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지 못하리란 걸 알면서도 밤새워 쓰는 편지도 있고 오지 않으리라는 걸 알면서도 기다려지는 편지가 있습니다. 돌아오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기다리게 되는 사람이 있고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보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기다리지 않아도 밤은 자꾸 오고 술마저 취하지 않는 밤. 새벽이 얼마나 더디 오는지 새벽을 견뎌 본 자는 압니다. 그런 밤, 신 내린 무당처럼 산에 올라 부를수록 상처가 되는 이름을 목 놓아 부르는 일은 얼마나 어리석습니까? 언제나 늦게 오던 사랑. 다시는 볼 수 없을 때가 되어서야 그게 사랑이었음을 깨닫는 일은 얼마나 쓸쓸합니까? 내가 스물 하나 일 때 박창수도 스물 하나였고 내가 스물 셋일 때 스물 하나였던 김주익을 만났던 언제나 거기서부터 떠오르는 이 형벌 같은 기억들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