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코쿠에 가면 홍법(고코)대사 공해(구카이)의 흔적을 따라 88개 사찰을 순례하는 오헨로미치라는 순례길이 있다.
순례자들의 복장은 똑같은데 몸에는 수의를 대신하는 흰 옷을 입고, 머리에는 관을 대신해 얼굴을 가려줄 삿갓을 쓰고, 손에는 묘비를 대신할 지팡이를 집고 다닌다. 순례 도중 죽을수도 있는 고독의 길, 실제로 많은 이들이 순례 도중 죽기 때문에, 혹은 죽음을 눈 앞에 둔 사람들이 많이 다니기 깨문에 언제든지 죽어도 될 준비를 하고 걷는 죽음의 길이다. 혼자 걸을 수 밖에 없는 1200km의 그 길을 사람들은 군데군데 놓인 동행이인(同行二人)이라는 표지를 보며 힘을 내고 걷는 다고 한다. 고독의 길을 무형의 동반자를 통해 이겨내는 것이다. 그 동반자는 부처님일 수도 집에서 나를 기다리는 가족일 수도, 친구일 수도 있겠다.
가장 외로울 때 실은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사람 인(人)자가 두 사람이 서로 기대고 있는 모습인 것 아니겠나. 인생은 역시 언제나 혼자 걷는 것이 아니다. 물리적으로 공간적으로 당장 옆에 있지는 않아도 항상 같이 걷는 사람이 하나쯤은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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