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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에 관한 메모

생각해보면 은 단순히 재미난 일본 역사 대하소설이 아니다. 메이지유신 이후 근대 일본에서 막부와 관련된 인물이나 역사는 거의 다 부정되었다. 비단 에도막부 뿐만이 아니라 가마쿠라나 무로마치막부도 마찬가지였다. 토막의 여명을 밝힌 사건이 교토 도지인(등지원, 절이다. 난 가봤다.)에 모셔져있던 무로마치 막부 쇼군들의 목을 쳐서 강에 버린 것이라고 하니... 북조 천황들은 정통성을 잃어 버렸고, 패배한 남조 천황이 정통성을 얻게 되었다. 여기서 빗겨간 것은 도요토미 히데요시 뿐. 바늘장수에서 쇼군이 된 이 에도막부의 적에게 메이지 천황은 도요쿠니 신사를 다시 세워주고 정1위의 벼슬을 내려주었다. 메이지 천황의 '역사 다시 세우기'도 재미있는 연구 주제인 듯 하다. 그런데 은 패전 후 20년이 안된 상태에서 ..

근황 12.07.28

근황 12.07.28 힘든 나날입니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우울한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노조 탄압을 전담하는 기업이 생겨서 용역깡패를 동원해 투쟁 사업장을 덮쳤다는 소식입니다. 너무나 분하고 억울해서 한참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하지만 저는 조교이기에 또 준비해야 할 세미나가 있기에 학교로 걸음을 옮겨야만 했습니다. 공부하는 것이 뭔지 한참 고민하게 만드는 하루였습니다. 펜이 총보다 강하다는 말도, 학문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말도 모두 거짓입니다. 실천을 담보할 수 없는 학문은 그냥 허울 좋은 자기만족의 다른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써야 할 글의 방향을 다시 돌이켜 봐야겠습니다. 논문이 목적의식으로 쓰여지면 않되겠지만, 연구자가 목적의식을 잃으면 결국 아무것..

근황 12.07.26

근황 12.07.26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정말 무더운 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더운 나머지 건물 밖을 나가기 싫어지고 몸은 계속 늘어집니다. 하늘이 원망스러워질 정도이지만, 선풍기 하나를 끌어안고 그럭저럭 버티고 있습니다. 글이 진전되지가 않습니다. 발표 이후 거의 방치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물론 생각을 멈추는 것은 아니지만 세미나와 출근이 핑계가 되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사는 듯합니다. 세미나도, 일하는 것도 결국 나만의 글을 완성시키기 위한 것인데, 너무 풀어지지 않았나 하는 걱정과 후회가 밀려옵니다. 큰소리 쳐놓은 것이 있는데, 잘 수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좋은 글이 나오도록 언제나 노력해야겠지요. 작은 노트를 하나 샀습니다. 이른바 연구노트입니다. 대단한 것은 없고, 그때 그때 생..

근황 12.06.16

근황 12.06.16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비가 올 것도 같고 아닐 것도 같은 흐린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바쁜 척을 하느라 날씨 따라 기분이 좋지 않더니 어제 발표를 마치고 난 다음에는 이젠 모든 것이 그냥 좋아 보입니다. 논문의 초고에 해당하는 글을 선생님 앞에서 발표했습니다. 이 글을 쓰느라 한 달 정도를 고스란히 바친 듯합니다. 이백 여개의 각주에는 수 십 개의 연구사와 사료들이 켜켜이 쌓여있습니다. 역사논문이라는 것은 수많은 연구사와 사료가 마치 지층처럼 쌓여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물론 그것이 사실과 사실의 단순한 물리적 결합이 아니라 마치 대리석의 생성과 같이 서로 융합하는 화학적 결합을 거쳐야 하겠지요. ... 논문을 준비하면 사람의 성격이 약간 이상해진다는..

근황 12.06.12

근황 12.06.12 저는 비교적 잘 지내고 있습니다. 최근 석사 6학기 안에 논문을 내고 싶다는 과도한 욕심이 글을 병들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다급함이 약이 될리가 없겠지만, 질러놓은 것이 있어 잡문이나마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조금 위안을 삼을까 합니다. 생각만하고 아무것도 못하는 것보다는 생산적이겠죠. 하지만 욕심만큼 글을 잘 쓰지 못하는 부분은 여전히 괴롭습니다. ... 글을 쓰다보면 많은 생각을 합니다. 수많은 논문을 읽으며 평가하고 갈무리하는 과정은 희열과 고뇌를 동시에 가져다줍니다. 나의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을 찾으면 기쁘지만 동시에 어떻게 하면 이보다 더 효과적으로 이 내용을 글에 넣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됩니다. 나의 생각과 반대되는 부분을 찾으면 고민스럽지만 동시에 사..

賢儒李公癖墓碣銘 幷序

賢儒李公癖墓碣銘 幷序 公의 貫鄕은 延安이요, 諱는 癖이고, 阿號는 碧壁이며, 살던 곳은 忠淸道 丹陽郡이다.生前 婚姻을 하지 않아, 妻와 子息이 없고, 다만 家門의 아우 셋이 있을 따름이다.일찍이 壬戌年에 태어나 어려서부터 文章과 格物致知에 能하였으며, 性品은 思慮가 깊고 剛直하였다. 開國한지 六百十七年이 되던 해에 我朝에 入朝하였다. 天下의 人材를 뽑는 科擧에 應試하여 進仕試에서 滿點을 받아 本朝 最初의 壯元을 하여서 일찍이 그 이름이 朝野에 널리 퍼졌다. 以後에 大科 文科에 乙科 及第하여 弘文錄에 登載됨과 同時에 朝廷에 出仕하였으니, 처음의 品階가 通仕郞이요, 그 官職은 權知承文院正字였다. 以後 正職으로 使令된 後에도 生員試와 訓練院試에 一等으로 入格하여 그 文章을 天下에 뽐내었다. 後에 그 間의 試券..

雜/무제 2010.01.11

걸어가며 묻다.

걸어가며 묻다. 나의 좌우명이랄까... 사빠티스타들의 이야기에서 나온 말이다. 누구나 이러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자신의 앞에 어려운 일이 나타났을 때, 결정해야 하는 누군가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하고 한탄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 누군가는 고민없이 무턱대고 뛰어들고 당연히 패배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모두 변명을 늘어 놓는다. 너무 어려웠어. 애초에 불가능 했어. 말이 안되는 거였어. 하지만 그 어느 것도 답이 아니다. 우리는 실천하면서 동시에 고민해야할 뿐. 그러기에 나에게 끊임없이 이 말을 잊지 않도록 되뇌인다. 걸어가며 묻다. --------------------------------- 2007년에 장준영님이 새겨준 전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