心/거리

이용석 열사의 유서

同黎 2013. 3. 12. 00:18

[10월 26일자 유서] 

조합원동지들께 
집행부를 믿고 적극적으로 결의를 다져주신 동지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각 지부 순회, 대의원대회, 총회 등을 통해 동지들과 함께 했던 많은 얘기들, 동지들 얼굴들이 하나하나 떠오릅니다. 파업을 준비하며 사측의 많은 부당노동행위들을 보면서 우리의 싸움이 얼마나 힘들까 가슴이 메어옵니다. 
동지여러분! 
오늘 참석치 못한 동지들을 저의 희생으로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 파업에 참여하지 못한 조합원들도 우리와 같은 마음으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사측의 회유와 압박, 탄압을 뚫고 여기온 동지들의 결의가 우리 집행부를 이만큼 설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동지 여러분! 
우리가 모인 이 자체가 노동자로서 승리입니다. 직원을 탈피한 진정한 노동자로서 삶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이 자리 함께 하지 못한 동지들의 몫까지 우리가 싸워야 합니다. 
노예문서같은 비정규직 관리세칙을 파기하고 고용안정을 외치는 우리의 요구는 당연한 것이며 마땅히 쟁취해야 합니다. 
"나 하나 쯤이야" 하는 생각을 버리고 나만, 우리만 함께 한다면 반드시 우리는 승리할 것입니다. 
오늘 이 모인 자리를 자축하며 즐겁게 투쟁합시다. 

동지여러분! 
우린 정말 순수하고 자주적으로 일어섰습니다. 
지금 투쟁은 매년마다 할 수 있지만 기본없는 노동조합은 결국 쉽게 어용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선 이 자리 이 시간들의 의미를 잃지 않기를 부탁드립니다. 
짐을 챙겨 떠날 때 그 날 어머님이 시골에서 오신다는 말을 듣고도 차마 얼굴을 뵙지 못한게 미안합니다. 파업을 앞둔 공공연맹 사무실이 무척이나 조용하네요. 

동지여러분! 
하나가 모여 둘이 되고 둘이 모여 넷이 되듯, 모든 것을 한꺼번에 이루려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100이 되지 않더라도 정당한 길을 간다면 그 뜻을 이룰 것입니다. 
오늘 다 함께 하지 못함이 내일을 바라볼 수 있는 기약이라 생각하십시오. 
오늘 동지들이 모여 있음이 자신과의 싸움에 승리하였음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우린 정당하고 새로운 길을 찾았음이 꼭 승리하겠습니다. 

2003. 10. 26. 03시 이 용 석 



[10월 23일자 유서] 

위원장님께 
집행간부님들께 

32년 평생(일생)동안 우리 공부방 어린 학생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은 내 삶의 스승이자 등대였습니다. 
내 어두운 미래나 긴 터널 속에서 나를 빛으로 깨우게 한 나의 동반자 였습니다. 

동지 여러분! 
그 희망과 빛으로 6개월 시간을 동지들과 함께 하였습니다. 
정종우 위원장님, 정락준 부위원장님, 이상엽 서울본부장님, 현수원 부산본부장님, 신순호 대구본부장님, 채경자 사무차장님... 
동지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봅니다. 그 흔한 단체사진 하나 없네요. 수개월동안 동거동락한 기억과 추억과 감동속에서 아무런 상의도 없는 제 행동을 너그러이 용서를 바랍니다. 
10월 9일 중앙집행위에서 파업을 결의하였을 때 이미 오늘을 예고하였습니다. 
참여하지 않은 조합원, 깨어나지 않은 조합원에게 몸으로써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들의 몫을 제가 다하고자 합니다. 
정종우 위원장님, 서울본부장님,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제 마음을, 간절한 마음을 받아주십시오. 부탁입니다.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아실 줄로 믿습니다. 
짐을 꾸리기 위해 목포서 내려가는 버스가 유난히 과속을 하네요. 자주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는 없지만 이를 악물고 울지 않을 것입니다. 
무책임하고 무모한 행동이라 욕하며 비웃어주세요. 어머님 얼굴 뵙지를 못하고 가네요. 

2003. 10. 23. 심야우등버스 안에서 이 용 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