로 남게 되면서 중앙 정치세력으로 참여하지 못하였다. 그러다 보니 재야 유림들은 향촌사회에서 학계와 사회적 주도권을 잡기 위해 호락논쟁·병호시비 등의 갈등을 일으키게 되었다. 그 중 영남 유림들은 병호시비·한려시비·청회시비 등 유림시비와 각 문종의 종통시비, 적서갈등 등 첨예한 대립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안동유림은 크게 서애학맥과 학봉학맥으로 나뉘어져 있었고, 학봉학맥은 17세기부터 19세기 중엽까지 이현일·이사정·유치명 등을 중심으로 큰 학단을 형성하고 있었다. 19세기 초 안동 동부 유림은 유범휴의 주도 아래 이상정의 학통으로 결속하였고, 김시온을 추모하는 사업을 벌이며 더욱 결속을 다졌..

書/논문 2012.12.10

화산 광덕사 사리각기명

화산 광덕사 사리각기명 (華山光德寺舍利閣記銘) 우러러 살피건대, 승천체도 열문영무전하(承天體道 列文英武殿下:세조의 존호)께서 천명을 받아 천부(天符 임금의 위에 오름)를 잡아 국운을 열으시니 나라가 편안하고 풍우(風雨)가 순한지라 이것은 항상 청아하고 화기(和氣)가 있으시며 공손하고 말이 적으시면서 도를 생각하시니 지극히 거룩한 덕(德)이 큰 상서로 웅한 것이다. 금상(세조) 7년(辛巳 1461) 5월 13일(壬子)에 석가여래(釋迦如來)의 사리(舍利 부처유골)가 천원(天原) 광덕사에서 분신(分身)하였다. 상서로운 빛과 기운이 하늘에 타올라 이상한 향기가 울컥 일어나서 산골짜기에 가득히 퍼졌다. 효령대군이 절에 있다가 이십 오매(枚)를 진상하니 상감께서 자성왕비(慈聖王妃)와 더불어 내전(內殿)에서 예하고 ..

史/사료 2012.12.10

아름다운 집

아름다운 집 *손석춘의 소설 『아름다운 집』에서 차용했습니다. 사람이 경제적으로 독립을 하고 사회를 살아가면서 가슴속에 품게 되는 소망 중 하나는 자신의 집을 갖는 것이다. 그것이 피곤한 몸을 뉘일 곳이든, 가족이 모여 살 수 있는 곳이든, 혹은 경제적 투자와 투기의 대상을 겸하고 있든 간에 집이라는 것은 모두가 원하는 물리적 공간이라는 점에서는 다름이 없을 것이다. 나도 비록 경제력과는 거리가 먼 길을 걷고 있지만 나만의 집을 그리고 꿈꾸는 것은 남들과 다를 바 없다. 지금 살고 있는 잠실의 집은 크고 편하기는 하지만 정을 붙이고 살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전에 살던 구로동의 집처럼 주변에 친구가 많은 것도 아니고, 적당히 갈만한 술집이나 찻집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사람과 부대끼길 좋아하는 나로서는 잠실..

근황 12.12.07

근황 12.12.07오랜만의 근황입니다.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제 논문 작업이 막판에 이르렀습니다. 하루에 10장을 쓰고 8장을 지웁니다. 그렇다고 좋은 문장이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꼴도 보기 싫어 컴퓨터를 꺼버리고 침대에 누웠다가도, 그래도 이러면 않될 것인데라고 생각하며 다시 책상 앞에 앉습니다. 다음 주 주말까지는 끝장을 볼 작정입니다. 오늘 총학생회 선거 개표가 있었습니다. 안타깝게 후배들의 선본이 패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그 발걸음이 득표율 31%보다 훨씬 더 나아간 발걸음인 것을 부정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지고 이기는 건 중요치 않습니다. 아흔 아홉 번의 패배는 다 한 번의 승리로 보상받을 것이니까요. 다만 지난 선거의 기억과 다짐이 오늘 밤 단 한 잔의 술잔에 흘러 사라지 않고 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