書/서평 요약

김호동, 2010, 『몽골제국과 세계사의 탄생』, 돌베개

同黎 2014. 4. 1. 13:25

김호동, 2010, 『몽골제국과 세계사의 탄생』, 돌베개

한국사학과 박사 1 박세연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근대 세계’를 있게 한 원인은 무엇일까? 근대 세계를 탄생시킨 요인과 그 시작에 대해서는 이미 너무나 많은 논의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산업혁명·시민혁명·원거리무역 혹은 콜럼버스의 우연한 발견에 이르기까지 근대 세계의 태동에 관한 다양한 해석들이 있고, 또 그 중에서 과연 어떤 것이 얼마만큼의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쉴 새 없이 이루어진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통합된 근대 세계가 어느 한 순간 빅뱅처럼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지층이 쌓이듯 여러 요인이 누적되어 형성된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김호동은 바로 그 지층 중의 하나로 (혹은 그 지층의 가장 하단에) 13세기 사상 최대의 판도를 형성했던 대몽골 울루스를 제시하고 있다.

역사 발전을 전파와 진화로 설명하는데서 반대하고 상호 영향을 통한 교류발전형 모델을 제시하는 것에서 저자는 몽골제국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저자는 농경정주사회 중심의 역사 서술을 비판하며 우리에게 잊혔던 역사의 또 다른 주체인 유목세계에 주목한다. 그러면서 유목세계와 농경세계를 이어주는 농목전이지대 즉 변경과 그 변경에 위치하며 상호 교류의 통로 역할을 했던 실크로드를 강조하며 이 유목제국에서 탄생해 변경을 통해 다른 세계와 교류하며 최초의 세계사를 만들었던 몽골제국의 역사적 의미를 밝혀내려 하고 있다.

칭기스칸은 혈연적으로 무관한, 자신의 가문을 기반으로 하되 다양한 출신의 인물들이 모인 집단인 보르지킨 오복을 토대로 몽골 울루스를 건설하였다. 그러나 그의 관심은 유목세계에 머물러 있었고, 따라서 농경세계에 대해서는 응징과 약탈이 있을 뿐 정복하려 하지 않았다. 칭기스칸의 후계자들은 비로소 농경세계를 정복하려 하였고, 그에 따라 몽골제국이 건설되었다. 대몽골 울루스 아래 분봉된 여러 울루스들은 농경민을 안집시키고 그들의 재생산을 도와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였다.

비록 대몽골 울루스가 여러 개의 울루스로 나뉘고, 이들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이것이 제국의 분열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대몽골 울루스 안에 포함된 여러 울루스들은 여전히 연대성을 유지하고 있었고, 또 대칸 울루스의 우위를 인정하고 있었다. 대몽골 울루스의 통일성을 유지시켜주는 물리적 장치 중 하나는 바로 역참제도였다. 6만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길이의 교통·통신 네트워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세계인의 교류가 진행되었다. 특히 몽골의 역참은 통신뿐만 아니라 물자의 이동도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의 역참제도와 차이점을 지닌다.

역참이라는 대동맥을 따라 세계의 여러 사람들이 몽골제국의 운영에 참여하였다. 이른바 색목인이라고 부르는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제국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였다. 몽골제국은 이렇게 다양한 민족을 본속주의에 입각하여 통치하였고, 이들의 법규를 존중해주었다. 이렇게 몽골제국은 다민족국가로서의 성격을 가지게 되었고 이는 거대한 번역기관의 설치나 합벽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게다가 몽골제국은 은본위제도를 채택하여 유라시아의 동서를 잇는 거대한 통상권을 형성하였다. 이러한 물질적 기반을 토대로 대항해시대보다 선행하는 대여행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대여행시대과 같은 몽골제국의 유산은 지금까지 연결된다. 몽골제국의 유산은 세계지도를 탄생시킨다. 이는 이전까지의 지역적·종교적 세계관을 대신하여 새로운 차원의 진정한 의미의 세계관이 형성되었음을 의미한다. 더불어 진정한 의미의 세계사인 라시드 앗 딘의 『집사』를 탄생시켰다. 세계 다른 지역에 대한 정보는 결국 정화의 대원정과,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으로 연결되었다. 대항해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의 정치적 안정을 위한 내륙중심성과 유럽의 경제적 이득을 위한 해양진출성은 결국 두 세계의 결정적 차이점으로 작용하였고, 이를 통해 거대한 분기가 일어나게 되었다. 이것이 근대 사회의 유럽과 비유럽세계의 차이를 야기한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주목하지 못했던 유목세계를 발견하고 그 사회의 역사가 지니는 세계성과 현재성을 발견해내고 있다. 다른 세계를 수용하고 다른 정체성을 인정하는 유목제국 특유의 포용력과 활력이 이전의 세계와는 다른 세계를 만들어냈다는 점은 주목할 이야기다. 물론 몽골제국의 역사가 근대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지층 중 얼마만큼의 두께를 차지하고 있는지는 고민해봐야겠지만, 남들이 발견하지 못했던 층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저자의 설명만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가장 큰 부분은 몽골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이다. 다른 유목민족이 모두 정치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것과는 달리 몽골만은 유일하게 근대 국민국가를 이루고 있다. 元이 멸망하고도 상당기간 초원에서 북원이라는 국가를 운영했던 것이고, 또 초원의 질서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던 것이다. 또한 몽골이라는 정체성과 언어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청이라는 대제국을 건설했던 만주족이 지금은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과는 달리 몽골은 거의 천년동안 비교적 통일된 정체성을 유지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몽골제국의 세계성과 다민족성을 강조하며, 이들이 제국을 이루면서 어떻게 자신들의 정체성을 유지해나갔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선비·돌궐·거란·여진·만주와는 다른 몽골만의 특징을 찾아내어 그들이 근대 국가로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을 찾는 것 역시 몽골의 세계성을 강조하는것 만큼의 의미를 지니는 것 아닐까?