書/서평 요약

이태진, <동경대생들에게 들려준 한국사>

同黎 2010. 1. 11. 10:25
한국사
카테고리 역사/문화
지은이 이태진 (태학사, 2005년)
상세보기



서울대 명예교수이자 조선사연구의 대가인 이태진교수가 동경대에서 한 개항과 병합까지를 다룬 6차의 강의와 토론을 정리한 역사교양서이다. 이태진교수는 일관되게 일제에 의하여 왜곡되고 폄하된 조선시대와 개항기의 한국사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으며 이는 (주류-신고전파)경제학계에서 주장하고 있는 식민지근대화론에 맞서 근대화기회박탈론을 펴온 그의 소신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이 책 역시 조선이 일제가 아니었어도 근대화를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며, 그 중심세력이 개화파가 아니라 고종과 근왕세력임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몇가지 동의할 수 없는 점들이 존재한다. 고종은 과연 근대화의 기수였는가? 이태진 교수가 고종의 근대화 노력의 근거로 들고있는 서울 도시계획은 실상 일본이나 독일의 절대군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통해 자신을 절대화하려고 했던 노력으로 보인다. 또한 근대화란 근본적으로 자본주의 산업화와 자유주의의 보급을 의미할 것인데 몇가지 도시 정비와 상징적인 건축물 건립만으로 그것을 증명할 수 없다. 더불어 최근 근대화와 서구화, 그리고 자본주의=발전이라는 인식에 대한 성찰의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태진의 주장은 새로운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이태진의 이 책에는 지배층과 엘리트의 역사만이 있을 뿐, 기층민중에 대한 인식이 공백으로 남아있어, 한계를 보이고 있다.
근대화기회박탈론의 이태진과 식민지근대화론의 이영훈은 정반대의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실상 두 사람의 주장은 많은 면에서 겹치고 있다. 모두 발전주의 사관을 바탕으로 근대화, 서구화를 우리가 가야했던 방향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제국의 시대에 아무리 천재가 조선 땅에 태어나 근대화를 추구했어도 조선이 식민지화를 피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면 그것이 부끄럽고 패배적인 일인가? 제국주의의 역사를 극복했던 과정은 하나의 큰 의미를 지닌다. 베트남의 경우 중국과 프랑스, 미국으로 이어지는 외세에 식민지가 되었지만 독립까지의 과정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우리도 식민의 기억을 단순히 패배로 기억할 것이 아니라 독립의 과정에서 의미를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그것이 역사학계가 진정으로 식민지근대화론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일 것이다.


* 이태진은 책 말미에서 조일간 각종 협약, 조약의 불법성을 증명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엔 별로 소용 없는 짓이다. 만약 일제가 "합법적"인 방법으로 합방을 했다면 그러면 그것이 정당한가?

* 책 첫머리의 외계충격설은 다음에 따로 다루겠다. 이건 어이가 없어서 원...

* 가장 큰 문제의 이 양반의 역사관에 민(民)의 영역은 공백이라는 것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