書/서평 요약

『동아시아 역사와 일본』(역사교육자협의회 편)

同黎 2012. 12. 16. 21:21

동아시아 역사와 일본(역사교육자협의회 편)

 

 

이 책이 여타의 역사 개설서와 구분되는 특징은 두어 가지로 파악할 수 있다. 우선 일본사를 파악함에 있어서, 일본사라는 한정된 지역의 역사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역사라는 광역 차원에서 역사를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러한 거시적인 관점뿐만 아니라, 文化史民族史(이를테면 홋카이도 지역의 아이누나 오키나와-류큐)라는 미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역사 또한 기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거시적인 관점과 미시적인 관점이라는 兩端의 시각을 조율함에 있어, 이 책이 선택하고 있는 章節別 서술은 그 효과를 더욱 극대화하고 있다. 각각의 주제에 있어서 전후의 내용을 연결하는 고리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을 각각 볼 때에는 서로의 연관 없이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반면에, 함께 볼 때에는 時系列的線上에서 역사가 다시 구성되고 구체화되는 이중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 특징에서 언급하였던 미시적인 관점에서의 문화사와 민족사의 문제는 현 시기에서 참으로 시의적절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문화사 혹은 사회사라는 측면에서의 역사는, 유럽의 역사학계에서 먼저 제기되어 현재 한국사에서도 많이 시도되고 있다. 특히 프랑스 아날1기 학파의 문제의식은 월러스틴의 세계체제론과 결합되어 현대사 연구자들에게 수용되고 있으며, 독일 사회사의 문제의식 또한 한양대의 비교역사문화연구소를 중심으로 수용되고 있다.

이 책의 필자들은 그러한 문화적·사회적인 역사의 접근에서 주로 시도되던 교토(京都)를 중심으로 하는 일본사뿐만 아니라 19세기 이전에 이미 형성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邊境史, 혹은 소외된 역사가 되었던 부분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그나마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진 오키나와-류큐 지역의 역사뿐만 아니라, 현재는 지역색이 거의 사라져버린 홋카이도, 즉 아이누인과 기리야쿠인에 접근하고 있다는 점은 이 책의 白眉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남는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 이 책의 특징의 하나인 거시적·미시적 관점의 조화 속에서, 거시적인 관점이 확대되다보니 오히려 그 안에서의 영토사 혹은 국가사가 오히려 모자랄 정도에 이른 것이다. 저자 또한 가능한 한 국가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다거나 이른바 통사와 달리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일단 통사적인 측면에서의 개설서라면 빠지지 않았었을 부분들이 많이 빠져버리고, 그 자리에 문화사가 들어서다보니 전체적인 흐름이 매끄럽지 못하다.

뿐만 아니라 이 또한 저자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자신의 현 위치를 확실히 응시하면서 동아시아 속의 일본을 재검토하고자 시도한 노력의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는 바와는 약간 다르게, 일본이란 형태에 대한 접근이 대부분 근대사 전후(4장 이후)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결국 그 무엇을 일본으로 인식할 수 있느냐에 대한 답이 근대 이후에 집중되어 있는 것인데, 상대적으로 고대, 중세사에 대한 내용이 소략하여 사실상 동아시아의 민족주의 이데올로기가 총집중되고 있는 부분인 고대사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여 이 책의 출판 의도를 반감시키고 있는 듯 한 부분이 아쉽다.

이와 연장선상에서, 약간은 민감하거나 모호한 고대사 부분이 대부분 先史와 문화사로 대체되고, 한일 양국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임나일본부설이나 광개토대왕비 해석 문제에 대하여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김현구 교수의 추천사에서처럼 한국과 일본 간에는 고대 한반도 남부 경영……등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의도적으로 문제를 회피하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가치는 높다고 할 것이다. 일본 내에서, 스스로 아시아 속의 일본이라는 국가를 냉정하게 응시하는 것을 지향하는, ‘아시아의 일원으로서 역사를 창조하는 것을 지향하는 저자들의 의도에서 우선 이 책이 가지는 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근세사 이후의 서술은 일본과 한국, 중국 사이에서 벌어지는 역사 속에서의 각국의 양태들을 담담하게 기술함으로써 삼국의 역사 문제에서의 쟁점들을 빠지지 않고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또 다른 가치라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