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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 - 최원

나는 이 글에서 지식인과 대중의 "경계"라기 보다는 '경계들'에 관해 말하고자 하며 그것들의 부단한 전위 속에서 우리가 수행해야할 싸움들의 복잡성에 관해 논하고자 한다. 첫 번째 경계: 지식인과 대중을 유식자와 무식자의 단순한 대립 속에서 파악하려는 시도들은 언제나 모종의 엘리트주의로 귀결되었을 뿐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혹자는 지식인이란 항상 이미 대중이라는 점(즉, 그들도 대중 안에 생활인으로 실존한다는 점)을 강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 안에는 '언행의 불일치'를 비롯한 지식인들의 '위선'이란 결국 그들이 동시에 대중의 한 사람이기 때문에 갖는 속물근성이라는 식의 이해(그들은 더 '영리하게' 속물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대중들보다 더 속물적이다)가 엿보이고, 이는 속물근성의 원인을..

雜/남의 글 2013.03.08

정운영 선생을 추억하며 - 윤소영

정운영 선생을 추억하며 윤 소 영 추석 며칠 전날 한밤중에 정운영 선생의 전화를 받았는데, 느닷없이 자신의 책들을 내게 맡기겠다는 말씀이셨다. 어림잡아도 2만 권쯤 되는 장서는 선생이 유학 시절부터 모아오신 것으로 그 규모와 범위는 경제학계에서도 아주 유명한 것이었다. 그런데 애지중지하던 그 책들을 내게 맡기시겠다니.... 지난 봄에 뵐 때 신장에 이상이 생겨 고생하신다는 말씀은 들었지만, 그냥 잔병치레거니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터에 갑자기 그런 말씀을 듣고 불안하기는 했지만, 추석쯤 퇴원할 수 있을 것이니 그 때 다시 의논하자는 말씀을 곧이곧대로 믿고 싶었다. 그러나 추석 다다음날 사모님의 급한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선생을 찾아뵈니 힘겹게 단 두 마디 말씀만 하셨다. 한참 물끄러미 나를 보시다가 “..

雜/남의 글 2013.03.08

그대 이름은 '무식한 대학생' - 홍세화

그대 이름은 '무식한 대학생' - 홍세화 그대는 대학에 입학했다. 한국의 수많은 무식한 대학생의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지금까지 그대는 12년 동안 줄세우기 경쟁시험에서 앞부분을 차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영어 단어를 암기하고 수학 공식을 풀었으며 주입식 교육을 받아들였다. 선행학습, 야간자율학습, 보충수업 등 학습노동에 시달렸으며 사교육비로 부모님 재산을 축냈다. 그것은 시험문제 풀이 요령을 익힌 노동이었지 공부가 아니었다. 그대는 그 동안 고전 한 권 제대로 읽지 않았다. 그리고 대학에 입학했다. 그대의 대학 주위를 둘러 보라. 그 곳이 대학가인가? 12년 동안 고생한 그대를 위해 마련된 '먹고 마시고 놀자'판의 위락시설 아니던가. 그대가 입학한 대학과 학과는 그대가 선택한 게 아니다. 그대가 ..

雜/남의 글 2013.03.08

왜 그들은 마르크스를 버리지 못하는가

왜 그들은 마르크스를 버리지 못하는가 산 자본주의가 죽은 마르크스를 살린다 카드빚에 시달린 젊은 엄마가 아이 셋을 데리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는 소식은 충격적이다 못해 괴기스럽다. 고인의 명복을 비는 것이 살아 있는 자의 도리이자 예의다. 더욱이 투신자살을 결행하기까지 겪어야 했을 심적인 고통을 생각하면 망자에 대한 악담일수 있겠으나 나는 무엇보다도 젊은 엄마를 질책하고 싶다. 삶이 인생을 속일지라도 생명을 버려서는 안된다. 뉴스로 전해진 젊은 엄마의 나이는 나와 동갑이다. 한 동갑일 망정 사업을 부도 맞은 남편을 대신해 세 아이를 부양하며 가족의 생계를 꾸려야 했던 젊은 어머니가 체감하는 삶의 무게와 인생의 고달픔은 늙은 부모 등치며 집에 빌붙어 지내는 노총각의 그것과는 견주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팍팍하..

