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일본 여행기 10차

간사이대원정 17일 - 교토 카츠라1 (카츠라리큐桂離宮1)

同黎 2016. 10. 29. 00:11



오늘은 사실상 마지막 날

내일이면 집에 간다


버스를 타고 한큐선을 타러 가와라마치역으로 


오늘의 첫 목표는 드디어 예약에 성공한 카츠라리큐를 보기 위함이다.


주말 아침이라 그런지 텅텅 빈 한큐선


드디어 카츠라역 도착

카츠라리큐 때문에 나는 귀국도 미루고 이렇게 혼자 남은 것

그만큼 보기 힘든 곳이다.


여기서 버스를 타면 카츠라리큐로 간다는데


1번 노리바에서 아무거나 타면 된단다.


딱 내렸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지도만 보고 찾기 쉬울 줄 알았는데 계속 담만 보이고 입구를 못 찾던 중

어떤 일본인에게 물어봤는데 그 아저씨도 히로시마에서 온 관광객이었다.


가는 길 고료신사 발견

거의 다 온 건데


이 와중에 사진을 찍자


누구를 모시는지 잘 모르겠으나 아마 스토쿠천황 등 억울하게 죽은 이들을 모시는 듯


이 산를 지나니 왼쪽으로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카츠라리큐 입구


경계 부분에 흐르는 개울


뭔가 공사 중인지 가설된 다리


드디어 도착

여권과 예약증을 보여주고 들어간다.

히로시마에서 온 아저씨는 예약하는 건 줄 모르고 길만 찾다가 돌아간다 ㅠㅠ


참관자 대기실


20분 전에는 도착해서 여기서 대기해야 한다.


한쪽에는 수리하면서 철거해놓은 유물들이 전시해 있다.

작은 풍탁


카츠라리큐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월(月)자형 인수(引手)


인수는 장지문의 손을 넣어 문을 여닫는 곳이다.

붓글씨로 달 월자를 쓴 후 그걸 은으로 만든 인수는 정말 우아한 모습을 보여준다.

카츠라리큐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유물

개인적으로도 아주 일품이라고 생각한다.


그 밖에도 다양한 모양의 인수들


화병무늬 인수


이렇게 다양한 모양의 인수가 카츠라리큐에 사용되었다.


손잡이 하나에도 지극히 공을 들이는 인위의 미를 제대로 보여주는 인수


삼각형 모양도 있다.


카츠라리큐 경내도

카츠라리큐(桂離宮)는 궁내청 소속의 별궁 중 하나로 에도시대 세습궁가인 하치조노미야(八条宮),

이후의 카츠라노미야(桂宮)의 별저였다. 이 이궁은 106대 오기마치천황(正親町天皇)의 손자이자 107대

고요제이천황(後陽成天皇)의 동생인 하치조노미야 토시히토친왕(八条宮智仁親王)이 처음 조성했다.

토시히토천황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천하인일 당시 황가와의 관계를 위해 그의 (명목상의) 양자가 된다.

이후 형인 고요제이천황이 그에게의 양위를 고려하기도 했기만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도요토미가의

양자였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대신이라기는 뭐하지만 황실의 직계가 끊길 경우 이를 대비하기 위해 친왕의 직위를 세습하는(본래는 친왕-왕의 순으로 지위가 낮아진다) 미야케(宮家)로써 카츠라노미야(桂宮)의

시조가 된다. 이 당시 황족들이 그렇듯이 이들은 정치 일선에서 손을 떼고 다도나 정원 가꾸기 같은

 문예활동에만 전념하게 되고, 하사받은 이 카츠라지역에 카츠라리큐라는 아름다운 정원을 완성했다.


토시히토친왕의 사후 이 별저는 황폐화되었으나 그 아들 토시타다친황(智忠親王)이 카가번의 마에다

토시츠네의 딸와 결혼하면서 재정적 지원을 받아 카츠라리큐를 재건하고 건물도 늘린다. 이들의 본저는

이마데가와에 있었다는데 내가 쭉 잘못 서술하고 있던 것이 니조성의 혼마루어전은 이 곳 카츠라리큐의

건물이 아니라 교토 시내에 있던 본저의 건물이었다. 어쨌든 토시히토친왕과 토시타타친왕은 당시 일본의 정원과 미술에 대단한 감각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여러 별궁(리큐) 중에서도 카츠라리큐는 그 중

최고의 건축물로 알려져있다. 이에야스에 밀려 양위한 고미즈노오천황이 이곳에 머물기도 했으며,

이후 카츠라노미야의 후손이 끊기면서 궁내청으로 환수되어 카츠라리큐가 되었다.


정원도 정원이지만 그 동안 한번의 화재도 입지 않아 건축물이 에도시대 초기의 모습 그대로 남아있어서 모모야마시대 이후 꽃 핀 일본의 정원문화와 다도문화의 극치를 보여준다고 평가받고 있어 센토고쇼, 슈가쿠인리큐, 카츠라리큐 중에서도 가장 예약이 힘들다. 최근 교토의 세계유산 목록을 늘리려고 하는데, 카츠라리큐를 '고도 교토의 문화유산'에 추가하려 하자 유네스코에서 이런 훌륭한 건 단독으로 등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고 했을 정도. 다만 궁내청 소속의 문화재는 국가 지정문화재로 하지 않는다는 암묵의 룰에 따라 지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세계유산이 안 되는 것 같다. 최근 일본정부에서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궁내청 관리의 문화재도 지정과 학술조사를 허락할 것을 적극 검토한다고 하니 곧 세계유산이 될지도 모르겠다.


