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朝聞道 夕死可矣)"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예전에 논어를 읽을 때는 아침과 저녁 사이를 단지 짧은 시간의 단위로만 해석하여 "진리를 알게 된다면 바로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뜻 정도로 해석했다. 참 공자는 도에 목말라 있구나 정도로...
그런데 최근에 의문이 들었다. 진리를 아는 것 자체가 목표라면 어째서 도를 들은 아침에 바로 죽지 않는가? 굳이 저녁까지 기다려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에 내린 결론은 이렇다. 아침과 저녁 사이 해가 떠서 지는 그 사이의 시간은 바로 도의 실천을 위한 시간이다. 아무리 대단한 진리를 들어도 그것이 진정 적용될 수 있는지 없는지는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마음 속에 있는 일말의 작은 의혹도 없이 깨끗하게 죽을 수 있는 것이다.
도의 실천을 위한 최소 시간이 왜 해가 떠서 지는 한나절의 시간일까? 이 한나절은 인간이 잠에서 깨어 집 밖으로 나와 다른 사람과 관계 맺으며 살아가는 시간이다. 즉 도의 실천은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그 시간에 해야 하는 것이다. 도(道)는 결국 인간과 인간 사이 관계맺음의 방식인 것이다.
공자가 그토록 알고 싶어했던 도는 결국 우리가 다른 사람과 어떻게하면 잘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이었다. 그렇기에 공자에게는 진리 그 자체뿐만 아니라 그 진리를 실천하고 시험해볼 수 있는 한나절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처럼 '관계'는 너무나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쉽게 관계에 대한 고민을 잊어간다. 천여 년 전 한 늙은 정치가이자 철학자가 너무나 목말라했던 그 해답을 우리는 지금 얼마나 고민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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