雜/남의 글 2013.03.08

근현반의 시니어들에게 - 김대일(한사 98)

근현반의 시니어들에게 난 호기심과 지적 열정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난 왕성한 호기심을 갖고 있고, 세상에 대한 갖가지 궁금증들은 끊긴적이 없다. 늘상 이야기하듯이 지하철 문이 왜 양쪽에서 열리는지, 정말 궁예가 신라의 왕족이었는지 따위는 매우 흥미로운 주제이며 나를 자극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을 지적 열정과 냉정하게 분리하였던 것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지식은 감히 '지식'의 범주에 들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갖고 있는 것은 호기심인가, 아니면 지적인 열정인가. 이른바 '진보적인 학자들'이라고 불리우는 사람들 중 타인의 노동에 기대어 펜대를 놀리며 스스로의 삶과 타인의 삶에 조금도 개입하지 않고 '진보적인' (무슨 ..

雜/남의 글 2013.03.08

메모2

사료를 보면서 제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제도 만들기의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현실론과 이상론 사이 그리고 시행시기를 언제로 할 것인가, 새로운 제도를 만들면 생길 부작용들에 대한 걱정, 과거의 제도를 바꾸지 않으려는 마음, 바꿔야한다는 마음, 실험, 실패, 성공, 왕의 반대 혹은 찬성 그리고 그에 맞서는 관료들 하나의 제도가 마련되기 위해 이토록 수 많은 사람들이 노력을 기울여서 오랜 기간 준비한다는 것을 제도사를 공부하며 처음 알았다. 이것을 현실에 대입해본다면 새로운 제도를 입안하는 관료의 인간적인 선악을 비판하는 것보다 그 제도의 방향성 자체가 옳은가 아닌가에 비판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제도의 입안자 자체를 악마화시키는 것은 (설령 그 관료가 인간적으로 나쁠 수 있다고 해도) 사실과 다른..

메모1

역사를 공부하는 동기가 호고(好古)여서 라는 점은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 결과가 복고(復古)로 맺어져서는 안된다. 과거는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비춰주는 거울일수는 있어도 미래 그 자체일수는 없다. 공자에게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를 묻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는 자본주의를 모르기 때문이다. 자꾸 거기서 해결방안을 찾으려고 해봤자 답이 나올리 없다. 근대 민족국가의 문제를 고구려나 고조선에서 찾는 것 또한 마찬가지에도. 그들은 우리가 있는 지도 모르는데 미래의 문제를 과거에 떠넘기는 것, 혹은 현재의 문제를 고대사에 소급하는 것은 비겁한 짓이다.

대학원 지원때 냈던 연구계획서

자료 정리하면서 찾았다. ㅎㅎ 보니 감개가 무량하네. 많이 변했다. -------------------------------------------------------------------------------------------------------- 제가 대학원에서 연구하고자 하는 분야는 조선후기 불교가 차지하는 사회적, 경제적 위치입니다. 특히 임진왜란 이후 지방의 사찰들이 복구되는 과정에서 이를 후원하는 세력이 누구이며, 어떠한 이유에서 시주가 이루어졌는지, 나아가 조선 후기 사찰들이 유지되고 재산을 축적해가는 과정에는 재지사족과 일반 민중, 그리고 승려들의 역할이 어떠했으며 불교 자체의 위상변화는 어떻게 되었는지를 사찰문서와 더불어 각종 중건기, 상량문, 불상과 불화의 복장(腹藏)기, 불화의 ..

대선에 관한 메모

대선에 관한 메모- 상처받은 나와 내 벗들을 위하여 대선이 끝났다. 이번 선거에서 처음으로 계급을 배신하고 개혁세력이 당선되기를 바랬다. 처음에는 그럴 생각이 없었지만 지난 오년동안 운동의 토대가 얼마나 초토화되었는지 이야기하는 한 선배의 말을 듣고 마음을 바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졌다. 이제 다시 오년동안 얼마나 더 많은 시련을 겪을 지 모르겠다. 과반이니까, 투표율이 높았으니까 인정한다 라는 식의 자유민주주의적 태도는 하나는 맞고, 하나는 틀렸다. 선거의 결과는 뒤집을 수 없다. 그러나 정치적 옮바름이라는 것이 분명히 존재함에도 상황을 객관화시키며 박수를 쳐주는 것은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다. 아직 절박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송전탑 위에, 공장 밖 천막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슬퍼 울 눈물만 남아있을 뿐..