가츠라리큐 배관 순서

약 1시간 반 정도 코스이다. 정원을 중심으로 꾸며져 있고, 1일에 단 3번만 인터넷으로 예약할 수 있었으나

2016년 10월 이후 현지 접수도 받는다고 한다. 다만 줄 선 순서대로 끊는 모양이니 경쟁이 치열할 듯

참관에서 아쉬운 건 서원 내부를 볼 수 없다는 점.

주로 작은 다실들을 중심으로 보여준다.


드디어 출발


건물이 보인다


천황이 들어가는 출입구는 당연히 못 가고 우리는 옆문으로


바닥의 길 하나하나도 치밀하게 계산하여 각을 맞추고 있다.

토시타다 친왕이 고미즈노오 천황을 맞기 위해 깐 길이라고 한다.


정원 중간의 다리를 건넌다.


연못 한 구석 숨어있는 배


카츠라리큐는 가운데 큰 연못을 두고 다섯 개의 섬이 있으며

섬과 연못가에 건물을 두어 거닐며 정원을 감상하는 회유식 정원이다.

저 툭 튀어나온 것은 스미요시의 소나무(住吉の松)라는 것인데


건너편에 있는 소나무와 함께 각각 일본 고대문학의 정점인 만엽집(만요슈)와 고금와카집을 상징한다고


이끼가 덮인 다리


다리를 건너면 눈에 들어오는 인공


그리고 길

천황이 걷는 길로 어행도(御幸道)라고 한다.


우리는 옆으로 돌아간다.


돌아가면 나오는 어행문(御行門, 미유키몬)

토시타다 친왕이 고미즈노오 천황의 행차를 위해 지은 문이다.


네 개의 기둥이 있는 사각문인데 기둥은 나무껍질을 벗기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며 지붕은 초가로 되어 있어 소박한 맛을 살렸다.


소나무와 대나무 숲


어행문에서 바라본 모습


설명 듣는 사람들


제대로 나온 문의 모습

아 저 노란색 팔


역광이라 망했다.

지붕 용마루 위에는 신사에서 보이는 것 같은 구조물이 얹어져 있다.


어행도


옆으로는 아까 본 산이 있다.

이 산은 모미지야마


아마 단풍이 들면 아름다운 산이라는 것 같은데

제대로 설명도 없고


산 너머로 보이는 연못


하나하나 계산된 돌길


이제 직진한다.

카츠라리큐는 한때 정원의 명수로 알려진 고보리 엔슈의 작품이라고도 알려졌으나 현재 그런

가설은 부정되고 있다. 그러나 엔슈 식의 정원인 것은 분명하다. 연못이 나타났다 모습을 감추는

아주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줘 일본 예술의 미인 진(眞: 잔잔하고 고요함), 초(草: 대담하고 변화무쌍함),

행(行: 진과 초의 중간), 즉 진행초의 모습을 모두 보여준다고 평가되고 있다.


가는 길에 보이는 소토코시카케(外腰掛, 외요괘)

다도에는 다실로 들어가기 전에 일종의 대기소 내기 휴게소에서 잠시 기다려야 한다.

소토코시카케는 바로 다음에 나오는 송금정(松琴亭, 쇼킨테이)라는 다실의 대기소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 자체가 다실의 하나이기도 하다.


소토코시카케 앞의 노지


억새풀로 만든 초가집이다.


기둥은 역시 껍질을 벗기지 않았고 댓돌도 자연석으로 놓았다.


의자 옆의 돌들


열심히 설명 듣는 중


정자 앞의 소철나무

사츠마번에서 진상한 것이라고 한다.


정자 앞 손 씻는 석조

일본어로 테미즈호치(手水鉢)이라고 한다.


겨울이라 그런지 물은 없다.

다실로 가기 전에 여기서 손을 씻어야 한다.


특이하게 화장실도 딸려 있다.


화장실 내부


앉아서 대기하는 곳


다들 설명 듣는 중


지붕의 모습

대공을 구부러진 나무의 모습을 그대로 살려 보와 엮었다.


지붕 아래 낙수물이 떨어지는 곳


소철나무의 모습

겨울이랑 꽁꽁 싸매져있다.


지붕의 모습


정자 앞 풍경


겨울이라 그런지


물이 좀 많이 빠져있다.


석등롱의 모습


졸졸 흐르는 개울


멀리 송금정이 보인다.

그 앞에는 자갈을 쌓아 반도모양을 만들어 놓았고 돌다리를 놓아 연못을 가로질렀다.

여기는 스마하(洲浜)라고 하며 저 다리는 교토부 북부의 명승지 아마노하시다테를 묘사한 것이라고

역시 사진은 눈을 못 따라간다.




대략 이런 모습

정말 실제로 보면 감탄이 나온다.


연못 옆에 쌓은 언덕


멀리 보이는 다실


연못 중간중간 바위를 놓았다.


둥글 자갈을 놓고 끝에는 석등롱을 놓았다.

멀리 석교가 보인다.

밤이면 정말 환상적일 듯


부지런히 이동 중


서로 사진 찍느라 난리다.

아마노하시다테의 모습


스마하의 마지막 끝 부분

물이 좀 적네


아마노하시다테의 가운데 타카사고의 소나무(高砂の松)

건너편 스미요시의 소나무와 대응하는 소나무


쇼킨테이(송금정)


길가의 석등롱


아름다운 모습이다.


겨울에도 이러면 봄이나 가을엔 얼마나 좋을까


이제 다실을 보러 간다.


다실 앞에


작게 만들어 놓은 만


이제 본격적으로 다실로 가서 경치를 구경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