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무료한 103-230

요한에게 (겟세마네에서)

同黎 2013. 5. 1. 11:33

요한에게 

 

밤은 지독히 검었다. 나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사실 알고 있었던 끝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너에게 무리한 것을 요구했고 너는 당연히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서로가 침묵하면서 밤은 더욱 깊어졌고 나는 계속 슬픔의 골짜기로 들어서고 있었다. 나는 너에게 내 고독의 십자가를 같이 질 것을 요구하였던 것이다.

 

너는 최후의 만찬에서 내 품에 기대어 앉은 젋은 요한이었다. 사람들이 나에게 무언가를 묻고 싶을 때 너를 통했다. 너는 나에게 자랑이고 희망이었다. 베드로조차 너에게 미치지 못했다. 나는 너에게 새 예루살렘 왕국에 대해서 설명해주었고, 최후의 심판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너는 나를 사람의 아들로 믿었다. 아니 적어도 광야에 외치는 소리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스가리옷의 유다에 불과했다. 진리를 배신하고 있으면서 그것이 옳은 길인줄 믿었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결국 자살할 수 밖에 없는 유다에 불과했다. 때문에 요한을 끝까지 배신할 수는 없었다. 차라리 내가 고통의 길을 갈지언정

 

그 지독히 검었던 밤, 나는 참지 못하고 너를 흔들었다. 그러나 너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고, 나의 부름에 응답하지 않았다. 예수의 요한이 그의 마지막 밤 잠에서 깨지 못했듯이. 너는 돌을 던지면 닿을 만한 거리에 있었지만 나는 혼자 겟세마네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나는 눈물 흘리고, 가슴을 치고, 통곡하고, 구토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지막 결심을 하였다. 나는 동굴 속에 들어가 문을 닫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나는 결코 부활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젊은 요한아. 내가 한 모든 것이 거짓말은 아니다. 아스가리옷이 마지막으로 키스한 것이 더없는 진리였듯이, 나의 입술로 한 키스는 진리를 향하고 있다. 그 길로 간 요한은 채찍질 당한 후 밧모섬의 채석장에 유배당했지만 홀로 묵시를 보는 영광을 독차지 하였다. 나는 너에게 진리를 열고 복음을 선포할 능력이 있음을 믿는다. 거짓을 이야기했던 유다 따위는 까맣게 잊어 버리고 진리의 길로 향하기를 바란다. 유일하게 기억해주길 바라는 것은 내가 너에게 주었던 정은 거짓이 아니였다는 것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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