근황 12.12.16

근황 12.12.16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 오랫만에 동기들과 즐거운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이제는 거의 다 어엿한 사회인이 되어 걱정할 것도 많고 눈치볼 것도 많을 나이입니다. 비록 이제는 사회의 짐을 어깨에 하나 둘 씩 짊어지고 있지만 2005년 아무것도 모른체 대학에 들어와 마냥 즐거웠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서 오랫만에 스무살처럼 놀았습니다. 그 빛나는 청춘은 다시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지만 5년간의 대학 생활은 소중했다는 당연한 말을 다시 한번 되뇌이는 날이었습니다. 석사라는 자격증을 얻기 위한 몸부림 중입니다.불과 며칠 안에 3년 간의 고민을 몇 장의 종이 안에 응축시켜야 합니다. 그 고통의 작업을 혹은 외면하고 혹은 무시하려고 하지만 자려고 침대에 누우면 온통 그 생각뿐입니다. 침대 머리맡..

현재의 여사재 상태

여사재라는 공간은 온라인 상의 내 블로그이지만 오프라인에서는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내 방 겸 서재이기도 하다. 여기서 대부분의 공부가 이루어진다. 방 전경그나마 청소한 것 책상 근처의 상황 책상 위에는 주로 전공서를 쌓아 놓았다. 급하게 봐야할 것들. 그래서 사회경제사, 군제사 책들이 위를 차지하고 있다. 책상 왼쪽의 책들. 한국사, 동양사 책들이 대부분이다. 역사이론과 서양사 책도 간혹 섞여있다. 좀 깨끗했던 예전 책상 위지금은 안이렇다. 더러워졌다. 책상 오른쪽. 단성호적, 고문서집성, 조선왕조실록, 문헌통고, 국편 한국사 등이 쌓여있다.주로 사료를 놓는 곳 책상 왼쪽의 본래 기능을 읽은 장식장.잘 안읽지만 꺼내보는 책들을 쌓아 놓았다. 책상 뒤편 침대 발치의 책무더기. 도록, 서양사책들, 역사이론서,..

아름다운 집

아름다운 집 *손석춘의 소설 『아름다운 집』에서 차용했습니다. 사람이 경제적으로 독립을 하고 사회를 살아가면서 가슴속에 품게 되는 소망 중 하나는 자신의 집을 갖는 것이다. 그것이 피곤한 몸을 뉘일 곳이든, 가족이 모여 살 수 있는 곳이든, 혹은 경제적 투자와 투기의 대상을 겸하고 있든 간에 집이라는 것은 모두가 원하는 물리적 공간이라는 점에서는 다름이 없을 것이다. 나도 비록 경제력과는 거리가 먼 길을 걷고 있지만 나만의 집을 그리고 꿈꾸는 것은 남들과 다를 바 없다. 지금 살고 있는 잠실의 집은 크고 편하기는 하지만 정을 붙이고 살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전에 살던 구로동의 집처럼 주변에 친구가 많은 것도 아니고, 적당히 갈만한 술집이나 찻집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사람과 부대끼길 좋아하는 나로서는 잠실..

근황 12.12.07

근황 12.12.07오랜만의 근황입니다.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제 논문 작업이 막판에 이르렀습니다. 하루에 10장을 쓰고 8장을 지웁니다. 그렇다고 좋은 문장이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꼴도 보기 싫어 컴퓨터를 꺼버리고 침대에 누웠다가도, 그래도 이러면 않될 것인데라고 생각하며 다시 책상 앞에 앉습니다. 다음 주 주말까지는 끝장을 볼 작정입니다. 오늘 총학생회 선거 개표가 있었습니다. 안타깝게 후배들의 선본이 패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그 발걸음이 득표율 31%보다 훨씬 더 나아간 발걸음인 것을 부정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지고 이기는 건 중요치 않습니다. 아흔 아홉 번의 패배는 다 한 번의 승리로 보상받을 것이니까요. 다만 지난 선거의 기억과 다짐이 오늘 밤 단 한 잔의 술잔에 흘러 사라지 않고 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