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黎 2439

노동자 문화와 노동자 정치

[현장에서 미래를]73호 (2002년 01월)특집) 노동자 문화와 노동자 정치 신 병 현(교육위원장/홍익대 교수) 이 글은 문화에 대한 기존의 생각들을 비판적으로 보는 관점에서, 자본주의 하의 노동자들의 문화는 과연 어떻게 정의할 수 있고, 노동자운동에 영향을 미쳐온 각종 이데올로기 형태에 대해 살펴보면서, 노동자운동의 문화적 측면에서 어떠한 방향으로 정치적 기획이 이루어져야 할지를 함께 생각해 보기 위한 글이다. 1. 노동자문화란 무엇인가? 전통적으로 문화를 "지적, 정신적, 미적 개발과정 일반"으로 정의되어 왔다. 여기서의 문화는 읽기 능력, 학업 혹은 세련된 억양이나 취향 등에서 드러나는 '획득된 정도', '교양 수준'으로 보거나, 그 중에서도 지적 작업, 특히 예술적 활동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사..

心/거리 2013.03.12

임시 야간 숙소 - 브레히트

임시 야간 숙소 베르톨트 브레히트 듣건대, 뉴욕의 26번가와 브로드웨이의 교차로 한 귀퉁이에 겨울철이면 저녁마다 한 남자가 서서 모여드는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하여 행인들로부터 동냥을 받아 임시야간숙소를 마련해 준다고 한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이 세계가 달라지지 않는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나아지지 않는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착취의 시대가 짧아지지 않는다. 그러나, 몇 명의 사내들이 임시야간숙소를 얻고 바람은 하룻밤 동안 그들을 비켜가고 그들에게 내리려던 눈은 길 위로 떨어질 것이다. 책을 읽는 친구여, 이 책을 내려 놓지 마라. 몇 명의 사내들이 임시야간숙소를 얻고 바람은 하룻밤 동안 그들을 비켜가고 그들에게 내리려던 눈은 길 위로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방법으로는 이 세계가 달라지지 않는다. ..

文/詩 2013.03.12

이용석 열사의 유서

[10월 26일자 유서] 조합원동지들께 집행부를 믿고 적극적으로 결의를 다져주신 동지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각 지부 순회, 대의원대회, 총회 등을 통해 동지들과 함께 했던 많은 얘기들, 동지들 얼굴들이 하나하나 떠오릅니다. 파업을 준비하며 사측의 많은 부당노동행위들을 보면서 우리의 싸움이 얼마나 힘들까 가슴이 메어옵니다. 동지여러분! 오늘 참석치 못한 동지들을 저의 희생으로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 파업에 참여하지 못한 조합원들도 우리와 같은 마음으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사측의 회유와 압박, 탄압을 뚫고 여기온 동지들의 결의가 우리 집행부를 이만큼 설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동지 여러분! 우리가 모인 이 자체가 노동자로서 승리입니다. 직원을 탈피한 진정한 노동자로서 삶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이 자리..

心/거리 2013.03.12

‘임을 위한 행진곡’의 그 ‘임’을 아십니까?

‘임을 위한 행진곡’의 그 ‘임’을 아십니까?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로 시작해서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로 끝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80년대를 대표하는 운동가요이다. 학교와 공장과 거리에서, 집회와 시위가 있는 곳이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 노래를 불렀고, 가슴 절절한 곡조와 가사는 사람들을 하나로 만들었다. 80년대의 격동을 스쳐지나간 사람이라면, 아니면 비록 그 시대를 살지 않았더라도 한국 현대사의 거친 숨결을 느끼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노래를 기억하겠지만, 이 노래에서 ‘윤상원’이라는 한 인물을 떠올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윤상원이 1980년 5월 27일 광주에서 산화한지 19년, ‘광주사태’는 ‘5·18민주화운동’으로 복권되고 5월 18일은 국가기념..

心/거리 2013.03.12

나는 행복을 위해 투쟁합니다. 이주노동자와 함께

나는 행복을 위해 투쟁합니다. 이주노동자와 함께.... 제 인생에 있어 가장 행복했던 시기는 세번에 걸쳐 있습니다. 그 첫번째는 한국교회의 개혁과 변화를 꿈꾸며, 아울러 이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한국교회를 꿈꾸며, 대구기독청년협의회의 청년들과 함께 기독청년운동을 할 때였습니다. 그 두번째는 평생을 아웅다옹하며 삶을 나누고자 하는 희년공동체의 식구들과 함께 비산동주민들과 부대끼며 지역주민운동을 꿈꾸는 때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는 이 땅에서 우리와 함께 땀흘리며, 똑같은 노동자로 살아가지만, 노동자로서의 기본적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40만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하고 있는 지금 이 시기입니다. 이주노동자 운동에 뛰어든 이래, 지난 1년 9개월동안 저는 아름다운 세사람을 만났습..

心/거리 2013.03.12

하종강의 세 바보 이야기

첫번째 바보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본사가 있는 안산 공장에는 여성 노동자가 많고 지사인 춘천 공장에는 남자 노동자들뿐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설명할까요? 머리 속에 그림을 잘 그려보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앞으로 하는 설명이 이해가 됩니다. 안산에는 본사가 있고 춘천에도 공장이 있는데, 안산 공장에는 주로 여성 노동자가, 춘천 공장에는 주로 남성 노동자들이 많이 있다는 뜻입니다. 춘천 공장의 인원이 조금 더 많았으니 양쪽 공장을 모두 합치면 당연히 남자 숫자가 훨씬 더 많았습니다. 안산에 노동조합 본부가 있고, 춘천에는 노동조합 지부가 있습니다. 형식상 춘천 지부는 안산 본부 노조의 지시를 받고, 노동조합 대표자를 부르는 명칭도 안산은 '위원장'이고 춘천은 '지부장'입니다. 안산 본부 노조의 위원장 선거..

心/거리 2013.03.12

민주주의는 결코 '준법'을 통해 얻어지지 않는다

(...) 인류의 역사에서 인간의 생명에 대한 가장 극악한 파괴행위는 '법'을 준수하는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져 왔다 (...) - 서준식, '여호와의 증인에게(한겨레 2001년 4월 5일)' - 마틴 루터 킹은 어느 설교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악법은 그 누구도 스스로 나서서 없애 주지 않는다. 우리가 그 법을 위반하고 잡혀가고 잡혀가고 또 잡혀가고 우리로 감옥이 넘쳐날 때 악법은 씨가 마르는 것이다." 진지한 인권운동은 어느 시대에나 이렇게 처절한 것이었고 그 처절함이 사라질 때 인권운동의 진지함도 사라지는 것일 터입니다. 생각해 보면 인권운동가가 악법을 꼬박꼬박 '준수'하면서 악법에 반대한다는 것은 가장 궁극적인 의미에서 참으로 가소로운 자가당착이요 자기기만이 아닐 수 없는 것입니다. - ..

心/거리 2013.03.12

장애인이동권연대 박경석동지가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를 사양하며 쓴글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사양한 이동권연대 박경석대표(옮김) 안녕하십니까? 저는 박경석입니다. 정말 무겁고 민망한 마음으로 밤을 지새우며 이 글을 씁니다. 박인용 동지의 추천 글을 통해 수많은 동지들의 추천을 받고 감당할 수없는 지지에 진정으로 감사드립니다. 그 무게는 88년부터 지금까지 장애운동을 하면서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선택과 결단을 요구한 것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영광스럽고 획기적인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동지들의 지지에 감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민망할 따름입니다. 이 결정이 동지들에게 상처가 될까 두렵습니다. 그러나 이번을 기회로 동지들과 함께 더욱 현장투쟁을 확장하고 강화시키며 진보적 장애운동의 조직건설에 진정으로 연대하고 싶습니다. 장애아이를 둔 어머니의 추천 글에서 저의..

心/거리 2013.03.12

사회주의 여성주의란 무엇인가? - 바버라 에런리치

사회주의 여성주의란 무엇인가? (What Is Socialist Feminism?)바버라 에런리치 (Barbara Ehrenreich) 번역: 신기섭 이 글은 1976년 잡지 윈에 처음 실렸으며 저자의 동의를 얻어 다시 싣는다. 이 글은 사회주의 여성주의 사상의 고전이다. 이와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 수십년동안 토론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가 보기에 이 글의 중요성은 변함없다. - 먼슬리 리뷰 편집진 어떤 수준에서, 아마도 너무나 분명하게 표현되지는 않았지만, 사회주의 여성주의는 오랫동안 많은 걸 겪었다. 당신은 자본주의 사회의 여성이다. 당신은 화난다. 일에 대해, 월급봉투에 대해, 남편(또는 전 남편)에 대해, 아이들의 학교, 집안일에 대해, 예쁜 것에 대해, 예쁘지 않은 것에 대해, 남들이 쳐..

心/거리 2013.03.12

역사 발전 과정에서의 보편성에 대하여 - 근현반

역사발전의 보편성이라...그렇게 진행되면 좋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진행되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는 겁니다..... 옛날에는 "세계사의 자연사적, 합법칙적 발전"이라고 배웠는데, 어쨌든 맑스가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은 사실이나, 맑스는 인간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모두 설명하려는 시도는 한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류정환 군 말대로 맑스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자본주의'를 분석하고 종국에는 폐절하는 것이었죠. 내 생각에 역사발전 5단계설 등으로 표현되는 '완결적/총체적' 맑스주의는 1. 스탈린주의의 '변증법적 유물론', '역사적 유물론' 의 이론 체계에서 특화되었거나, 2. 사회주의 운동을 비판하는데 급급한 지식인들이 맑스주의에 흠집을 내기 위해 자구 하나하나를 전체 내용에서 뜯어내어 특화한 데 그 원..

史/그 외 2013.03.12

10월 혁명을 옹호하며 - 레온 트로츠키

10월 혁명을 옹호하며(1932년 11월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행한 강연 )Leon Trotsky 사회주의자 국제총회가 개최되어 참석했을 때 코펜하겐과 나는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애틋한 추억을 간직한 채 나는 이 도시를 떠났었다. 그러나 그때 이후 25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그 동안 오레순트와 피요르드의 물결은 다시 또 다시 바뀌었다. 그리고 바뀐 것은 물결만이 아니었다. 전쟁이 유서 깊은 유럽 대륙의 등뼈를 분질러 놓았다. 이 대륙의 강과 바다는 피로 물들었다. 인류 특히 유럽의 인류는 격심한 시련을 겪었으며 더욱 우울하고 야만적이 되었다. 모든 종류의 갈등은 더욱 가혹해졌다. 세계는 거대한 변화의 시기로 들어섰다. 이것의 극단적인 표현이 바로 전쟁과 혁명이다.오늘 강연의 주제인 혁명에..

心/거리 2013.03.12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에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

文/詩 2013.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